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지에서 생긴 좋은 일 & 나쁜 일
며칠 전, 시어머님 생신이라 형제들이 막내 집으로 다 모였습니다. 까르르 웃음소리 담 너머로 넘기며 행복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날씨가 너무 무더워 가까운 장척계곡으로 물놀이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이야기 하나,
아님, 휴가철이라 그랬을까?
너무 많은 사람이 하루를 즐기기 위해 나왔나 봅니다. 자리 하나 펴기 하늘에 별 따기처럼 어렵기만 했습니다. 대충 물 가장자리에 자리를 펴고 짐만 겨우 내려놓고 초등학생인 초가 둘은 물놀이를 시작했습니다.
한창 놀다가 동서가 싸 준 과일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있으니 막내 삼촌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얼마나 긁었나요?”
가만히 이야기 소리를 들으니 누군가 운전 부주의로 차를 긁어버렸나 봅니다.
“형수님! 저 차에 잠시 갔다 올게요.”
“알았어요.”
잠시 후 돌아온 시동생에게
“차 많이 상처 났어요?”
“정비 공장 들어가야 할까 봐요.”
“그래도 정말 양심 있는 사람이다. 전화까지 다 주고.”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들이 워낙 많다보니 주차하는 것도 전쟁이었습니다. 양쪽으로 나란히 주차해 놓았는데 초보였는지 차를 제법 긁어놓았던 것입니다. 모른 척하고 갈 법도 한데 삼촌이 차에 남겨 둔 전화번호를 보고 도망가지 않고 전화를 걸었던 것. 고맙다는 생각이 절로 났습니다. 그래서 아직은 살아볼 만한 세상이라 하나 봅니다.
그렇게 차 때문에 소동을 벌이고 아이들은 간식을 먹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지고 놀던 튜브 한 개가 보이지 않아서
“00아! 너 튜브 어떻게 했니?”
“어? 여기 두고 수박먹었는데.”
“근데 어디 간 거야?”
“모르겠어요.”
“이리저리 찾아봐.”
“혹시, 저기 갖고 놀고 있는 것 우리것 아냐?”
“잘 모르겠어요.”
“가서 물어봐.”
우르르 사촌들 모두 내려갑니다. 튜브를 가지고 노는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니 뭐라 뭐라 말을 하고는 튜브를 받아 돌아옵니다.
“우리 것 맞아?”
“네. 맞아요.”
“뭐라고 했어? 순순히 내어 주던?”
처음 초등학교 3학년인 조카가 가서 물으니 자기 것이 맞다고 했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중학생인 조카가 가서 물으니 또 자기 것이 맞다고 말을 하고는 몇 발자국 걸음을 옮겨 자신의 누나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하더랍니다.
“누나! 이거 우리꺼라고 말해.” 그 말을 들은 누나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무슨 말이야?’라고 하는 행동을 취했다고 합니다. 중학생인 조카가 말과 행동을 보고 그냥 넘기지 않고
“너희 부모님 어딨니? 부모님께 가 보자.” 그렇게 말을 하자
“저기 있는 것 가져왔어.”라고 하더라는 것.
눈에 익은 것이라 물어보고 아니라고 우겼으면 되찾지 못하고 왔을 텐데 눈치 있게 행동하는 바람에 물놀이에서 가장 큰 재미를 주는 커다란 튜브를 옆에 차고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에게로 다가오는 조카들이었습니다.
남의 것 그냥 가지고 놀았으면 순순히 돌려주었으면 좋으련만 거짓말을 하는 것 보니 마음이 씁쓸하였습니다. 인간은 동물과 다른 게 양심 있는 행동을 할 수 있는 분별력을 가지고 있는데 말입니다.
“00아! 집에 가서 튜브에 당장 이름을 써! 알았지?”
이름 석자만 적어 두었더라도 바로 받을 수 있었기에 하는 말이었습니다.
여러분은 휴가지에서 재미있는 일 없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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