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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아내 목욕시키는 남편

by 홈쿡쌤 2007.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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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남남이 만나 함께 지내면서 정말 사랑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하고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하실까요?.

아웅다웅 다툴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이기에 믿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게 부부가 아닐련지.....

 

며칠 전, 남편과 작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시어머님이 집에 며칠 계시면서 몸이 안 좋으신지 입맛을 잃으셨는지 잡수시는 게 영 시원찮았습니다. 그것을 본 남편이 마음이 불편한지, 낮에 전화를 해서는

"여보! 엄마 뭘 먹게 좀 해 드려라"
"갈치 사 놓은 것 구워 드리면 되지~" 했더니, 그냥 전화를 뚝~ 하고는 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마음에 걸려 마트에 들러 곰거리와 쇠고기 등 어머님이 먹을만한 것을 사려 나갈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을 그렇게 하니 나도 모르게 퉁명스럽게 해 버렸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퇴근을 하고 돌아 온 뒤에도 기분이 안 좋은 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시큰둥한 집안 분위기....

괜스레 나조차 화가 나, 말하기가 싫어졌습니다.  화가나면 빨래를 하고, 싱크대도 닦고 집안 대청소를 하는 버릇이 있어, 그 날은 아들방 책꽂이를 다 꺼집어 내어 정리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그런데 그 많은 책속에 든 작은 책자 하나가 나의 마음을 요동치게 만들었습니다.

 

아내 목욕시키는 남편  

                                     

                                              -글/저녁노을-


큰오빠의 청천벽력 같은 소식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멍한 사람이 된 지 며칠 째,

환절기에 찾아 온 개도하지 않는다는 여름감기마저 아직 나를 괴롭히고 있어,

집안 일, 아이들 돌보는 일에 많이 소홀 하게 됩니다.

며칠 전, 출장을 마치고 일찍 집으로 들어 가 모든 것 잊고 피로나 털어낼까 하고 누웠는데 어찌 알고 들어와 남편이 나를 일으켜 세웁니다.

"당신 얼른 일어나!"

"왜요?"

"병원 한번 가보자. 당신도 건강 채크 해야지."

안 간다는 말에 화까지 내기에 할 수 없이 따라나섰습니다.

피 검사, 보험도 되지 않는 초음파 검사,심전도까지 검사를 하였습니다.

그래도 6개월마다 오라는 병원, 일 년에 한 두번은 꼭꼭 찾고 있어 저의 병은 다 알고 있는 병으로,  선천적으로 물러 받은 안 좋은 간, 척추에서 엉덩이로 갈라지는 뼈 한쪽은 금이 가있고, 또 한쪽은 틈사이가 벌어져 있는 척추 전위증, 맥이 고르지 못하고 가끔 보이는 부정맥 등 겉보기 허우대 멀쩡해도 성한 곳 하나 없어, 늘 공동묘지 가서 바꿔오라는 말 자주 들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른 특이한 것은 안 보인다며 항상 주의하라는 말만 듣고 돌아왔습니다. 아주 편안한 기분 가지고 침대 속으로 들어 가 늘어지게 자버렸습니다. 저녁시간이 되어 식구들 끼니가 걱정되어 일어나니, 아이들 밥 다 챙겨 먹이고 설거지까지 해 두었습니다.

"일어나 밥 먹어"

"안 먹고 싶다"

"그래도 조금은 먹어야지"

차려주는 밥 먹고 깊은 잠에 빠져들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아이들이 벗어 놓은 옷가지손빨래를 하며 쭈그리고 앉아 옷감 비비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옥장 판 따뜻하게 하고 이불을 푹 둘러쓰고 한 숨 자고 나니 땀이 온 몸을 흠뻑 적셔 버렸습니다.

잠시 후, 아이들 불러 둘을 말끔이 씻어 밖으로 내 보내는 것을 보고,

나도 살며시 뱀 허물 벗듯 옷을 벗고 화장실로 들어갔습니다.

"당신 감기하면서 샤워를 왜 하노? 하지 마!"

"자면서 땀 흘러서 ..."

"목욕탕이나 갔다 와!"

"왔다 갔다 하는 것 싫어"

움푹 들어 간 눈, 기운 빠진 몸 마냥 서 있으니 따뜻함을 느낄 정도로 샤워기 물을 틀어가며 이태리 타올로 때 밀어 주고, 깨끗하게 비누질 까지 해 줍니다.

내 피부에 묻어 나온 땀방울,

내 몸속에 있는 노폐물, 내 마음속에 있는 아픔까지 깔끔하게 쓸어내려 주는 내 남편입니다.

"여보! 아내한테 이렇게 발가락 까지 씻어 주는 사람 있을까?"

"왜 없을까 봐?"

"차암나. 아무도 없을 거야"

그냥 피식 웃고 말았지만, 당신이 내게 주는 그 사랑, 하늘만큼 땅만큼 임을 다 알고 있습니다.

사근사근 나긋나긋 애교 부리지 못하고,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고,

한 번씩 투정부리면서 퉁명스럽고 다듬어지지 못한 말투가 늘 불만인 당신의 그 마음까지....

이렇게 몸과 마음까지 많이 아프고 지칠 때, 내가 기댈 수 있고,

위로 받을 수 있는 곳은 유일한 내 당신임을 알아줬으면....

이제 기운차려 가면서 당신 눈을 벗어나지 못하는 늘 걱정하는 아내보다는,

당신의 그 힘겨움 내가 안아줄 수 있도록 제자리 찾아 갈게요. 마음 크게 먹고...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당신을 나도 한없이 사랑합니다. 영원히....

 

                                                              2004년 06월 19일


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나고 안 계신, 큰오빠의 간암 투병생활로 마음과 몸이 몹시 지쳐있을 때의 심정을 함께 담아 책자에 인쇄되었던 글이었습니다. 이런남편에게 서운한 말 한마디에 삐친다면 도리가 아닐 것 같아 살짝 곁에 다가 앉으니,

"당신은, 알아서 그렇게 다 사오면서 말을 퉁명스럽게 하냐?"
".............."
"미안해, 전화를 끊어서...안 그래야지 하면서도 안 되네"
결국 난 또 먼저 미안하다는 소릴 하지 못하고 입을 꾹 다물어 버렸습니다.

말로는 하지 못하는 그 말, 이렇게 지면으로 하게 됩니다. 

당신을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고마워요 늘~~~

나를 많이도 사랑해 줘서............

우리 가족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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