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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슬픈 사랑을 보는 듯한 오랜 기다림

by 홈쿡쌤 200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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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사랑을 보는 듯한 오랜 기다림

오늘은 아침부터 반가운 가을비가 내립니다.

가뭄에 목타하던 농부들이 마음이 풍족한 가을처럼 흡족하게 내렸으면 하는 맘 간절해집니다.
나른한 오후, 한가한 틈을 타서 교정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조용조용 내려앉는 빗방울소리도 들을 겸.....

교정에도 가을이 내려앉았습니다.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기만 합니다.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아 우산도 없이 거닐다 우연히 발견한 오랜 기다림을 보았습니다.



                 ▶ 빗방울 머금고 떨어지는 낙엽들을 보니 나무도 긴 겨울을 준비 하는 것 같습니다.

점차 물들어가는 은행잎

       ▶ 은행잎도 하나 둘 물들어 갑니다.

살아있는 것 같은 모습

      ▶ 살아 있는 듯한 모습

매미가
허물을
벗어던졌다.

고스란히
은행잎에 붙어
가버린 매미를 기다린다.

안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 속이 훤히 들여다 보입니다.

매미껍질 

                        유미희 

어쩜 그렇게 닮았니?
고구마 캐다
밤 줍다
메뚜기 잡다
다 보았어. 

휙휙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

떡갈나무 둥치에
마당 맥문동 꽃대 위에
개울가 풀잎 위에 

휙휙
아무 곳에나 던져둔
옷. 

히힛,
어쩌면
내 버릇이랑 똑같니?



10년동안 땅속에 머물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밖으로 나와 껍질을 벗고 10일도 못하는 매미....

그래서 그렇게 슬퍼 자지르지게 울었단 말인가.

떠나 보내고 남은 껍질처럼
긴 기다림은 또 시작되나 봅니다.
10년을 더..........

괜스레 오랜 기다림을 해야하는
슬픈 사랑을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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