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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웃어도 씁쓸한 치매환자의 청바지 단봇짐?

by 홈쿡쌤 2010.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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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도 씁쓸한 치매환자의 청바지 단봇짐?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여러 가지 행사도 많아 신경쓰이는 달이기도 합니다. 우리 시어머님은 치매와 몸이 굳어간다는 파킨슨병으로 요양원에서 생활한 지 두 달이 되었습니다. 얼마 전, 시아버님의 제사가 있어 모시고 왔다가 어버이날 있어 보내지 못하고 함께 2주간 생활하다가  휴일에 막내 삼촌이 와 데려다 드렸습니다. 나갔다 들어오면 그래도 반겨주던 어머님이셨는데 안 계시니 마음 한구석이 먹먹합니다.

주말을 보내고 출근을 하였더니 가까이 지내는 지인이 나를 보자
"어머님 보냈어?"
"응. 어제 갔어."
"그래서 기운이 없나 보네."
"아니야."
"기분도 꿀꿀한데 재밌는 거 하나 보여줄까?"
"뭔데?"
"이것 봐! 우리 올케가 보낸 문자야."
"이게 뭐야?"
"봐봐!"

제목 : 이 00 청바지 단봇짐 ㅋ
내용 : 이 00 청바지 단봇짐 ㅋ 오늘 새벽 3시 탈출 시도했으나 아들한테 들켜서 실패....


남편을 일찍 저 세상으로 보내고 아들 셋, 딸 하나를 잘 키워낸 어머님이십니다. 시골에서 혼자 농사를 지으시다 머리가 아파 병원으로 옮겨졌는데 가족 누구도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큰 아들은 식당을 운영하는 바람에 모시지 못하고 둘째 아들 집에서 지내고 있어, 고명딸인 지인은 늘 걱정만 앞섭니다. 동병상련이라고 나와 같은 처지라 마음이 통하기에 서로 자주 이야기를 나누며 지내고 있습니다.
"둘째 올케 성격 너무 좋다."

"우리 올케는 천사야 천사!"
말 안 들으면 뭐라 하라고 시누가 그래도 
"어찌 아픈 사람한테 그래. 환자잖아요."
늘 싱글벙글 웃고 말도 예쁘게 잘하고 애교 많은 올케라고 자랑을 많이 합니다.  
치매로 정신만 왔다갔다할 뿐 몸은 건강한지라 요양원으로 보내고 싶어도
"내가 어쨌다고. 왜 날 정신없는 사람 치급해!" 하시며 절대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늘 고향으로 가고파 개나리 봇짐을 자주 싸나 봅니다. 올케가 보자기를 다 숨겨 버리자 어머님은 아이들이 입는 청바지 하나를 가져와 바지끝을 묶고 그 안에 옷을 하나 가득 챙겨 넣고 모두가 잠든 틈을 타 밖으로 나가려 했던 것 입니다. 둘째 오빠가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나가보니 봇짐을 들고 현관문을 나서다 탈출을 실패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잠귀가 밝은 바람에 어머님이 밖으로 나가지 못했는데 만약 그냥 그 길로 나섰다면 얼마나 헤매고 다녔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 한 일이었습니다. 그 뒤 현관문에 자물쇠도 하나 장만하고 주소와 전화번호가 적힌 것을 손목에도 목걸이로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사진을 보니 꼭 우리 어머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고향으로 향한 귀소본능은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법이고 한창 시골이 바쁜 철이란 걸 아시는지 "고추 심으러 가야 해!" 농사일을 걱정하시는 것 보니 말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배꼽을 잡고 웃었습니다. 사실은 웃어도 마음 한켠에는 짠한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옆에 듣고 있던 지인이 한마디 합니다.
"그래도 그런 엄마가 있어 좋겠다."
"맞아.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좋은거지."
".........................."
이런 말로도 위로가 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엄마가 살아있음이 행복이라는 건 저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가 보고 싶을 때가 많으니.... 

치매는 스트레스로 인해 많이 온다고 합니다. 자식 키우기 위해 아마 흠난한 세상과 혼자 싸워오면서 얻은 병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언제나 보듬어 안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기에 우린 견뎌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루를 살아도 건강하게 지내다 갔으면 하는데 그게 맘대로 되질 않습니다.

어머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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