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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도시락을 싸오지 않은 수능생

by *저녁노을* 2007.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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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을 싸 오지 않은 수능생


오늘은 비상근무를 하고 이제 막 퇴근을 했습니다.
몇 년을 고생하고 하루에 결판을 낸다는 게 조금 억지 같다는 생각을 해 보지만, 그래도 교육제도가 그러니 역행할 수 없기에 더욱 더 아이들의 어깨는  무거운 것 같습니다.
교문 앞에는 수험생을 둔 부모들이 하루 종일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기다린다고 서성인다고 잘 칠 건 아니지만,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게 안쓰러워 그렇게라도 하며 마음 달래는 것 같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자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교실에서 엄마가 싸 준 도시락을 먹었고, 다행히 날씨가 따스한 덕분에 교정 벤치에 앉아서 친구들과 다정히 밥 먹는 모습도 눈에 띄었습니다. 그런데 교직원과 감독선생님들이 식사를 하는 학교 식당으로 몰려 온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무엇을 싸 왔나 싶어 여기 저기 둘러보니 모두 엄마의 정성이 가득 든 보온 도시락에 따뜻하게 점심을 먹는데 유독 한 학생만 김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오늘 김밥 싸 온 모양이네?"
"네"
"그럼 국물이 없어서 어떻게 해?"
"괜찮아요."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감독관 선생님이 밥을 받고 있는 곳으로 달려 가 사정이야기를 하고, 따뜻한 쇠고기 국물 한 그릇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따뜻한 국물이 있어야 잘 넘어가지"
"고맙습니다."
"꼭꼭 씹어 먹어~"

  바쁘게 움직였던 우리도 밥을 받아 숟가락을 막 들려고 하는데 바로 앞에서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못 하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왜 그러세요? 무얼 도와 드릴까요?”
"저~ 저~ 점심 한 그릇 줄 수 있어요? 도시락을 안 싸 왔는데..."
"수험생이세요?"
"네."

고3이 아닌 재수생으로 보이는 수험생이었습니다. 아님, 면학을 꿈꾸는 사람으로도 보였습니다. 또 배식을 하는 곳으로 달려가 금방해 낸 따뜻한 밥 한그릇을 받아 학생에게 먹게 했습니다.
무슨 사정이 있기에 점심 도시락을 못 싸 왔을까 하며 내 자식처럼 얼른 챙겨주셔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인사를 꾸벅하며 비빔밥 한 그릇을 뚝딱 먹고 나가는 모습에서 어디를 가나 밥 굶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험 또한 잘 치루길 바라는 맘 가득하였습니다. 그런 용기 있다면 이 험난한 세상 무엇이든 하며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에서....

  6시 20분이 되자 우르르 몰려나오는 수험생들을 바라보며, 뜨거운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그간 고생했다고....
오늘만은 푹 쉬고 밀린 잠 소원 없이 자 보라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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