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련한 추억속으로2009. 5. 6. 09:32

아카시아 줄기 파마 해 보셨어요?
 

우리 아이들 중학생이 되고 보니 어린이날은 그냥 쉬는 날이 되어버렸습니다. 녀석들 초등학교 때에는 행사장에 데리고 가 하루 종일 보내다 보면 온몸은 녹초가 되곤 했는데 말입니다.

“엄마! 어린이날 선물 안 줘?”
“뭐? 중3이나 되는 녀석이 무슨 어린이날?”
“그래도 선물은 줘야지.”

아직 어른이 안 되었기 때문에 선물을 줘야 한다나요? 참나~

아들이 수학여행을 떠나기에 시내 나가서 옷 한 벌씩 사 주니

“엄마! 고마워요.”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둘은 공부한다고 책상 앞에 앉아 버립니다.

“야~ 우리 뒷산에나 갈까?”
“싫어. 엄마나 다녀오세요.”




남편도 동창회 가고 없고, 혼자 그냥 보내기 뭣하여 등산화 챙겨 신고 나섰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이 오갔습니다. 아파트만 벗어나면 오를 수 있는 뒷산이라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찾게 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연둣빛으로 변한 산은 아름다운 수채화를 연상하게 하였고, 지저귀는 새소리는 나를 반겨주었으며, 귓볼 스치며 지나는 바람, 솔잎이 비벼내는 소리가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산모퉁이를 돌아 올라가니 어디선가 내 코끝을 자극하는 그 무엇, 바로 아카시아향기였습니다.

“어? 벌써 아카시아가 피었나?”

고개를 들어 이리저리 살피니 머리 위에 하얗게 핀 아카시아가 나를 향해 방긋 웃고 있었습니다.

“우와! 너무 예쁘다.”

혼자 감탄사를 내뱉으며 사진 찍기에 바빴습니다.






 

아카시아 꽃은 탐스럽습니다. 가시를 숨기고 푸르름과 하얀 꽃의 향기를 뿜어내는 순백의 자태는 나를 유혹하고도 남았습니다. 만개한 아카시아 꽃이 풍만한 전신을 늘어뜨린 모습이 한마디로 풍요롭기만 합니다. 아카시아 꽃에는 꿀이 많습니다. 이 꽃 저 꽃 옮겨 다니는 꿀벌의 날갯짓도 바쁘기만 합니다. 그래서 아카시아 꽃 숲에 들어서면 진한 향기에 누구든 어지럼증을 느낄 수밖에 없나 봅니다. 여린 바람이라도 스쳐 지나가면 꽃 주저리가 움직이며 아주 멀리까지 향기를 퍼뜨립니다.

▶ 선학산 정상에서 본 남강다리

 

아카시아 꽃은 내게 추억의 꽃입니다.

어릴 적, 아카시아 잎을 따면서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긴 사람이 계단 먼저 오르기도 하였고, 꽃을 따 꿀을 쪽쪽 빨아 먹기도 했었습니다. 사춘기 때에는 나를 '좋아한다.' '안 한다' 점을 치기도 했었고, 아카시아 잎을 다 따 내고 난 뒤 줄기를 가지고 예뻐지고 싶은 여린 마음에 친구들과 머리에 감아 파마를 하곤 했던 추억을 가득 담고 있는 아카시아 꽃 이였기에 내겐 그저 바라만 보아도 행복하기만 한 시간이었습니다.



 ▶ 가위 바위 보를 하고 난 뒤, 잎을 떼어 내고 줄기만 남깁니다. 
▶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를 돌돌 말아줍니다.
▶  부드러운 머리는 1분도 안 되었는데 이렇게 잘 나옵니다. 

그래도 엄마 마음 헤아린다고 감긴 했는데 학원가야 한다며 달아나 버린 딸아이에게 아름다운 추억하나를 만들어 주고 싶었습니다. 아련히 사라져 간 나의 추억을...... 어린이날 선물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아름다운 추억 없으신가요?

