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있는 식탁2013.08.05 06:08


친구와 함께 먹을 고3 아들을 위한 식탁






며칠 전 시어머님의 87번째 생신이었습니다.
파킨슨병과 치매가 찾아와 요양원 생활을 하신 지 3년이 넘어갑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혼자 시골에서 생활하신다던 분이었는데
형제들이 모여 의논 끝에 할 수 없이 요양원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음력 6월 25일, 무더위 느끼는 한여름에 태어나신 시어머님입니다.
해마다 온천장 가까이 있는 콘도를 빌려 1박 2일
생신이 가까운 주말에 형제들이 모여
어머님의 생신을 축하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고3인 아들,
휴일도 없이 학교에 가기에 남편과 딸만 보내고 남아야 할 것 같아
"아들! 내일 할머니 생신 축하하러 부산 가는데 엄마는 그냥 안 갈란다."
"왜?"
"너 혼자 밥 챙겨 먹어야 하잖아."
"아니, 내가 어린애야? 한 끼 그거 못 차려 먹을까 봐?"
"그래도..."
"괜찮으니 잘 다녀오세요."
"아침에 못 일어나면 어떡해?"
"친구 데리고 와서 잘게. 그럼 일어나겠지."
"그럴래?"
"그럼요. 축하 많이 해 드리고 오세요. 제 몫까지.."
"알았어."
언제 이렇게 자랐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를 데리고 온다고 하니 할 수 없이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꺼내 후다닥 상차림을 해 보았습니다.



1. 김치찌개

▶ 재료 : 묵은지 1/4 쪽, 돼지고기 100g,

▶ 만드는 순서

㉠ 돼지고기와 김치를 썰어 먼저 볶아준다.
㉡ 물 1컵을 붓고 마무리한다.






2. 모둠 전

▶ 재료 : 크래미 5줄, 꽈리고추 10개 정도, 밀가루 3숟가락
            달갈 1개, 햄 약간,
           

▶ 만드는 순서


㉠ 크래미는 절반으로 잘라 꽈리고추에 끼워준다.
㉡ 밀가루 달걀 순으로 입혀 노릇노릇 구워내면 완성된다.
㉢ 햄도 달걀을 입혀 구워낸다.

 






 

3. 청양초 달걀말이


▶ 재료 : 달걀 5개, 청양초 6개, 콩기름, 소금 약간

▶ 만드는 순서


㉠ 달걀은 알 끈을 제거하고 소금을 약간 넣어 잘 풀어준다.
㉡ 청양초는 곱게 다져 풀어둔 달걀에 넣어준다.
㉢ 프라이팬을 달궈 1/2만 부어준 후 돌돌 말다가 다시 1/2을 부어 말아주면 완성된다.



 

 



▶ 완성된 모습





4. 족발 냉채


▶ 재료 : 족발 100g, 오이 1/3개, 양파 1/2개, 부추 약간
            소스 : 간장 3숟가락, 매실 엑기스 3숟가락, 물 3숟가락, 마늘 약간

▶ 만드는 순서


㉠ 부추, 양파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준다.
㉡ 오이는 어슷하게 썰어준다.
㉢ 썰어둔 부추와 양파는 접시에 먼저 깔아준다.
㉣ 오이와 족발을 위에 올려 마무리한다.


㉤ 준비된 재료를 넣고 끓여주면 완성된다.





▶ 완성된 냉채





▶ 열무김치




▶ 단배추 물김치



▶ 깻잎 김치




▶ 어묵 채소볶음




 

 




▶ 볶음밥 재료


반찬을 다 만들고 나니
"엄마! 그냥 나 김치 볶음밥 해 먹을 게."
참치 하나만 사 놓고 가라고 합니다.
"그럼, 엄마가 집에 있는 재료 썰어두고 갈게."
"내가 뭐 어린아이야?"
잘할 수 있다며 버럭 화를냅니다.

5살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던 아들인데 말입니다.






 


▶ 아들을 위한 메모
 





볶음밥을 하니 꼭 질어진다고 말을 해 설명을 해 주고
간단한 메모까지 해 두고 다녀왔습니다.

