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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부모님 용돈, 얼마나 드리고 계시나요?

by 홈쿡쌤 2007. 1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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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용돈, 얼마나 드리고 계시나요?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몸은 고달파도 형제간의 따뜻한 정 나누는 추석이었으니까요.

난 시어머님께 복숭아씨와 한방 약초가 든 베개를 선물을 준비했었고, 남편은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10만원을 드립니다.

"엄마! 지갑에 돈이 별로 없네!"

"아이쿠 많이 줘야 좋나?"

"집에 오심 더 드릴게"

셋째 아들이면서 꼭 막내처럼 엄마라 부르고 반말을 합니다.

그리고, 아들이 주는 용돈이라 그런지 사양도 하지 않고 덥석 받아 넣으시는 어머님이십니다.

시골에서 마땅한 벌이도 없이 사시는 시어머님, 명절이 되면 그래도 아들 며느리, 딸, 사위가 전해주는 용돈으로 호주머니가 두둑해지십니다.

평소에는 인천에서 살고 있는 바로 밑에 삼촌과 고명딸인 시누이는 매월 10만원씩 꼬박꼬박 어머님의 통장으로 부쳐 주곤 합니다. 잘 살았으면 좋으련만 모두 고만고만 그렇게 살아가는 형제들입니다. 간간히 우리 집에 오시면 차비 좀 챙겨 드리고, 그리고 나머지 돈은 필요할 때마다 형제간에 월 3만원씩 모은 계금에서 지출하곤 합니다. 명절, 제사, 생신 때에도, '우물 파신다,' '방아 사 달라' '기름 떨어졌다' 하시면 형제간에 모은 공금으로 얼른 찾아 드리곤 합니다.

혼자 사셔도 이래저래 많이 쓰이는 게 또 돈 아니겠습니까.

명절에 받은 돈도 손 자녀에게 또 되돌아가곤 하는 게 우리 어머님의 용돈 사용처입니다.


아이들의 중간고사가 코앞이라 차례지내고 산소에만 갔다가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버려 할 수 없이 추석날 어머님을 혼자 두고 오게 되었습니다.

"달팽이처럼 또 내 혼자여야 하나?"

그 말에 가슴이 뭉클 해 졌습니다.

"여보! 당신은 그냥 엄마 곁에 주무세요. 내일 데리러 올게요."

"혼자 늘 계시면서 뭘~"

"그래도 그게 아니잖아요!"

"엄마! 나 가도 되것제?"

"그럼 얼른 가라 아그들 배고프것다."

".................."

불효자가 되어 발걸음 무겁게 차를 몰고 왔습니다.

쓸쓸히 혼자 보름달을 보시며 또 자식들을 위해 소원 비실 시어머님을 혼자 두고서....


어제는 자는 녀석들 깨워 이모 집에 들러 땀 흘려 따온 밤을 전하고, 시외삼촌댁에 들러 인사까지 하고 오니 오전이 후다닥 달아나 버립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니 전화가 따르릉 울립니다.

"야야~ 밤산에 밤이 너무 많아서 저걸 어쩌냐?"

형제들이 반대편 산에 있는 밤은 줍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엄마는 그냥 버려라."

"안 된다. 주워야 혀~"

추석 날, 밤 줍는다고 모기에 물리고 가시에 긁힌 자국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 밤을 주우러 오라고 하니 너무 힘이 들어 사실은 '그냥 한 톨 사 먹지' 했던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혼자서 또 산허리를 타고 있을 것이라 여긴 남편은

"나 혼자 갔다 올게"

"나도 따라 갈게"

"아니야. 아이들 저녁 챙겨주고 있어"

"..............."

그렇게 혼자 시골을 다시 나가 밤을 줍고 밤 늦어서야 돌아왔습니다.


"엄마랑 저녁 먹었겠네!"

"응~"

"맛있었겠다."

"그럼, 울 엄마가 담근 김치 맛이 최고지"

그렇게 다녀온 이야기를 오순도순 앉아서 나누었습니다.

"당신, 옆집 할머니 알지?"

"알죠."

"그 집 아들이 와서는 엄마 보러 말 좀 해 달라며 하고 가더라."

"뭐라고?"

자초지종을 듣고 보니 참 딱하다는 생각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웃집 할머니는 어머니와 친하십니다.

큰아들 집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면서 돈이 궁했던지 밤을 따서는 아들 몰래 우리 어머님께 가져와 농협에 팔아서 돈이 나오면 받아 간다고 하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어머님도 공범이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아들은 시어머님을 찾아 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세요." 하더란 것이었습니다.

우리 집 가까이 둘째 아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손 자녀들에게 용돈이라도 주려고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요?

풍족하지 못한 시골 생활이기에 큰아들도 용돈을 많이 드리지 못하고 살아서 그런지 자세한 이유는 몰라도 참 씁쓸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보기에는 10kg 정도 되어 보였고, 1kg 당 1,200원으로 팔아 봐야 12,000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량이라고 하였습니다. 허긴, 작은 돈이 모이면 또 큰 돈도 될 수 있으니...


차라리 용돈을 좀 달라고 했음 어땠을까요?

달라는 소릴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는 되었습니다.

땀 흘리며 일하는 아들의 노동의 대가가 어느 정도이니 알고 있으니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겠지요.


저도 처음엔 시어머님이 '뭐 해야 된다'며 전화를 하실 때에는

꼭 맡겨 놓은 돈 달라하시는 것처럼 못 마땅히 여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돈이 있으면 당당히 말씀하시는 시어머님이 참 고맙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육남매 공부시키느라 허리가 휘시고, 지금은 다 내어주고 홀로남은 소라껍질처럼 지내시고 계시기에 더욱......

 

지금도 고향 지키시며 사는 우리 부모님, 그렇게 큰 효도 바라시지 않을 것입니다.

안부전화 자주 나누며, 서로 마음 헤아리며 살아가는 우리 되었음 하는 맘 간절하였습니다.

 

여러분은 부모님께 용돈 얼마나 드리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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