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에서 느낀 당신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
할머니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가족들이 모였다가 하루를 즐기고 또 뿔뿔이 헤어졌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사촌 형제들은 못내 헤어지기 싫어 아쉬움이 가득합니다.
"형! 잘 가!"
"언니! 잘 가!"
손을 흔들면서도 표정은 밝지만은 않습니다.
우리가 늘 그렇듯 헤어짐은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 같습니다.
차에 올라타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집으로 향하는데 남편이
"여보! 우리 노무현 대통령 생가 들렀다 갈까?"
"몇 번이나 갔었는데 뭐 하러. 그냥 가자."
"아니, 우리야 가 봤지만, 아이들은 한 번도 안 가 봤잖아."
"그런가?"
뒤를 돌아보니 두 녀석은 벌써 잠에 빠져 있었습니다.
"김해 왔으니 들렀다 가자."
남편은 봉하마을로 차를 몰았습니다.
20분도 안 되어 녀석 둘을 깨웠습니다.
"엄마! 어디야?"
"봉하마을이야. 얼른 내려. 구경하고 가자."
"봉하마을이 어딘데?"
"응. 전 대통령 생가가 있는 곳이지."
"아~ 그렇지?"
얼른 눈을 뜨고 일어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먼저 박물관으로 들어갔습니다.
▶ 옆집 아저씨가 환하게 웃으며 반기는 기분이었습니다.
▶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합니다.
▶ 포스트잇으로 남편 또한 노무현 대통령님께 안부를 전합니다.
▶ 그리고 사진으로 그의 일생을 담아 놓았습니다.
▶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강물처럼....
늘 푸른 바다를 향해 가는 강물처럼 살아주셨으면 하는 우리의 바램이었건만....
▶ 살아 서 계시는 느낌이었습니다.
▶ 노란 바람개비가 우리를 맞이 합니다.
▶ 언제 생겨났는지 길거리에 연꽃 화분이 많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 우리가 자랄 때와 같은 풍경이라 정겹기만 하였습니다.
아이 둘은 신기하기만 하나 봅니다.
▶ 묘역 수반을 하는 곳입니다.
맑은 물로 대통령님을 뵙기 전에 몸과 마음을 깨끗한 물에 비춰보며 참배를 위한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바치옵니다.
▶ 하나 하나 가신이를 그리워하고 염원하는 글귀들이 박혀있습니다.
▶ 저 멀리 부엉이 바위가 보입니다.
▶ 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은 깃이 부엉이 바위로 오르는 곳 까지 꽂혀있습니다.
▶ 돌탑으로 가신이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부의 상징처럼 양지바른 곳에 우리의 장묘문화는 상류층일수록 화려하기만 합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간다는 우리네 인생이지만, 죽고 난 뒤에는 가문의 영광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묘를 꾸며놓은 것을 우리 가까이 산자락에는 많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비싼 대리석으로 장식한 묘가 아닌 봉분도 없는 평 묘로 한 것을 보니 어쩌면 이웃 아저씨보다 더 소탈함을 보여주시는 분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의 명당자리는 차가 다닐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우리의 무덤문화로 인해 국토가 서울시의 5배에 해당하고, 일 년에 여의도 면적 1.2배의 묘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훼손을 조금이나마 막아보기 위해 납골당, 가족묘를 만들고 있긴 하지만, 40개 정도의 묘가 1개의 납골당이 되고 비용도 3천5백-4천만 원, 또 화강암으로 만들기 때문에 훼손은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대통령의 묘를 본 우리 딸아이
"엄마! 꼭 외삼촌 묘와 느낌이 비슷해."
"그래. 맞아."
큰오빠는 좁디좁은 땅덩어리인데 그냥 화장해서 수목장을 원하셨습니다. 하지만, 작은 오빠들의 반대에 부딪혀 낮은 돌 비석으로 하기로 하였습니다. 또 하나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장손으로서 땀을 뻘뻘 흘리며 성묘하는 게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자식에게는 절대 물러주지 않을 것이라며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위해 내린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고인은 영욕의 세월을 함께하고 최후의 순간도 함께한 봉화산 자락에 묻혔습니다. 추기경님의 선종으로 장기기증이 많이 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님으로 인해 우리의 묘비 문화도 조금은 간소화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마지막까지 이 세상을 떠난 당신을 존경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의 하나가 됩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한 그 죽음, 헛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가족은 잠시 서서 당신을 위해 고개를 숙이고 왔습니다.
편안한 세상에서 영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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