프라이팬을 보니 볶음밥을 해 먹은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아들! 맛있게 먹었어?"
"당근이죠."
참 많이도 자란 아들 녀석이 대견스럽습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는 수능을 위해 기운 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자 아자 화이팅^^










여러분의 추천이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노을이의 사는 이야기 자주 만나 보고 싶다면 정기구독 해주세요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아드님이 엄마의 정성이 담긴 맛난 음식들을 먹으니 더 대견하게 잘 자라는 것 같네요~^^

    2013.08.05 08: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정말 엄마의 마음만큼 푸짐한 반찬이네요

    2013.08.05 09:07 [ ADDR : EDIT/ DEL : REPLY ]
  4. 잘 보고 갑니다

    2013.08.05 09: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음식솜씨가 짱입니다
    월요일을 기분 좋게 시작하세요~

    2013.08.05 09:2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크~~~
    언제봐도 부러운 밥상입니다.

    2013.08.05 10:01 [ ADDR : EDIT/ DEL : REPLY ]
  7. 정성이 정말 대단하시네요~ㅎㅎ 푸짐하고 넘 맛나보여요^^

    2013.08.05 10:15 [ ADDR : EDIT/ DEL : REPLY ]
  8. 족발과 계란말이, 모듬전이 제일 맛있어보입니다.
    모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네요 ㅠㅠ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3.08.05 1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족발냉채...이거 너무 맛있어보이는데요^^

    2013.08.05 10: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이야~정성이 가득해보이는구요^^

    2013.08.05 11:2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정말 듬직한 아드님이네요.
    노을님!
    정상스런 반찬~
    맛있게 보고 갑니다. ^^

    2013.08.05 11:46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드님,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더 높아졌을 것 같습니다. ^^

    2013.08.05 11:48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정말 맛나보이네요~ ^^
    저도 먹어보고 싶어집니다~ ㅎㅎ

    2013.08.05 11: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가끔은 아드님의 친구가 되고 싶습니다. ^^

    2013.08.05 12:0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아드님이 맛있는 음식 먹고 힘내서 수능 꼭 잘 칠꺼에요^^

    2013.08.05 12:3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비밀댓글입니다

    2013.08.05 12:33 [ ADDR : EDIT/ DEL : REPLY ]
  17. 엄마가 해주는 김치찌개가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ㅠ
    제가 만들어도 어찌 그런 맛이 안나는것인지. ㅠㅠ

    2013.08.05 12: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정성이 가득한 밥상이군요~
    덕분에 잘 보고 간답니다~

    2013.08.05 12: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아들이 S대 꼭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엄마의 정성으로는 하버드도 문제 없습니다. ^^

    2013.08.05 12: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음~ 맛있겠네요. ^^
    아드님은 행복하겠습니다. ㅎㅎ

    2013.08.05 12:4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매번 볼때마다...이게 어떻게 후다닥 차린 밥상이지? 도대체 어떻게하면...;;;
    이란 생각으로 감탄을 합니다 ㅎㅎ

    2013.08.05 13:4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할머니 생신, 아들의 한마디로 뭉클했던 사연



지난 일요일은 음력 6월 25일, 알츠하이머와 치매로 요양원 생활을 하고 있는 시어머님의 86번째 생신이었습니다.
무더위에 집에서 손님 치르는 게 힘들다며 하나밖에 없는 시누가 콘도 하나를 빌려 간단하게 보내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 시어머님의 생신을 어떻게 해야 할 지 시누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형님! 일요일이 어머님 생신인데 어쩌죠?"
"응. 저번에 내가 알아서 한다고 했잖아."
"그래도. 걱정돼서..."
"콘도 빌러 놓았어."
"뭐 준비해 갈까요?"
"준비할 거 없어. 그냥 입만 가지고 와!"
"그래도 돼요?"
"그럼."
폭염까지 겹친 더운 여름 손님 치르는 일 예삿일이 아닌데 쉽게 넘기게 되었답니다.



우리 집 두 녀석 고3인 딸, 고2인 아들,
방학이지만 한창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는 시기입니다.

저녁 늦게 들어오는 아들에게
"아들! 토요일에 할머니한테 갈 거니?"
"자고 와요? 몇 시에 출발할 건데?"
"네가 마치면 출발하지 뭐."
"알았어요."
"따라갈 거니?"
"엄마는 당연히 가야죠. 공부도 중요하지만 자식 노릇은 해야지요."
"................"
할머니 손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 사랑 끔찍하긴 합니다.
그래도 깜짝 놀랐습니다.
아들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그래, 이렇게 생신을 차려드릴 일이 몇 번이나 남았겠니?
그리고 자식 노릇이 뭐 별거겠니?

