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 입맛 사로잡은 '과일 카레라이스'
혼자 시골에서 지내시던 시어머님이 우리 집으로 모셔온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말씀이 없으시고 인자하신 성격 때문에 별 불편함 없이 모시고 있지만, 아무리 반찬에 신경 안 쓴다고 해도 ‘오늘은 뭘 드시게 하지?’ 주부로서 늘 걱정이 많습니다. 며칠 전, 닭고기를 안 먹는 어머님을 위해 통 오리 한 마리를 푹 삶아 국물로 드시게 했는데 한 그릇 드시더니 이튿날 드리니
“야야~ 물 좀 주라.”
“물 뭐하시게요?”
“응. 밥이 안 넘어가서.”
“국에 말아 드세요.”
“그냥 물 다오.”
“네.”
그러면서 국그릇을 밀쳐내십니다.
이렇다저렇다 불평은 하시지 않지만 은근히 고집은 있으신 분이라 물과 함께 드시는 걸 보니 또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저녁에 퇴근하고 집으로 들어서며
“와! 오늘은 또 뭘 먹지?”
“엄마! 우리 카레 해 먹어.”
“그럴까?”
그런데 사다 놓은 감자 당근 호박 등 카레에 들어갈 만한 재료가 하나도 없는 게 아닌가. 할 수 없이 이리저리 굴러다니던 과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 재료 : 돼지고기 100g 사과 반쪽, 배 반쪽, 감1개, 밀감 2개
다시 물 3컵, 카레 4인분 1봉
▶ 만드는 법
1. 사과, 배, 감은 깍둑썰기를 해 두고 밀감은 껍질을 벗겨둔다.
2. 돼지고기도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올리브유를 조금 두르고 볶아준다. (소금간 약간)
3. 고기가 익으면 육수 2컵을 넣어준다.
4. 육수가 끓으면 썰어 둔 과일(사과, 배, 단감)을 넣는다.
5. 육수 1컵에 카레를 풀어 넣어 준다.
6. 농도를 맞춰 끓여주고 불을 끄고 밀감을 넣는다.
▶ 완성 된 과일 카레라이스
카레는 인도의 대표 음식이면서 특유의 독특하고 매콤한 맛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조리하기 편한 분말 형태의 포장부터 물에 데우기만 해도 바로 먹을 수 있는 인스턴트 형태로의 포장까지 나와 있어 기호식품으로 자리 잡고 있는 카레가, 이전에는 몰랐던 여러 가지 효능들이 연구 결과를 통해 알려지면서 우리에게 더욱 사랑 받는 메뉴가 되었습니다.
카레를 먹으면…
인지 기능 UP! 치매가 뭐야?
캘리포니아 의과대학의 밀란 피알라 박사는 카레에 포함된 커큐민(curcumin)이 치매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는 실험 결과(알츠하이머병 저널, 2006)를 발표하였습니다. 카레를 많이 먹을수록 인지 기능이 개선되었다는 내용입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단백질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라는 것인데, 이 단백질을 잡아먹는 대식세포의 작용을 활성화 시켜서 치매의 발생을 감소시킵니다. 또한 커큐민은 항산화 작용을 하는데, 항산화제는 신경세포를 보호하는 작용을 하여 인지 능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다른 국가에 비해 카레의 고향 인도에서 알츠하이머 유병율이 적다는 사실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염증 세포! 먹어 치워!
카레에 들어있는 커큐민(curcumin)에는 항염 작용을 하는 물질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인터루킨-8이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만드는 NF-kappa-B(nuclear factor kappa-B)의 활성을 억제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항염증 작용으로, 관절에 염증이 생기는 것이나 관절주위 조직이 파괴되는 것을 억제한다는 BBC의 보도가 있었습니다(관절염과 류머티즘, 2006.11). 또한 류마티스성 관절염 모델 쥐들을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관절염의 증상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실험 연구 결과도 보고되었습니다.
암 세포! 손들엇!
종양세포 내에는 인터루킨-8과 같은 염증 단백질이 높은 농도로 분비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비록 암세포와 인터루킨-8 등의 염증 단백질과의 관계는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인터루킨-8에 의하여 암세포의 활동과 성장이 촉진되고, 체내의 면역체계는 약화된다는 점은 일본의 한 대학 교수에 의해 밝혀진 바 있습니다(kumamoto 대학, 2003.9).최근 실제로 실험 결과에서, 커큐민이 전립선암, 식도암, 췌장암, 대장암, 유방암 등에서 암세포의 성장을 저해하는데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레를 주로 먹는 인도에서 암 발생율이 낮다는 것은 실험이 아닌 실증적인 결과를 반영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일이 들어가서 그런지 제법 달콤한 맛이 났습니다. 우리 아이들 반응은
“엄마! 별로야.”
그런데 입맛 까다로우신 시어머님의 반응은
“왜! 달콤해서 좋네.”
혹시 입에 안 맞으면 어떨까 싶어 조금 비벼 드렸는데
“어머님! 조금 더 드릴까요?”
“응. 조금만 더 주라.”
“네.”
나이가 들어가니 입맛도 변하나 봅니다. 달콤한 것이 좋다고 하시니....
아무튼 아이들 보다 어머님이 맛있다고 하니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습니다.
뭐든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니, 지금처럼만 지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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