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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대학 수시모집 시즌에 일어나고 있는 훈훈한 이웃들....

by 홈쿡쌤 2008. 10.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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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시모집 시즌에 일어나고 있는 훈훈한 이웃들....

우리 나이가 되면 고3을 가진 학부모들이 곁에 참 많은 것 같습니다. 나야 시집을 늦게 가는 바람에 이제 중학생이지만....누구 집 아들은 수시합격을 했고, 누구는 떨어졌고 마음 뒤숭숭하게 만들어 학생들은 공부도 손에 잡히지 않고 부모들 또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요즘 고3들이 수시모집을 하고 있는 학교에 여러 개의 원서를 내고 시험을 치르거나 면접을 보려고 학교로 직접 가고 있습니다. 이미 발표를 해 수시 합격한 아이들도 많지만, 학교마다 다른 전형으로 옆에 있는 동료 아들이 며칠 전 시립대학을 가려고 서울을 가게 되었습니다. 공부는 잘하는 편이지만, 논술이 문제라며 걱정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다행히 1차 서류전형에서 뽑혀 80명 안에 들었고,  80명 중 8명을 최종 뽑는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승차권을 예매해 주기도 하였습니다. 지방에서 서울까지 가려면 4-5시간 정도면 되겠지만, 잠자리가 늘 문제입니다. 수험생이 찜질 방에 가서 잘 수도 없고.....

할 수 없이 혼자 자취를 하고 있는 사촌형에게 부탁해 하룻밤을 보내게 되었는데, 아들의 친구들도 수시면접을 보면서 잘 곳이 없다고 하며 함께 잤으면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 아들 녀석이 친구를 데리고 조카 집으로 간다는데 괜찮을까?”

“그야 당사자인 조카 맘이지.”

“전화 한 번 해 봐!”

“그럴까?”


둘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걸 들으니,

“00아~ 어떻게 하니? 00이가 친구 3명도 데리고 간다는데...”
“괜찮아요. 함께 오라고 하세요.”

“하숙비 톡톡히 받아야 되지 않아?”
“고모는 그런 것 가지고 왜 그래요?”
“그래도 미안하다.”

“미안하긴요. 사실, 베개가 없어서 좀 그러네요. 얼른 나가서 쿠션이라도 사 놓아야겠어요.”

“저도 다른 사람한테 신세지면서 시험 쳤잖아요.”

“고마워. 내가 밑반찬을 해서 보낼게.”

"네. 고모~"

옆에서 가만히 전화로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참 착하고 바르게 자란 조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주의로 나만 생각했지 사촌동생도 아닌 친구들까지 챙기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내가 도움 받았으니 되돌려 주어야 된다는 생각 가지며 사는 청년이 얼마나 될까? 집집마다 하나 아니면 둘뿐인 귀한 자식들인데 불편 감수해가면서 동생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기특하지 않은가?


얼마 있으면 또 수능을 마치고, 면접이나 논술을 치르기 위해 지방으로 내려오는 학생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유 가리지 않고 다른 학생을 받아 주어야겠다며 벌써 친구 아들을 예약까지 해 놓았다는 동료를 보니 너무 흐뭇해졌습니다.

“야! 수험생인데 반찬 신경 쓰이잖아!”

“괜찮아, 뭐가 어때서 우리 아들 먹는 것 조금씩 더 준비하면 되지!”
“.............”

비록 하룻밤이지만 편안히 지낼 수 있도록 해 주면 된다고 하며 그 천사 같은 마음에 더 이상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숟가락 하나 더 얹으면 된다고 늘 말을 합니다. 저도 주부지만 그게 그렇게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아이 키우면서 그런 인연으로 서로 용기 북돋을 수 있는 사람들이 되어준다면 그보다 더한 진료상담은 없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합니다.


세상은 돌고 돌아가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서로 의지하며 나눌 수 있는 훈훈한 사람들을 보는 것 같아 제 마음마저 따뜻한 날이 되었습니다.


꼭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 그 꿈 펼쳐가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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