얼굴 한 번 더 보는 게 효도란 걸 아는 녀석 같아 흐뭇하였습니다.



 고3인 딸아이에게
"딸! 도시락 2개나 싸야 하는데 엄마는 그냥 안 갈란다."
"우리 집에서 안 해?"
"응. 부산 고모가 오라고 하네"
"왜 안가? 신경 쓰지 말고 다녀오세요. 내가 다 할 수 있어요."
"그래도 신경 쓰이잖아."
"엄마가 신경 쓰는 게 더 부담스러워요."
"..................."
"못 가서 죄송하고 할머니 생신 축하한다고 전해줘요. "
"알았어"

언제 이렇게 자라버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어쩐지 가슴 뭉클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곱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




더운 날, 집에서 손님 치르기 힘들다고 고명딸인 시누이는 콘도를 빌려 우리를 모이게 했습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생선 굽고 나물을 장만하고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형님은 물김치, 깍두기 등 밑반찬을 만들어 왔습니다. 

"어머님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너희들이 다 했지 내가 했나?"
"그래도 어머님 생신이라 잘 먹었다구요."
"나도 잘 먹었다."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할머니와 도란도란 얼굴 마주하며 지내는 조카와 아들을 보니 저 역시 흐뭇했습니다.





집안에만 있으면 뭐하냐고 하시며 밖으로 나가자고 합니다.
고모부와 함께 금정산에 올랐습니다.

한 때는 부산의 명소였는데 이제 찾는 사람이 별로 없어
곧 폐쇄된다고 합니다.




무더운 햇살이 내리쬐지만,
싱그러운 자연 속에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씻어 주기도 했습니다.




캐이블카를 타고 오르내렸습니다.







온천장이라 길거리 족욕탕이 있었는데 아쉽게도 휴장이었습니다.





점심은 시장에서 횟감을 준비해 왔습니다.





고3인 딸만 빠지고 온 가족이 함께한 1박 2일이었습니다.
어머님의 몸이 불편한 관계로 식당에 나가는 일은 생각지도 못하기에
이렇게 집안에서 보내고 왔습니다.

형제들과 오랜만에 만나 서로 얼굴을 보며 지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형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어머님, 생신 축하드립니다.
더 나빠지지만 마시고 우리 곁에 오래오래 계셔주세요.^^





여러분의 추천이 글쓴이에겐 큰 힘이 됩니다.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아이들이 공부하느라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도리는 해야 한다고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하지요.
    고등학생이니 명절 때 할머니 댁에 안가도 되는 걸로
    가르치면 늘 그래도 되는 것으로 알지 않을까 싶어요.
    어른 섬길 줄 아는 노을님네 두 자녀들은 아마 더 크게 될 거예요.

    2012.08.15 08:51 [ ADDR : EDIT/ DEL : REPLY ]
  3. 노을님의 포스팅을 보면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봅니다. ㅅ시어머님의 병환이 빨리 완쾌되길 빌어 봅니다
    즐거운 시간 되세요.

    2012.08.15 08:5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부모를 보면 그 자식을 안다고 하죠?..
    효녀에 효손들입니다.. ^^

    2012.08.15 09:23 [ ADDR : EDIT/ DEL : REPLY ]
  5. 아 고 3 따님^^
    이 따님이 청국장 맛있다고 했죠?
    이쁜 딸^^

    늘 주변에 가족의 화목이 있어 좋아요.

    2012.08.15 09: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가족간의 정이 정말 돈독해 보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2012.08.15 09: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따님을 잘 키우셨네요
    든든하시겠어요 ^^

    2012.08.15 09: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아이들이 기특하네요.. ^^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

    2012.08.15 09:40 [ ADDR : EDIT/ DEL : REPLY ]
  9. 청솔객

    자녀분들을 올곧게 잘 키우셨습니다.
    어머니의 생신 저도 축하드립니다. 늦었지만...

    2012.08.15 09:48 [ ADDR : EDIT/ DEL : REPLY ]
  10. 시어른 생신이었군요...
    저희할머님께도 같은 병이세요.
    지금 요양원 계시고 98세입니다.

