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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의 자가용 '유모차'
찬바람이 쌩쌩 불어옵니다.
군불 넣은 따뜻한 아랫목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얼마 전, 텅 빈 친정집에 들렀을 때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다가 발견한 유모차....
어느 곳을 가도 유모차는 우리 어머님들의 자가용이었습니다.
자식위해 당신의 모든 것 다 주고 나니 남은 건 아픔뿐인 우리 시어머님.
이젠 동네 앞 버스정류장까지도 걸어 나오시지 못하고, 모시러 가지 않으면 시내에도 잘 나오지 못하시는데 어느 날 혼자 버스를 타고 오신 어머님께
"어머님 어떻게 오셨어요? 다리도 아프시면서……."
"자가용 안 있나?"
"자가용?"
"응. 유모차 저거 없으면 아무것도 못해."
뒷마당에 있는 채마들 거둬들일 때에도, 산에 있는 떨어진 밤 주워 올 때에도, 불 지피기 위해 마른 나뭇가지 주워올 때에도 꼭 사용하게 되는 유모차입니다.
5일장이 서는 날이면 친구들과 어울러 나들이를 할 때에도 끌고 나와 버스 정류장에 세워두었다가 시장바구니를 실고 집으로 돌아오면 무거운 짐도 실어주고 지팡이 노릇도 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 둘 비어가는 시골집이지만, 밤이면 오순도순 모여앉아 이웃과 정 나누는 어머님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아이 둘 실고 다니며 재롱 피우는 것 보며 행복 해 하시다,
녀석들 다 자라고 나니 필요 없는 유모차가
이제 우리 어머님의 자가용이 되어 굴러가고 있었습니다.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시길 바라는 맘 간절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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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눈물이 납니다.
추천 꾹
답글
지팡이 노릇 단단히 해 주는 유용한 유모차
울엄니 한테도 하나 가져다 드려야 할 듯...
답글
우리 어머님의 모습입니다.
에공 슬프다.
답글
유모차 하나만 구해달라시는 친정 어머니께 그딴걸 뭣하러 구해달라라며 면박을 주었드랬습니다.벌써 그걸 사용하실때가 되었나 싶어 속상해서였습니다. 구해드리자니 너무 가슴이 아파서 머뭇거리는데 어머니 어디선가 벌써 구해 사용하십니다. 볼때마다 가슴이 저려오네요.
답글
가끔 시골분들 저거 끄시는거 보면서 지팡이 짚으시지.. 했는데.. 티비에서 노인들 지팡이 짚을 힘이 없어서 저게 더 편하다는 말 듣고 이해가 가더군요.. 잘 읽고 갑니다...^^;
답글
진산다방? 혹시 대둔산 밑... 같은 고향분이시라면 반갑습니다.
님의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심정이 느껴지네요
답글
사실 지팡이보다 훨씬 안전하고 좋아요..
그리고 무거운 짐이나 가방등도 저기다 싣고 오고
그리고 장보기도 좋고
아주 쓰임새가 좋은 자가용 맞습니다.
제 주변분들이 꽤나 많이 밀고 다니십니다
모든 부모님들 정말 우리들 곁에 오래도록 머물려 주시길..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