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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고마운 약사님이 사 주신 시어머님의 안경

by 홈쿡쌤 2007.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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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얼마나 하시며 살아가고 계십니까?



 수능이 있는 날 아침, 가족들 아침밥도 챙겨주지 못하고 혼자 일찍 나선 길이었습니다.

"여보~ 나 출근 해~"

"응 잘 갔다 와."

"아이들 밥 챙겨 먹이세요."

잠결에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남편과 아이들의 모습을 뒤로하고 바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혹시나 해서 차를 두고 버스를 타고선 말입니다.


수험생들을 위해 여기저기 각자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자메시지가 들어옵니다. 딸아이였습니다. 중학생이 되다보니 수능 일에는 임시휴일로 집에서 쉬고 있었습니다.

'엄마! 할머니가 병원가신다고 하는데 몇 번을 타야하지?'

무슨 말인가 싶어 잠시 짬을 내 유선전화로 딸아이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어보니 할머니가 손자 생일이라고 오셨다가 시골로 가신다고 나서면서 몸이 불편해 병원을 가야겠다고 하셨나 봅니다.

"할머니 많이 아파?"
"손을 덜덜 떨고 그래."

"그럼 딸이 할머니 좀 모시고 택시 타고 병원 가~"

"엄마! 나 양말도 안 신고 슬리퍼 신고 나왔단 말이야~"

"몸도 안 좋은데  어떻게 혼자 보내냐? 엄마 대신 좀 해...엄마 지금 못 나가잖아~"

"머리도 안 감고 모자 쓰고 나왔는데..."

"그래도..."

"알았어요."

언제나 나의 든든한 후원자인 딸아이는 할머니를 병원까지 모시고 가서 진료를 마치고, 시골 가는 버스까지 태워서 보냈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을 마치고 오는 딸아이에게

"착한 우리 딸 오늘 힘들었지?"

"아뇨. 조금 부끄러워서 혼났지."

"뭐! 그래도 예쁜데~"

"엄마 딸이니까 그렇지~"

달콤한 입발림의 소리란 걸 알아차리는 딸아이였습니다.

"그래도 딸은 할머니한테 잘 해 드려야 해"

"왜요?"

"할머니가 너 어릴 때 기저귀 갈아주고 키워주셨잖아. 엄마 대신에..."

"....."

"그래서 엄마가 이렇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고.."


  가만히 보니 딸아이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밀감, 케잌, 과자를 쇼핑가방에 넣어 챙겨 주었고, 그게 무거워 버스 정류장까지 들어다 달라고 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러다 이 엄마를 대신해 병원까지 동행하게 되었던....조잘조잘 내 곁에 앉아 할머니와 있었던 이야기를 해 줍니다.

간단히 진료를 마치고 약국에서 약을 사 가지고 나오자 할머니께서

"저 약사분이 내 안경을 새로 맞춰 줬다 아이가.."

"네? 할머니 뭐라고요?"

"안경 맞춰 줬다니께...바로 옆에 안경점에서..."

시어머님은 며칠 전 몸이 좋지 않아 혼자 병원을 다녀가셨나 봅니다.

약을 타기 위해 약국으로 들어섰는데 맘씨 고운 약사님께서

"할머니 안경이 좀 이상한 것 같아요. 벗어 보세요."

그래서 어머님은 약사에게 안경을 벗어 주었답니다. 안경테가 삐뚤어졌는지 헐거워져 있어 밑으로 내려가는 걸 그냥 넘기시지 않고 바르게 해 보려다 그만 안경테를 뿌려 트리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바로 옆 가게로 가서 새로운 안경테로 바꿔 끼워 주더란 것이었습니다. 할머니의 모습 그냥 지나치지 않으시고 잘 해 드리려다 한 일인데 괜스레 손해만 보게 되었던 것입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은

"다음에 시내가거든 안경테 값 갖다 줘~사람이 그러면 안 돼.."라고 합니다.

시어머님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손에 이끌려 새 안경을 쓰게 되었던....


 

이 세상엔 마음씨 고운 사람들이 아직 많은가 봅니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인심 베풀며 사는 사람을 만났으니 말입니다.


우리 딸도 엄마를 대신 해 줘서 고맙고,

안경테를 새로 사 주신 약사 분에게  감사한 마음 전하고 싶습니다.


아직은 살아 볼만한 세상~

따뜻한 세상,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임을 확인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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