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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선회를 무채 위에 올리는 이유는?
주말에는 남편과 함께 모임을 다녀왔습니다. 어릴 때 고추 친구들의 부부 동반모임으로 한 달에 한 번 얼굴을 보며 지냅니다. 모두 시골에서 딸기농사를 짓는 갑부들입니다. 이번 6.2선거에 나서 낙선은 했지만, 남자들의 보이지 않는 돈독한 우정을 보았습니다. 일을 마치고 저녁이 되면 모두 사무실로 나와 지인들에게 전화도 걸어주고 거금의 찬조금까지 내놓는 걸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모임이 있는 식당으로 향하면서
"여보! 오늘 저녁은 우리가 내자."
"그러지 뭐."
선뜻 그렇게 한다고 말하니 많이 고마워합니다. 그렇지만 난
"당신이 이번 선거로 평생 갚으며 살아야 할 멍에야. 친구들 선배들, 친척들 모두..."
"알았어."
항상 밖에서는 사람 좋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가고 있는 남편이지만, 이번 일로 그렇게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헛되이 살아온 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갑게 맞이 하는 친구들...모두가 '고생했어.'라고 위로를 해 줍니다. 하나 가득 차려진 음식 앞에서 우린 늦은 저녁을 먹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야! 회는 얼마 없고 무채만 가득 이네."
펴 발라놓은 듯한 회 한 접시에 가격에 비해 비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너무하긴 했네."
"호호. 그렇지?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아니지?"
그래도 맛있게 먹으면서 언젠가 책에서 본 기억이 나서 무채를 깔아놓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생선회 접시에 깔려 나오는 것이 하얀 무채입니다. 무채는 왜 깔아 놓을까?
회가 비싸기 때문에 양을 부풀리기 위해 접시 바닥에 두텁게 펼쳐놓는 것일까?
아니면, 선도가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깨끗하고 하얀 무채를 까는 걸까?
배추나 당근 채로 대신하면 안 될까?
흰 무채는 깔끔한 이미지도 전달하고 푸짐한 느낌도 줍니다. 생선에서 나오는 물기도 흡수해주기도 합니다. 무를 밑에 깔지 않고, 맨 접시에 회를 담으면 회에서 빠져 나오는 물기 때문에 맛을 제대로 느끼기 힘이 듭니다. 생선 지방은 산화가 무척 빠르고, 일단 산화하면 EPA와 DHA의 기능이 상실될 뿐 아니라 도리어 몸에 해로울 수 있습니다. 무채는 바로 이 산화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무채에 듬뿍 함유된 비타민C는 이들 영양소의 산화를 막는 항산화제인 셈입니다. 다시 말해 생선회의 무채는 산화를 예방하고 염분을 흡수하여 항암 역할을 하는 것이랍니다.
무에는 또 디아스타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어 생선회의 소화를 돕는 역할도 합니다.
옆에 앉아 있던 지인이
"무 먹어도 돼?"
"아니, 먹지 마세요."
씻어서 다시 낸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게 있다면 무채는 한 번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무채의 비타민C 잔존율이 줄어드는데 무채를 만든 후에는 85% 1시간 후에는 76% 2시간 후에는 53%가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무채의 비타민 C 잔존율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말이 됩니다.
늦게까지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느끼고 돌아왔습니다.
'사람 산다는 게 바로 이런 맛이구나'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을 알게 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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