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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실을 다녀와서.....

by 홈쿡쌤 2008. 4.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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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실을 다녀와서.....



하루하루 주어진 일에 충실하며 살아가기에 바빠 뒤돌아보는 것도 옆을 돌아보는 것도 힘겹게 앞만 보고 걸어가고 있는 것 같은 요즘, 전화 한 통화를 받았습니다.

"샘~ 제가 학교에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 대신 강의 좀 해 주시면 안 돼요?"

"무슨?"

"저도 아직 한번도 참석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사정 한번만 봐 줘요."

"능력이 돼야 하지..."

"잘 하실 겁니다. 저도 추천 받았는데..."

알고 보니 블로그 뉴스레터를 받아보고 있는 동생이 얼마 전에 올린 '김밥이 옷을 벗었다?' 라는 제목으로 누드김밥을 보고 추천을 한 모양이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에는 문화연구소, 학교, 교육청이 힘을 합하여 <진주시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실>을 연지 2년째라고 합니다. 경상대학교 국어과 조규태 교수님을 비롯하여 각 학교에 근무하는 선생님들로 구성되어 먼 타국으로 남편 한 사람만 믿고 결혼 이주 여성을 위한 강좌로 '한국음식과 상차리기'라는 시간에 김밥 싸는 법을 가르쳐야 했던 것입니다.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일본, 말레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온 20대의 아리따운 새댁들이었습니다.

왕초급반, 초급반, 중급반으로 나뉘었고 총 회원은 20명 정도로 한국에 온 지 3일 된 분, 많게는 10년이 넘은 분도 계셨습니다. 기본 취지는 한국말을 배워주는 게 주목적이었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실생활에서 필요한 음식문화도 중요하다는 걸 알고 올해부터 개설한 것이었습니다.

사실, 외국며느리를 들여 편하게 쉬지도 못하고 시어머님이 부엌일을 다 하게 되니 따뜻한 사랑 없이는 고부간의 정은 더 쌓기가 어려운 일일 것입니다. 나물을 무치면서 서로 먹여주고 찌개를 끓이면서 간을 함께 보는 고부 사이는 더 애틋하지 않을까요? 이들이 제일 힘든 건 추상어라고 했습니다. '예쁘다' '빨갛다' 등과, 받침이 있는 글자들을 어려워하는...


결혼이란 우리역시 몇 십년을 다른 환경에서 자라나 서로 맞춰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말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시집을 와 적응 해 간다는 건 쉽지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적응 할 수 있도록 토요일마다 시간을 내 돕고 있었던 것입니다.


얼떨결에 따라 갔지만, 너무 의미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 한국어 교재 자료집
   중소 도시와 농촌에 주로 살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들을 위해 나날이 실재로 부딪히는 여러 상황에 적합한 한국어를 익히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회화 중심과 다양한 예문이 들어있었습니다.

★ 김밥 만들기
   밥은 방아실에서 쪄왔고, 맛살,어묵,햄,단무지, 시금치 간단하게 만들어 보았습니다.
계란은 깨서 지단을 (부친다), 맛살, 어묵, 햄은 (썰어서) (볶는다)
시금치는 끓는물에 (데친다) 싸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휘를 가르쳐주었습니다.

 ▶ 각종 재료들을 한국말로 설명을 해 주고 숙달 된 조교의 시범

▶ 직접 김밥을 싸는 실습을 합니다.

▶ 열심히 해 보려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 김밥 썰기
     김밥을 다 싸고 난 뒤, 조금 있다가 썰어야 터지지 않습니다.
     김밥 속에 든 수분으로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죠.
     그리고 칼질은 꾹 누르지 말고, 왔다갔다 하듯 썰어 줘야 합니다.

 ▶ 누드김밥 마는 법을 배웁니다.

     자세한 내용은 http://blog.daum.net/hskim4127/12641923 클릭


 ▶ 일반 김밥과 다르지만 제법 잘 하였습니다.

 ▶ 마칠 시간이 되어가자 남편들이 아내를 데리려 왔습니다.

 

  결혼 한지 2 -3년 쯤 된 이주여성이 많다보니 거의 아이를 안고 왔습니다. 등에 업고 수업에 참관하지만 그래도 이 분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라고 선생님이 말씀 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바가지와 여자는 밖으로 내 돌리면 안 된다.'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바깥세상을 모르게 하고, 용돈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진 돈이 있으면 도망갈까 두려워서...


피부색깔이 다르고, 말이 달라도, 눈빛 하나만으로도 통하는 부부를 보니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3시간 정도 서 있어 다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했지만, 마음은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말입니다.


이제 우리 모두 이들을 포근히 감싸 안을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작은 힘이지만 보태고 싶다는 생각 해 보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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