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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싸 오지 않은 수능생


오늘은 비상근무를 하고 이제 막 퇴근을 했습니다.
몇 년을 고생하고 하루에 결판을 낸다는 게 조금 억지 같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교육제도가 그러니 역행할 수 없기에 더욱 더 아이들의 어깨는  무거운 것 같습니다.
교문 앞에는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하루 종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기다린다고 서성인다고 잘 칠 건 아니지만,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안쓰러워 그렇게라도 하며 마음 달래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교실에서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먹었고, 다행히 날씨가 따스한 덕분에 교정 벤치에 앉아서 친구들과 다정히 밥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교직원과 감독선생님들이 식사를 하는 학교 식당으로 몰려 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무엇을 싸 왔나 싶어 여기 저기 둘러보니 모두 엄마의 정성이 가득 든 보온 도시락에 따뜻하게 점심을 먹는데 유독 한 학생만 김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오늘 김밥 싸 온 모양이네?"
"네"
"그럼 국물이 없어서 어떻게 해?"
"괜찮아요."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감독관 선생님이 밥을 받고 있는 곳으로 달려 가 사정이야기를 하고, 따뜻한 쇠고기 국물 한 그릇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따뜻한 국물이 있어야 잘 넘어가지"
"고맙습니다."
"꼭꼭 씹어 먹어~"

  바쁘게 움직였던 우리도 밥을 받아 숟가락을 막 들려고 하는데 바로 앞에서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못 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왜 그러세요? 무얼 도와 드릴까요?”
"저~ 저~ 점심 한 그릇 줄 수 있어요? 도시락을 안 싸 왔는데..."
"수험생이세요?"
"네."

고3이 아닌 재수생으로 보이는 수험생이었습니다. 아님, 면학을 꿈꾸는 사람으로도 보였습니다. 또 배식을 하는 곳으로 달려가 금방해 낸 따뜻한 밥 한그릇을 받아 학생에게 먹게 했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기에 점심 도시락을 못 싸 왔을까 하며 내 자식처럼 얼른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인사를 꾸벅하며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나가는 모습에서 어디를 가나 밥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험 또한 잘 치루길 바라는 맘 가득하였습니다. 그런 용기 있다면 이 험난한 세상 무엇이든 하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에서....

  6시 20분이 되자 우르르 몰려나오는 수험생들을 바라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그간 고생했다고....
오늘만은 푹 쉬고 밀린 잠 소원 없이 자 보라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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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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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장홍선

    아..
    수능 끝났네요..
    허무하네요..
    그래도 마음은 훈훈한데요..

    하하하.............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2년차가 되려는지.. 휴 ㅠㅠ

    2007.11.15 19:49 [ ADDR : EDIT/ DEL : REPLY ]
  2. 사정이야 어찌되었건 시험결과가 좋았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따뜻한 씀씀이 감사드려요^^

    2007.11.15 20:11 [ ADDR : EDIT/ DEL : REPLY ]
  3. 그학생 분명 그따듯한 국물과 밥으로 힘을 얻어 시험 잘봤을것입니다.

    2007.11.15 20:16 [ ADDR : EDIT/ DEL : REPLY ]
  4. HaRu

    정말 감동이네요^_^

    그 분들 정말 수능 잘쳤을 듯 합니다.

    정은 점수로!

    2007.11.15 21:22 [ ADDR : EDIT/ DEL : REPLY ]
  5. 새아

    참 마음이 따뜻하시네요. 정말 잘하셨습니다.

    2007.11.15 23:32 [ ADDR : EDIT/ DEL : REPLY ]
  6. 너무나 따뜻한 글입니다. 제 기분도 덩달아 좋아지네요.

    2007.11.16 00:08 [ ADDR : EDIT/ DEL : REPLY ]
  7. 헤헤

    저도 오늘 김밥한줄 가져갔답니다ㅋㅋ

    2007.11.16 01:45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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