향수를 자극하셨다면 추천 부탁드려요 ^^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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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호라

    아까시나무꽃 향이 취할 듯 참 진하지요... 너무 번식력이 강해서 우리나라 토종 소나무 등의 설자리를 잃게 만들어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나무인데... 꿀 하시는 분들용 빼고 좀 뽑아버렸으면 좋겠어요. 아카시아파마라고 해서 저는 미용실에서하는 펌 종류인줄 알았네요. ㅋㅋ

    2009.05.06 15:02 [ ADDR : EDIT/ DEL : REPLY ]
  3. 리린

    내용과 별로 상관은 없지만, 아카시아의 올바른 학명은 아까시랍니다 ^^ 진짜 아카시아는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아까시와는 전혀 다른 수목이지요.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단단한 나무를 목재로 사용하기 위해 도입해왔을 때 잘못된 표기법까지 정착해버린 케이스입니다.... 라고 설교는 하고 있지만 저도 일상생활에서는 아카시아쪽이 더 입에 베어버린데다, 아까시라고 하면 거꾸로 뜻이 통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요^^;; 이렇게 많은 분들이 들러주시는 블로그에서 아까시라고 불러주시면 보다 정확한 우리말을 되찾는데 힘이 되지 않을까 싶어 댓글 답니다. 저도 어렸을 적 아까시나무 꽃을 따먹던 기억이 나서 기분이 좋네요 ^^

    2009.05.06 15:22 [ ADDR : EDIT/ DEL : REPLY ]
  4. 촉석루를 둘러싼 산성 곳곳에
    하얀 아카시아가 만발하고 향이 가득했었는데
    지금도 그런지 몰라요.

    저렇게 부지런히 다니시니 더울 수 밖에. ;)

    2009.05.06 16:3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꽃에 관심이없어서 실제로 본적은 없는데 사진으로 보니 예쁘네요.
    그나저나 꽃으로 파마했는데 파마가 잘됬네요..ㅎㅎ

    2009.05.06 16: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승수가연맘

    아이들 책에 아카시아 파마라는 책이 있어 그 책을 읽어주다가 알았는데.......
    이렇게 직접해보신 분이 있어서 놀랍네요^^

    2009.05.06 17:13 [ ADDR : EDIT/ DEL : REPLY ]
  7. 4241

    와..뒷산에 사까시아꽃..

    그나저나 뒷산이 있다니 정말 부럽..도시생활이 질려감..

    2009.05.06 18:08 [ ADDR : EDIT/ DEL : REPLY ]
  8. 구름나그네

    크~
    멋쟁이 되고파 많이 했지요.ㅎㅎ

    2009.05.06 18:31 [ ADDR : EDIT/ DEL : REPLY ]
  9. 아카시아향이 머리까지 가죠..
    아카시아향을 마시면 드뎌 완전한 봄이 왔다고 생각들더라고요..
    향기도 좋고 꽃 잎도..넘 부드럽고 희디 흰 색을 보면 맘까지 하얗게 되는 느낌..
    봄이 오면 아까이아 향이 그리워 지는 이유죠..

    2009.05.06 18: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합천댁

    우리 어릴땐. 항상 하던 놀이인데.. 이외로 사람들이 많이 모르는군요?
    아카시아꽃잎을 '밥'이라 하고..사금파리 그릇에 소꼽놀이 하면서.. 줄기로..파마.. 많이 했습니다.
    곱습머리가 되는게 .. 정말 신기했답니다..
    옛 생각이 나는군요..

    2009.05.06 19:48 [ ADDR : EDIT/ DEL : REPLY ]
  11. 어릴적 아카시아꽃을 먹기도 하고 놀이도(?) 했는데
    추억이 생각나네요^^

    2009.05.06 21: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앙크미마리

    이글이 절로 사람을 이끄네요...^^*..옛날에 울 여학교땐요 민방위훈련하면 사과밭쪽 산으로 대피를
    했지요...전교생이~~그럼 친구들과 옹기종기 수다떨면서 울 친구들이 아카시아잎을 잔뜩따서 잎을 따고
    그걸로 내 머리를 반절을 말았어요..거의 30분정도였나요?? ㅎㅎㅎ해제경보 울리기전에 말았던줄기를
    다 풀었는데...어쩜 그렇게 이쁘게 파마가 되어있던지..ㅎㅎㅎ울 친구들도 깜짝놀랬지요..
    교실로 들어가기전에 산에서 줄줄 흐르는 물을 머리에 발라 풀고들어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하얀꽃을 먹으면 달콤했구요.. 가위바위보해서 거꾸로들고 튕겨서 빨리 뜯어낸친구한테 알밤을
    맞기도하고~~ㅎㅎㅎ이젠 정말 이쁜추억이되었어요. 벌써 아카시아피는 5월이네요...놀러가고 싶어진다.~~^^*좋은글..좋은사진 감사해요~^^*