    글을 읽으니 마음이 짠합니다.
    가족들이 모두 마음씀이 넉넉하여 참 좋습니다.
    이런 행복은 모두의 노력과 이해심 없으면 불가능하더군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려요

    2012.08.15 10:2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보기 좋습니다. 비록 치매이시지만, 아마도 사랑 많이 받고 계신 어머님, 다 아실것 같습니다.

    2012.08.15 10: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풋풋한 정이 느껴집니다.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12.08.15 10:5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노을님의 글은 늘 마음을 훈훈하게 하네요
    어머님 생신 축하드리고 오래오래 건강하시길 바랄께요

    2012.08.15 12: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정말 훈훈하네요~

    2012.08.15 12: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노을님께서 평소에 부모님께 잘 하시기에..
    자녀분들도 .. 예쁜마음 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2012.08.15 1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노을님께서 평소에 부모님께 잘 하시기에..
    자녀분들도 .. 예쁜마음 보고 배운 것 같습니다...

    2012.08.15 12:2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아드님 따님이 정말 너무 훌륭하네요
    저희딸도 그렇게 이쁘게 커야할텐데^^
    시어머님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시길 바래요^^

    2012.08.15 13: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신록둥이

    아이들이 참 잘 자랐습니다.
    요즘 아이들 가족모임에 참석 안하려고들 하는데....
    화목한 집안 분위기에 흐뭇해지는군요~

    2012.08.15 13:50 [ ADDR : EDIT/ DEL : REPLY ]
  19. 아니... 금강공원이 폐쇄된데요??? 잉?????! ㄷㄷㄷ

    2012.08.16 10:4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생신 축하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2012.08.16 15: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저녁노을님 자녀분들 다들 정말 착하고 바른 것 같아요. ^^
    정말 매번 읽으면 늘 웃음이 나와서 너무 좋아요.
    행복한 미소요. :)

    2012.08.16 17:00 [ ADDR : EDIT/ DEL : REPLY ]



할머니 생신에 쓴 조카의 가슴 뭉클했던 편지



주말 저녁은, 치매와 알츠하이머로 요양원에 계시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나와 생신 잔치를 하였습니다. 가까이 사는 막내 동서네에서 형제들이 모였습니다.

음력 6월 25일, 월요일이 시어머님의 85번째 맞이하는 생신이었습니다.
모두가 멀리 떨어져 생활하고 있어 주말에 모이자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막내 동서네에서 준비한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불편하였습니다.
연수 중이라 사실 손님 치르는 게 작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으로 모셔올까 하고 시누인 형님에게 전화했더니
"엄마 멀미를 해서 멀리 못 가. 그냥 가까운 데서 하자."
"그래도. 동서한테 미안하잖아요."
"뭐가 미안해. 너만 하라는 법 어딨어? 한다고 하니 아무 말 하지 마!"
"네. 알겠습니다."
동서 역시 집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생활을 하며 음식을 차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운 여름이라 더욱 말입니다.





 


아들 녀석 봉사활동이 있어 6시에 마치고 출발하니 주말이라 차도 막혀 저녁 8시나 되어 도착하였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모두 와 있고 우리가 마지막으로 도착하였습니다.
"형님! 식사하세요."
맛있는 음식들이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회는 부산 형님(고명 딸 시누이)이 사 오셨어요."
"우와. 이 많은 음식 어떻게 한 거야? 오늘 출근했잖아."
"새벽에 일어나 해 놓고 출근했어요."
"고생했어."
"아닙니다. 형님은..."
잡채, 무 쌈말이, 갈비찜, 각종 나물, 생선, 미역국, 오징어튀김과 전, 샐러드 등
손이 어딜 갈 지 모를 정도로 차려냈던 것입니다.

저녁밥을 먹고 난 뒤, 조카 둘이 장만했다는 케이크와 과일이 차려지고
축하 노래를 불렀습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 사랑하는 할머니! 생신 축하합니다."

온 가족이 입을 모아 축하노래를 불렀습니다.
어머님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였습니다.
촛불을 끄고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조카가 할머니에게 쓴 편지를 읽어 드렸습니다.






                    ▶ 초등학교 4학년 조카의 편지입니다.


