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07. 11. 23. 07:15


소외 되고 있는 시골 어른들....


 ▶ 시골 버스 정류장


바람이 몹시 불어 체감 온도는 겨울 날씨 같았던  휴일 날,
쌀을 찧어 오기 위해 모두가 하늘나라로 떠나고 없는 텅 빈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옛날 같으면 엄마 아버지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벼웠을 건만, 먼지만 뽀얗게 앉은 대청마루를 바라보고 올 것을 생각하니 마음까지 무거워지는 것 같았습니다.

사무실 일이 바빴던 남편은 나를 내려 주고 무거운 나락 가마니를 리어카에 실어 주고는 휭하니 떠나버렸습니다. 어릴 때 많이 끌어 보았던 실력으로 방앗간까지 가서 쌀을 찧어 왔습니다.

마당가에는 큰오빠가 심어놓은 단풍잎이 빨갛게 가지 끝을 물들이며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역시 사람이 살면서 온기가 있어 관리를 해 줘야 하는 게 집인 것 같았습니다. 여기저기 하나 둘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니 말입니다. 우리 집처럼 비어있는 집들이 참 많습니다. 자식들은 도시로 다 떠나버렸고, 어르신들이 돌아가고 나면 아무도 살지 않으니....쓱싹쓱싹 먼지 털어내고 마당가에 쌓인 낙엽까지 쓸어내고 나니 먹고 자랐던 그 때의 모습을 되찾은 것 같았습니다. 잠시 오빠들과 정 나누었던 행복한 기분에 잠겨 보기도 하였습니다.

찧어 놓은 쌀은 남편이 퇴근을 하면서 가져오기로 하고, 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요랑 이었습니다.
사촌언니에게 "언니! 지금 시내버스 있어?"
"몰라. 차를 안타고 다니니 알 수가 있나."
자가용을 이용하니 알 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 보기로 하였습니다.

몇 분을 서 있어도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었습니다.
쌩쌩 찬바람만 내 귓볼을 스쳐 지나갈 뿐.....
'누구라도 지나감 물어 볼 텐데....'
허긴, 시골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밖에 살지 않는데 이렇게 추운 날 왜 나오시겠어.
혼자 중얼거리면서 혹시나 하여 배차 시간 안내가 있을 것 같아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도심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노선 안내도 하나 없었던 것입니다.
이런 실정인데 배차시간 안내가 있을 리 만무한 일이었습니다.
한 시간쯤 기다렸을까?
이웃 어른들이 한 분 두 분 나오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날이 가까운 곳에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에 장에 가시는 길이었던....

"시내버스 시간을 알고 나오세요?"
"응, 나도 이 시간 밖에 몰라. 시장가기 위해서 알아뒀지."
"버스 시간표 하나 붙여 놓으면 편할 텐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없어~ 차도 자주 없고..."
"..............."

도시의 관광안내도는 크게 붙어 있던데.....


 ▶ 우리집 앞에 있는 전광판 안내


도시에는 이렇게 전광판까지 머리위에 달려 있어, 몇 분후에 도착한다는 안내까지 해 줍니다.
그런데 시골에는 버스노선, 버스 시간표 스티커 하나 붙어 있지 않는 걸 볼 때,
시골 사시는 어른들에게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어제는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한 시간 가량을 떨고 서 있었다는 하소연을 하면서
"시골에는 왜 배차시간표 안내가 하나도 없지요?"
"어디십니까?"
"00마을을 다녀왔어요. 친정이라서..."
"300개 정도 소요 되는데, 버스회사와 함께 내년에는 할 것입니다."
"꼭 좀 그렇게 해 주세요."
할 것인지 안 할 것인지는 기다려 봐야 할 일이지만.....

  연말이 다가오면 잡아 놓았던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 멀쩡한 보도블록을 걷어내고 다시 깔기도 하고, 파 헤쳐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그렇게 헛되게 사용하는 예산들 시골로 눈을 좀 돌려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같은 세금을 내고, 같은 시민인데 말입니다. 목소리 높이는 사람에게, 우는 아이에게 젖주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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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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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하늘

    시골의 버스는 배차시간도 들쑥날쑥하고 정류장 시설도 형편없더군요.
    지자체 선거에서 나오는 표가 적어서 그런건지...
    그런 것 보면 시위하는 사람들 못 나무랩니다.
    워낙 울고 용을 써야 젖을 물리는 세상인지라...
    작지만 큰 것을 지적하셨네요.^^

    2007.11.23 10:59 [ ADDR : EDIT/ DEL : REPLY ]
    • 가만히 있음 젖 안 주는 세상이니 다들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같아요.ㅎㅎ 늘 행복하세요.

      2007.11.23 13:20 [ ADDR : EDIT/ DEL ]
  2. 박경훈

    제가 시골 살아서 아는데 어쩔수 없습니다. 예산은 적고, 이용자는 적으니 턱도 없죠.
    그리고 님같이 버스 타는 사람이 몇명 없어요

    2007.11.23 15:29 [ ADDR : EDIT/ DEL : REPLY ]
    • 스티카 붙이는 것이 돈 많이 드나요? 세금 받아서 다른곳에 쓰지 말고 소외된 곳에 쓰자는 취지였습니다.ㅎㅎㅎ 감사합니다.

      2007.11.23 16:28 신고 [ ADDR : EDIT/ DEL ]
    • 시골인

      저도 시골 살아요
      역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버스가 자주 없고 하니까 그냥 내 차타고 다니는거죠
      어른들은 지나가는 차도 세워서 타고 합니다
      저희동네 얼마전에 버스노선이 하나(유일하죠)생겼습니다
      처음에는 타는 사람이 거의 없었죠
      꾸준히 운영을 하니 승객이 늘더군요
      한 시간에 한 대지만, 그동안 저 사람들이 다 뭘 타고 다녔나 싶습니다.
      지자체에서 보조를 하면서라도 운영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소외감과 함께 부당함 많이 느낌니다,
      이런 환경이니 불편한거 싫어하는 젊은 사람들이 시골로 들어올리 만무하죠.
      글쓴 분께서 좋은 지적 해주신거 같네요
      항상 자가용 이용했는데 주유비도 부담되고,
      저도 요즘엔 그 버스 자주 이용합니다.

      2007.11.24 00:46 [ ADDR : EDIT/ DEL ]
  3. 김현주

    제가 한국 돌아와 살면서 가장 불편함을 느낀것 중의 하나가 버스 배차시간표가 없다는 것과 사람들이 다닐 인도가 적다는거였는데 이렇듯 글을 올려주시니 고맙네요. 추운데 만날 덜덜 떨기만 합니다. 버스 시간표라도 정류장에 붙여놔주면 정말 좋을텐데... 그나마 대도시는 좀 나아진 것 같더군여... 언제쯤 좋아지려나 대한민국...

    2007.11.23 21:16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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