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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엄마! 명절증후군 앓는 것 아냐?”

by 홈쿡쌤 2008.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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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명절증후군 앓는 것 아냐?”


명절 증후군은 대한민국에서 명절이 다가왔을때 가사에 대한 부담을 크게 느끼는 주부들이 겪는 현상입니다. 실제 병은 아니며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이러한 증상은 주로 맏아들의 며느리거나, 같이 할 형제, 자매가 없는 집의 주부들이 음식 장만 및 설거지 등 뒤처리에서 평소보다 늘어나는 가사를 매년 겪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명절 연휴가 다가올수록 기분이 언짢고 짜증이 난다, 가슴이 답답하다, 머리가 아프다, 팔다리가 쑤시고 아프다, 밤에 잠이 안 온다, 입맛이 없고 소화가 안된다는 등 다양한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는 것 같습니다.


  토요일 오전부터 내내 어머님을 따라 재래시장을 따라 다니고, 무거운 짐을 힘겹게 들었기 때문인지 어슬어슬 추워지고 코가 맹맹해져 온 가족이 찜질방을 다녀왔습니다.
온 몸을 녹이고 뜨거운 한증탕을 오갔지만, 감기가 찾아 왔는지 쉽게 낫지 않았습니다.
힘없이 축 늘어져 있으니 우리 딸 하는 말,

“엄마! 혹시 명절 증후군 아냐?”
“뭐?”
“며칠 있으면 명절이잖아”
“엄만 그런 것 없어.”
“그런가?”
정말 그럴까요?
입으로는 없다고 하지만, 몸과 마음으로는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되돌아보게 해 주는 말이었습니다.
그 어느 누가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가족이기에 환경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집에는 6형제가 있습니다. 큰 형님은 암 선고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자신의 몸 추스르기도 바쁜 나날일 것입니다. 둘째 형님은 작년 연말에 정년퇴직을 하고 먼 타향 에서 살고 계십니다. 아직 마음도 정리하지 못한 상태이니 시골로 올 마음이 있겠습니까. 셋째인 우리가 어머님과 가까이 살고 있고, 바로 아래 삼촌은 알아주는 효자이고, 막내아들 역시 어머님께 신경 많이 쓰는 효자입니다.

우리나라에는 큰아들, 큰며느리로 태어나면 알게 모르게 고생을 하게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는 손가락 없다고 했습니다. 어느 누구든 부모님을 위하는 마음은 하나같이 똑 같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셋째이면서 큰며느리처럼 행동 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제 가까이에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있습니다. 그 언니 역시 셋째 며느리이면서 시어머님에 집에서 제사까지 모시는 분이십니다. 큰아들은 서울에서 의사까지 하고, 둘째 아들은 창원에서 약사까지 하며 잘 살아가고 있지만, 무슨 사연인지 자세히는 모르나 외동딸로 자라난 언니의 힘겨움을 곁에서 지켜보면서 나의 사정은 너무도 배부른 투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언니는 직장을 옮기면서 연금을 1억 5천 가까이 탔습니다. 그런데 돈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지, 돈 냄새가 났던지, 시동생의 빚보증을 섰는데 사업을 실패하는 바람에 그 연금 1억 5천만원을 한 입에 털어 넣어버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언니~ 어쩌누?”
“어쩌긴, 괜찮아. 돈이야 있어도 살고 없어도 살잖아.”
“그래도...”
“또 벌면 되지...맘 상해하지 마!”
되러 나를 위로하는 언니였습니다.

저는 육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시고 안 계십니다. 결혼도 하기 전에 떠나보내야만 했던 나의 아버지, 아픈 몸이신 줄도 모르고 6개월 모시고 있었던 엄마를 위해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한 불효녀였습니다. 그렇게 쉽게 가실 줄 몰랐기에...

33살, 늦은 결혼을 했는데, 시부모님이 다 살아계시기에 얼마나 기분 좋던 지요. 시아버님의 사랑 독차지 하며 지내다가 돌아가시고, 이제 한 분 밖에 남지 않은 어머님이십니다. 올해 83살이 되시는 우리어머님, 정말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져 감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늘 잘 해 드리고 싶은데 맘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또, 시댁형제들은 월 3만원을 꼬박꼬박 제 통장으로 입금을 합니다. 6남매이니 월 18만원...그 돈으로 어머님을 위해 다 사용합니다. 생신, 제사상차림, 명절 등등 돈이 들어 갈 때에는 모여 있는 계금으로 사용을 합니다. 그리고 더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모두가 고생함을 알아줘서 고마운 마음입니다. 꼭 생색내는 것 같지만, 그래도 형님과 삼촌과 동서들이 내 맘을 알아주기에 힘겨움 없이 일을 해 냅니다.   그리고 또 하나, 항상 고마운 두 아랫동서 때문입니다. “형님 어떻게 할까요? 하면서 애교도 많아 피하나 섞이지 않은 사이이지만 꼭 동생들처럼 느껴지니 말입니다. 제가 동생 없이 막내로 자라나서 더 그럴까요?

모든 건 생각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차례를 모시지 않는 사람들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고, 상에 오르는 제수용품도 주문을 한다고 들었습니다.
설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울 생각을 하면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럿 모인 동서들과 남편의 흉도 봐 가면서 ....우리집 남자들 심부름도 잘 해 줍니다. “삼촌~ 계란이 모자라요” 한마디만 하면 금방 달려가 사오곤 합니다. 여자들만 부엌으로 몰아넣었기에 고생한다며, 일을 다 마치고 나면 가까운 참숯 굴로 데려가 찜질을 시켜 주기도 합니다.

내가 준비한 음식들 맛있게 먹어준다면 그 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란 생각으로 명절을 보냅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운 마음으로 보낸다면 명절증후군은 느낄 수 없을 것 입니다.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명절 되시길 빌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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