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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스승의 날, ‘날 울린 전화 한 통화‘

by 홈쿡쌤 201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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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 ‘날 울린 전화 한 통화‘

 

 

 

 



  오늘은 스승의 날, 학교에서 일찍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으로 굵직하게 전해오는 남자 목소리

“여보세요?”
“저~ 혹시 고향이 이반성이세요?”
“누구신지.....”
“김정섭 선생님을 찾는데....”
“네? 우리 큰오빠 말입니까?”
“혹시나 전화라도 알 수 있을까 싶어서....”
“무슨 일이신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보니, 큰오빠가 가르친 제자였던 것입니다.

요즘엔 교육청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스승 찾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저 세상 사람인 큰오빠의 이름 사라진지 벌써 12년째가 되어가니 못 찾을 수밖에....
그 분의 말씀으로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시절, 부모님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고아가 되어버렸다고 합니다. 엉망이 된 집안을 다 정리하고 마땅히 갈 곳이 없어 큰오빠 집에서 숙식을 하며 1년을 3명인 조카들과 함께 지냈다고 합니다. 오빠 역시 그렇게 넉넉한 생활도 아니면서 말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 하고 난 뒤, 홀로 사시는 외할머니 댁인 시골에서 중학교를 다녔다고 하셨습니다. 겨우 고등학교를 나왔으나 가정 형편 상 대학은 포기하고 공장을 다니면서 야간 대학을 거쳐 교육대학원까지 공부를 해 지금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된 지 몇 해 되지 않았고, 작은 시골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하시며, 이 모든 게 큰오빠의 당부와 지도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연히 오늘 친구들과 옛 스승 찾기를 하던 중 큰오빠의 행방은 오리무중이었고 포기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우리 가족을 잘 알고 계신 교장선생님께서

“정 선생 어떤 선생님을 찾는데 그래?”
“초등학교 선생님입니다.”

이름 석 자를 말하자 교장선생님은 놀란 토끼눈을 하시며 나의 전화번호를 알려 주셨다고 합니다. 전해들은 소식은 ‘그 분 돌아 가셨어’라는 말을 듣긴 했지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사모님(올케언니)이라도 찾아뵙고 싶다며 전화를 걸어왔던 것입니다.

큰오빠의 성품은 대쪽 같았습니다. 바른 길이 아니면 가지를 않고, 교과서대로만 하시는 정직한 분이셨습니다. 학부모들이 촌지를 가지고 오시면 ‘이런 것 안 주셔도 됩니다.’하며 되돌려 보내시는 분이었고, 좋은 학교로 옮겨 보려고 웃어른들께 찾아 가 보라고 해도 ‘난 그런 돈 먹고 죽어도 없어’라고 말씀하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 성격을 알기에 아이들에겐 더 없이 인자하신 선생님이셨을 것입니다. 당신 역시 동생들까지 돌봐야했던 우리집 장남이었으니 말입니다.

  그런 무거운 짐까지 짊어지고도 힘겨움 하나 내색하지 않으신 분이었기에 내게 존경하는 분이 누구라고 물으면 늘 ‘우리 큰오빠’라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갑자기 찾아 온 간암 때문에 188cm 건장하였던 체격이 서울을 오르내리시며 두 번의 수술을 하시더니 마른가지처럼 변해 암선고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돌아가시고 말았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멀리 살아계신 것 같습니다.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전화번호를 가르쳐주고 나니 왜 이렇게 눈물이 납니까. 그 전화를 받은 올케도 오늘은 눈물로 얼룩질 것 입니다. 하늘나라로 훌쩍 떠나버린 남편을 그리워하면서 말입니다.


보고 싶어집니다. 고통 없는 곳에서 편안히 잘 지내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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