<중략>
케이크를 오빠랑 저랑 돈을 모아서 샀어요.
좋아해 주면 좋겠네요.
제가 요즘 할머니께 평일에 못 가서 죄송해요.
시간이 잘 안 맞아서 못 갔네요.
이제는 자주 갈게요.
그리고 할머니! 100살 넘게 사셔야 되요.
할머니가 돌아가신다는 상상은 안 해 봤거든요.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할머니가 없으면 아빠가 없고, 아빠가 없으면 저도 없었기 때문이에요.
정말 감사해요.
오래오래 사세요.
사랑해요.♡

할머니를 사랑하는 손녀 올림




손녀가 읽어주는 편지를 듣고 어머님은 살며시 안아주면서 등을 토닥입니다.
우리 모두의 눈가는 촉촉해져 버렸습니다.
 "우리 예린이 다 컸네. 그런 생각을 다 하고."
부끄러워 하며 수줍은 미소만 짓고 있는 녀석입니다.

어머님과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하룻밤을 자고 왔습니다.
동서는 만들어 놓은 반찬에 얼큰한 대구탕 한 그릇으로 아침밥을 차려냈습니다.
"어제 술도 안 먹었는데 너무 맛있다."
남편이 제수씨를 향해 칭찬합니다.
천사같은 동서와 그것을 보고 자란 조카의 고운 마음을 보았습니다.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셔다 드리고 각자의 생활터로 떠났습니다.
대학에서 운영하는 요양원이라 홈페이지 관리도 잘하고 있어 하루 하루의 생활이 사진으로 올라와 어머님의 근황은 늘 살피고 있습니다. 많이 좋아지신 어머님을 보니 마음이 놓입니다. 집에서 걸어 10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은 곳이라 막내 아들은 자주 들락거리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았음 하는 맘뿐입니다.

동서야! 고생했어.
그리고 고마워^^




글이 마음에 들면 추천 한방!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정기구독+ 해주세요.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전 댓글 더보기
  2. 초등학교 5학년이 참 기특하고 맘 씀씀이가 이쁘네요.
    덕분에 제 가슴까지 뭉클해지네요

    2011.07.26 13:4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정말 글도 너무 이쁘게 쓴거 같아요...

    큰 감동을 주는거 같아요

    2011.07.26 14: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정성껏 편지도 길게 적었네요.
    할머니가 참 기뻐하실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니 우리 조카들은 편지가 너무 짧은것 같군요.ㅎㅎ

    2011.07.26 15: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정말 사랑스러운 손녀네요^^ 할머니께서 정말 행복해 하셨겠어요

    2011.07.26 15:23 [ ADDR : EDIT/ DEL : REPLY ]
  6. 콩심은데 콩난다는 지극히 당연한 속담이 생각나는 글입니다.
    사진으로 글씨만봐도 정성드려 쓴 느낌이 전해집니다.^^

    2011.07.26 16: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노을님이 잘 하시니~~~ 주위의 모든 사람들도 잘 하는 것 같아요~
    많은 진심어린 사랑을 느끼셔서~ 오래 오래 건강하실꺼예요~

    2011.07.26 16:3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너무너무 착한 손녀네요^^
    잘 보구 갑니다^^

    2011.07.26 16: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저 어릴적 생각이나네요...
    저역시도 외할머니께 오래오래 사시라구,
    100살 까지 사시라고 했었는데...
    진짜로 100살까지 사시네요...
    진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지실거에요^^
    우리외할머니도 이제 110까지 사셌음 좋겠네요..^^

    2011.07.26 17: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아고 이쁜거~
    정말 사랑스러워서 꼭 껴안아주고 싶어지네요.
    고운 글에 저도 행복해지고 갑니다.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2011.07.26 17: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너무 흐뭇~한 글이네요.ㅎ
    잘읽고 갑니다^^

    2011.07.26 18: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행복한 생신을 맞이하셨네요.
    가족들과 같이 지내셨으니까요...그리고
    손녀의 사랑가득한 편지까지...
    늘 건강하시길 기도할게요~

    2011.07.26 19: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아이들의 편지는 맘이 담겨있어 찡한 거 같습니다.^^

    2011.07.26 20: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아이가 침으로 곱게 자랐군요
    화요일 밤을 잘 보내세요~

    2011.07.26 20:3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행복한 시간을 가지셨군요.

