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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밀가루를 종이 봉지에 담는 이유는?

by 홈쿡쌤 2008.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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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가루를 종이 봉지에 담는 이유는?



주말엔, 남편과 함께 시댁을 다녀왔습니다. 가을걷이 해 놓은 콩을 땀을 뻘뻘 흘리며 산에서 짊어지고 내려왔습니다.

“아이쿠, 내가 걱정만 했는데 이제 들고 와서 속이 후련하다.”

내심 수확은 해 놓고도 기운이 딸려 혼자서 가지고 오지 못해 아들을 기다린 눈치였습니다.

어머님이 농사지으신 호박 가지로 나물 만들고, 우리가 사 간 생선 한 토막 굽고, 시원한 멸치 육수 내어 우거지로 된장국 만들어 함께 저녁을 먹게 되었습니다.

“야야~ 호박전 하나 구워봐라.”

“호박전 드시고 싶으세요?”
“많으니 한번 구워 먹어보자”

“네. 어머님. 근데 밀가루는 어디 있어요?”
밀가리 봉다리 싱크대 밑에 안 있나!”

어머님이 넣어 놓으신 밀가루 봉지는 종이가 아닌 흰 팩에 담아 놓고 있었습니다.

“어머님! 밀가루는 종이봉투에 담아 놓아야 해요.”

“그려? 종이가 터져서 그냥 비닐에 넣어뒀다 앞으로는 그러지 뭐.”

비닐봉지에 든 밀가루에는 벌레가 생긴 것 같아 채에 쳐서 사용을 했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남편이

“엄마, 밀가리가 뭐꼬? 또 봉다리가 뭐꼬? 밀가루 봉지 해야지.”

“아무렴 어떠냐?”


한 때 표준말과 사투리라는 말이 유행한 일이 있어 어머님께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밀가루와 밀가리의 차이점은?’

밀가루는 봉투에 담고 밀가리는 봉다리에 담는다.

붕어풀빵을 봉투에 넣어주는 것을 빗대 만들어진 봉다리 시리즈였습니다.

‘봉투와 봉다리 차이점은?’

‘봉투는 밥풀로 붙이는 거고 봉다리는 밥떼까리로 붙인다.’

‘국수와 국시는 어떻게 다른가?’ 국수는 밀가루로 만들고, 국시는 밀가리로 맹근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계시더니

“어 그 말들이 딱 맞네. 틀린 것 하나도 없다.” 하십니다.

그러면서 활짝 웃음을 웃으시는 어머님이십니다.


그런데 정작 왜 종이봉지에 밀가루를 담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밀가루를 종이 봉지에 담는 이유는?

글루텐이라는 식물성 단백질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밀가루가 빵이 될 수 있는 건 바로 글루텐이 가진 점성 때문인데, 이는 공기를 들이마시지 않으면 굳는 성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밀가루를 비닐봉지에 넣으면 금세 딱딱해지므로, 공기가 통하는 종이봉지에 넣은 것입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하수구에 뜨거운 물도 함부로 붓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미생물을 보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옛 선인들의 지혜와 생활이 과학이 되는 세상, 그래야 온 세상이 시끄러운 멜라민의 공포도 함께 사라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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