    2009.05.06 22:07 [ ADDR : EDIT/ DEL : REPLY ]
  13. 신기합니다.
    딸아이들과 산에 가면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곤 합니다.
    추억의 아카시아꽃이 탐스럽습니다.
    좋은 글 잘 봤습니다.^^

    2009.05.06 22:1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옛날에 여자 친구들,
    아카시아 줄기로 파마 많이들 했었지요.
    아카시아 꽃은 한줌씩 따서 먹기도 하고~~

    2009.05.06 22: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인문이

    5살때 이모가 아카시아나무 앞에서 파마를 해주셨어요.
    아직도 그 일이 생생해요 아카시아줄기로 파마를 한다는게 그때도 신기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머리숱이 많아서 완전 폭탄머리가 된지라 어렸지만 너무 창피했거든요.ㅎㅎ
    중학생때까지 시골에서 살아서 때되면 아카시아향을 쉽게 맡을 수 있었는데 서울로 이사오고 나서는 아카시아향을 맡아본지 꽤 오래된 것 같아요...

    2009.05.06 22:51 [ ADDR : EDIT/ DEL : REPLY ]
  16. 오오~~

    그동안 까맣게 잊고지냈었네요.. 저도 아카시아 파마 해봤어요. 동생이랑 동네 친구 머리도 해주고 그랬던거 같네요. 어떻게 하는지는 사진을 봐도 자세히는 잘 기억이 안나요.. 돌돌감아 어떻게 했지???
    덕분에 옛추억을 떠올리게 되었네요.. ^^ 저 살던 동네는 유난히 꽃이 많았거든요... 지금은 많이 변해서 꽃도 거의 다 없더라구요.. 올챙이도 콜라병에 잡고..(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잡았는지..징그러 ㅡㅡ;) 개나리 진달래도 꺾고 고사리도 꺾으러 다니고 밤도 줍고 또, 젓가락 곤로불에 달궈서 젓가락 파마도 하고..논엔 개구리밥이 한창이고..나무타고 지붕에 올라가 뾰족감도 따먹고.. 앵두도 따먹고.. 겨울엔 비료포대갖고 눈썰매 타고 아궁이불에 밤 구워먹고.. 참 추억이 많네요..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아련하기까지요...

    2009.05.07 00:04 [ ADDR : EDIT/ DEL : REPLY ]
  17. 요즘은 잊혀지고 있는 아카시파마죠^^

    2009.05.07 00: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별님

    그리워집니다.
    없이 살았어도 마음만은 행복했던 시절이었죠.ㅎㅎ
    잘 보고 갑니다.

    2009.05.07 05:53 [ ADDR : EDIT/ DEL : REPLY ]
  19. 아카시아 꽃이 참 탐스럽군요.
    저도 어릴적 아카시아 꽃 많이 먹었드랬죠.^^
    그러고보니 아카시아 꽃 정말 오랫만에 봅니다.

    2009.05.07 09: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상큼민트

    몇일전 신랑이랑 드라이브 하다가 님 블로그에 있는 내용 그대로 신랑한테 저의 어린 추억을 말해줬어요,,, 전 촌에서 자랐고 신랑은 도시에서 자랐는데 제가 말하니깐 안믿고 촌년이라 놀리더라구요,ㅎㅎㅎ
    님의 글을 보니 저와 어릴때 똑같은 추억을 갖고 있어 동감이 많이 납니다. 꿀쪽쪽 빨아먹던거 하구 잎사귀로 가위바위 보 한것,, 그리고 줄기로 파마까지 한것,, 어쩜 저랑 똑같은 추억이 있는지 신기하네요,,,

    2009.05.07 09:26 [ ADDR : EDIT/ DEL : REPLY ]
  21. 시골에서 자랐는데두 아쉽게도 아카시아 파마 추억은 없습니다ㅜㅜ,,,대신 어릴적추억 아카시아파마 소재로 아주 예쁜 어른들을 위한 동화책읽은적있습니다.
    그책에 보면 아카시아 파마 하는법이 나와 있더라구요^^
    전에 본 좋은책을 생각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9.05.08 20:46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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