    축하 드립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조카의 편지도 따뜻해요.

    2011.07.26 21: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저는 어머님이 회복되셨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하루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1.07.26 21: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이런편지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굉장히 좋아하시죠 ^^
    제 친척 동생들도 이런거 자주 쓰거든요 ~ ㅎ

    2011.07.26 23: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좋은글 잘보고 꾹꾹 누르고 갑니다.

    2011.07.26 23:5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좋은글 잘보고 꾹꾹 누르고 갑니다.

    2011.07.26 23:5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손녀의 사랑이 듬뿍담긴 케잌이네요.
    보약이 따로 있겠습니까. 저 케잌이 만병통치 불로 케잌입니다!! ^^
    블로거도 할머니 생일 축하드립니다. ^^*

    2011.07.27 00: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너무나 예쁘게 잘 썼네요 ㅠ.ㅜ)b

    2011.07.27 11: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피서지에서 '시어머님을 위한 밥동냥'


음력 6월 25일은 시어머님이 태어나신 날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더위와 함께 태어나셨기에 시골집에서 가족이 모인다는 게 힘이 들어 우리 집과 가까운 식당에서 84번째 생신을 맞이하셨습니다. 외삼촌네 가족과 사촌들이 참석하여 축하를 해 주셨습니다. 식사를 끝내고 난 뒤 그냥 헤어짐이 너무 아쉬워하고 있을 때,

“우리 지리산 계곡 놀러가자!”
“식구들 끼니는 어쩌구?”
“그냥 가서 사 먹으면 돼...”
“그럼 우리야 좋지~ 돈이 많이 깨져서 탈이지....”
“돈? 놀러나가서 사 먹는 것도 재밌잖아”
“확실한 휴가가 되겠네.”

어디를 가나 여자들은 먹을 것 챙겨내는 것도 힘겨운 일인데 그것 줄여준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주부 어디 있겠습니까?  다행히 고명딸인 시누가 김치도 챙겨오셨고, 시어머님이 자식들 나눠 주려고 물김치 담아 온 것 있었습니다. 맛있게 담은 김치 하나 있으면 다 해결되는 우리네 식탁입니다. 항상 멀리 떨어져 살고있기때문에 자주 모이지도 못하는 형제들이기에 간단히 마트에 들려 아이들이 먹을 과자와 과일을 사서 지리산 계곡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먼저 와 자리를 잡고 앉았지만, 경기가 안 좋고 고유가라 그런지 그렇게 붐비지는 않았습니다. 남편이 잘 알고 지내는 분이 운영하는 산청차를 팔고 식당을 겸하고 있는 마을회관 비슷한 곳에 짐을 내려놓았습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으로 들어서니 송사리,  다슬기들이 노닐고 있었고, 시원한 바람과 계곡물이 전해주는 서늘함으로 무더위는 저절로 사라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배고프다는 우리 아이들
“엄마! 배고파~~”
한방 삼계탕을 5마리를 시켜 15명이나 되는 대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숟가락을 들려고 하는데 “아참~ 어머님은 닭고기 안 드시잖아!”
아들이 돼 가지고 엄마가 뭘 못 드시는지도 모르고 삼계탕을 시켜놓았던 것입니다.
할 수 없이 식당주인에게 부탁하여 밥 한 그릇만 해 달라고 하여 저녁을 해결하였습니다.


  우리가 짐을 풀은 식당에서는 아침밥을 하지 않는다고 해 삼계탕을 먹고 난 뒤 나오는 죽과 컵라면으로 대충 넘기려고 하니 어머님의 끼니가 걱정이었습니다. 또 식당주인에게 부탁하기가 뭣하여 일찍 일어난 시누는 가까운 펜션을 찾아가 밥동냥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서는 시누에게

“형님! 왜 빈손이세요?”
“응. 찬밥은 있는데 따뜻한 밥 준다고 8시 넘어서 오라고 하더라.”
이것저것 챙겨 아이들 먼저 먹이고 있으니 시누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하나 가득 들고 들어섭니다.
“와~ 맛있겠다.”
어머님의 밥을 먼저 퍼 드리고 난 뒤, 우리도 김치 척척 걸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모~ 밥값은 얼마 주셨어요?”
“야~ 공짜로 얻어왔어.”
“와~ 고모 재주도 좋으십니다.”라고 했더니
그 펜션 아주머니의 말씀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부모 모시고 다니는 사람 별로 없어요. 노인 모시고 나오는 것 힘든 일인데 함께 모시고 와서 제가 더 고마워요’하시면서 돈은 극구 사양하시더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찬밥은 주지 않고 따뜻한 밥 가져가게 하시는 그 마음...
“나이가 많이 드신 분이었어요?”
“아니, 50대 초반정도?”

