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들판과 통발, 그리고 그리운 아버지
남편과 함께 시골을 다녀오던 길이었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을 바라보며 그저 풍성한 가을임을 만끽하며 달리고 있는데 저 멀리 할아버지께서 통발을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여보! 저기 봐!”
“뭐?”
“저기 할아버지 통발 던지고 있잖아! 우리 한번 가 봐요.”
“우리 마누라 또 호기심 발동했네.”하면서 할아버지 가까이 차를 갖다 댑니다.
“할아버지! 고기 잡으세요?”
“응. 그냥 이렇게 설치 해 두면 내일아침에 오면 돼!”
“많이 잡히나요?”
“아니 그냥 우리 영감 할멈 나눠 먹을 만큼은 돼”
“뭐가 많이 잡혀요?”
“그냥 새우도 잡히고 쏘가리도 잡히고 그러지~”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꼭 돌아가신 아버지의 모습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들판에서 일을 하시고 해가 질 무렵 지게에 담아왔던 통발을 꺼내 논 가장자리에 통발을 설치하곤 하셨습니다. 일이 다 끝나고 나면 아버지는 늘
“우리 막내 이리와!”하시며 나를 번쩍 들어 지게에 태우시고는
“아부지가 지게 태워 줬으니 노래하나 불러 줘야지!”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
“아이쿠 우리막내 노래도 잘 해요.”
그렇게 아름답게 하늘을 물들인 저녁노을을 보며 집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엄마보다 정이 깊은 아버지와 늘 함께 잤습니다. 다리를 걸치고 이리 저리 옮겨도 아버지는 당신의 다리를 살짝 들어주시며 편안하게 잘 수 있도록 해 주셨습니다. 5일장에 가서 돌아오는 길은 늘 빈손이 아니었습니다. 10리가 넘는 거리다 보니 뜨거움으로 종이가 다 해어질 정도가 되어 내게 안겨줬던 풀빵...왕사탕도 있었지.....허긴 그 때에는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었으니 아버지의 손만 바라볼 밖에....
아침 일찍 일어나 들로 나가 통발을 가져오시면 엄마는 추어탕을 맛있게 끓여주곤 했던 기억이 새롭기만 하였습니다.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미꾸라지는 농약 때문에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통발을 놓고 던지는 모습을 보니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해 주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시집가는 것도 보질 못하고 떠나신 아버지가 더욱 그리운 날이 되었습니다.
누렇게 익어가는 벼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뽀얀 억새들의 춤사위
미꾸라지를 잡기 위해 설치 해 둔 통발
통발을 던지려고 준비하는 할아버지
떡밥으로는 생선토막을 넣었다고 합니다.
내일 아침이면 새우와 고기가 가득 들어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괜히 엄마가 끓어 주었던 추어탕 생각이 절로 납니다.
아버지!
당신이 주신 그 큰사랑으로 잘 자라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막내의 울음소리는 천당에서도 들린다지요?
걱정 마세요. 잘 살게요.
유난히 더 보고 싶은 아버지...........
너무 그립습니다.
*가을 보양식 추어탕 만들기 링크 걸어 둡니다.
참고 하세요.
http://blog.daum.net/hskim4127/8384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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