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다녀 온 딸아이의 '선물 '
요즘 학교에서는 봄소풍, 수학여행이 한참입니다.
울긋불긋 여기저기서 만발하는 꽃들이 있기에 더욱 설레는 마음으로 떠날 수 있는 계절인 것 같습니다.
며칠 전 2박 3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작은 중소도시를 벗어나 북적이는 서울도 가보고 마이산을 거쳐 학교 공부, 학원에서 벗어나 훨훨 두 날개를 달고 신나게 놀다 온 것 같았습니다.
간간히 '오늘은 어디를 구경한다,' ' 밥은 먹었다.' ' 잠자리에 든다!' 등 메시지를 날려 주기도 하였습니다.
마지막 날이 되니 딸아이의 쪽지
'엄마! 선물 뭐 사 가지?'
'그런데 신경 쓰지 말고 재미있게 놀다 와'
사 와 봤자 별 소용도 없으면서 그래도 우리가 어딜 가게 되면 사게 되는 선물들....
반갑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딸아이 가방 정리를 하면서 선물 꾸러미를 내밉니다.
"야~ 선물 사 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호박엿, 죽봉, 효자손이 눈에 띄기에,
"어? 효자손이네! 엄마 꺼야? 에이~ 벌써 내가 효자손을 선물로 받을 나인가?"
"저~~ 엄마~~"
"왜?"
"사실, 그건 할머니 선물인데...."
"정말?"
"엄마 아빠는 어깨 아플 때 쓸 죽봉이고...."
"우와...우리 딸 정말 효녀네."
시어머님 선물이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실을 우리 딸아이는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허긴, 딸아이와 할머니의 사이는 각별합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얻은 첫 딸, 누구나 그렇듯 출산휴가가 끝나면 아이를 돌 봐 줄 사람이 없어 고민을 하게 됩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계신 시부모님은 기꺼이 딸아이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런데 주말만 되면 찾아 가 함께 놀다가 이별을 해야 하는 시간만 되면 어머님은 딸을 업고 이웃집으로 가셨습니다. 그 사이 나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훌쩍이며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시아버님은 당신은 혼자 있어도 좋으니 어머님을 모셔가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시골에서 생활하다가 우리 집으로와 4살이 될 때까지 키워주셨습니다.
딸아이에게 "넌 할머니가 다 키우셨어!"라고 하면서 파리가 얼굴에 앉아 있었던 이야기 등을 자주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할머니에 대한 사랑은 다른 손자 손녀들 마음과는 조금 다르게 느끼나 봅니다.
이렇게 효자손도 사 올 줄 아는 것 보니 말입니다.
효자손을 손에 든 우리 어머님의 밝은 미소가 눈에 선 합니다.
'우리 손녀가 사 온 거여~~' 하시며 이웃 할머니들에게 자랑하실 모습을 상상하니 내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우리 딸, 언제나 착하고 바르게 자라줘서 고마워 ^^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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