너무 고마운 일이었습니다. 아직 어린 조카들과 우리 아이들도 이 이야기를 들었으니 뭔가 가슴으로 느껴줬으면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자식에게 손 벌리며 살 우리는 아니지만 부모를 공경하며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라도 알아주었음 하는.....그리고 따스한 이웃의 정까지 느껴줬으면 하는....

지리산에서의 1박 2일은 효자 아들, 효녀 딸을 둔 우리 시어머님으로 인해 참 행복한 나들이였습니다. 따뜻한 인정 있기에 아직은 살아볼만한 세상이지요?

시원함 가득한 지리산 덕산계곡의 물소리 들어보세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온 가족의 축하를 받는 시어머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머님~
우리곁에 오래오래 머물려 주세요.
건강하시길 빕니다.^^





* 더 많은 사진보기를 원하신다면 http://blog.daum.net/hskim4127/13388975 클릭^^

Posted by *저녁노을*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skybluee

    언제나 따뜻한 가족애 봅니다.
    즐거운 피서 보내고 오셨군요.

    부러워요.^^

    2008.07.30 06:39 [ ADDR : EDIT/ DEL : REPLY ]
  2. 더운 복날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어요.
    저도 부럽습니다.

    2008.07.30 07:1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지리산 계곡물이라서 엄청 시원 하겠어요~
    왕비네도 이번주 토요일쯤 계곡 놀러갈 계획이랍니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08.07.30 07:21 [ ADDR : EDIT/ DEL : REPLY ]
    • 정말 발만 담가있어도 더위는 싹~~가셨답니다.ㅎㅎ
      왕비님두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08.07.30 07:36 신고 [ ADDR : EDIT/ DEL ]
  4.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2008.07.30 09: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대단하십니다
    그래도 좋은 며느리를 두셨네요
    건강하시구요

    2008.07.30 09: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이상원

    시원한 계곡과 아름다운 대 가족의 사연 잘 접했읍니다.
    언제나 변함없는 가족 되시길 기원합니다.

    2008.07.30 09:55 [ ADDR : EDIT/ DEL : REPLY ]
  7. 지나는행인

    잘 봤습니다.
    행복하세요

    2008.07.30 10:40 [ ADDR : EDIT/ DEL : REPLY ]
  8. 비밀댓글입니다

    2008.07.30 10:46 [ ADDR : EDIT/ DEL : REPLY ]
  9. 서복희

    노을님!!
    카페가 아닌곳에서
    저녁노을님의 글을 만나게되었습니다..
    반갑고 기뻤습니다..
    노을님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글을 접하면서
    시어머님 사진이
    바보 그분이라구나 하였지요..저녁노을님~~
    늘 가족간의 화목과 우애가 아름답습니다..
    더운여름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바라며~~

    2008.07.30 12:26 [ ADDR : EDIT/ DEL : REPLY ]
  10. 바람소리

    산청이 고향인 사람으로 기냥 갈 수가 없네요.
    ㅎㅎㅎ
    행복한 가족애, 따뜻한 ㅇㅣ웃애 보고 갑니다.

    2008.07.30 18:57 [ ADDR : EDIT/ DEL : REPLY ]
  11. 나팔꽃

    언제봐도 따숩기만 합니다.
    시모님의 생신 축하드리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2008.07.30 18:57 [ ADDR : EDIT/ DEL : REPLY ]
  12. 임명순

    시어머니께서도 다정다감하신분이시지만 정말효자효부를두신 복받은어른이십니다 저도 십수년 홀 시아버님모시고살지만 어른모시기 정말 뜻데로되지않더라구요 늘 어른을 공경하는 저녁노을님을보면서 많은것을 느끼고 생각하게됩니다

    2008.07.31 12:32 [ ADDR : EDIT/ DEL : REPLY ]


"); wcs_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