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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흔들리는 효! 할머니들의 찜질방 토크

by 홈쿡쌤 2010.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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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효! 할머니들의 찜질방 토크 



휴일, 아침 일찍 학원 갔던 딸아이가 들어섭니다.

“엄마! 우리 목욕가요.”
“그럴까?”
“동네 목욕탕 말고.”
“그럼 가까운 숯가마 갔다 올까?”

“그래 좋아.”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찜질방을 자주 가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들과 땀을 흘리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참 좋습니다. 장래의 희망을, 고민이 무엇인지 속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말입니다. 특히 딸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우르르 들어오십니다. 우리는 남에게 방해될까 봐 소곤거리는데 어느 할머니 한 분이 큰 소리로 이야기하자 앉아있는 사람 모두 귀가 솔깃하여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야기 하나 : 며느리에게 뺨맡은 시어머니


 

시부모님이 직장 다니는 며느리와 함께 살면서 손자를 봐 주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아이를 잘못 돌봐 얼굴을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고 합니다. 퇴근하는 며느리에게

“야야! 00이가 얼굴을 다쳤다.”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시어머님의 뺨을 후려치더라는 것.

너무 억울하여 뒤따라 퇴근한 아들에게

“아이가 다쳤다고 하니 며느리가 뺨을 때리더라.”
“엄마가 맞을 짓을 했네.”

모두 이야기를 듣고 “에이 거짓말이죠?”

“내가 왜 거짓말을 해!”

그 일이 있고 난 후에 시부모님은 집을 팔아 어디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였습니다.




이야기 둘 - 효부 며느리

 

요즘에는 어지간하면 아들 며느리와 함께 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게 어르신들입니다. 하지만, 간이라도 다 빼어줄 것처럼 자식 위한 희생으로 키우고 있는 재산은 모두 아들 이름으로 바꾸고 나니 날개 잃은 나약한 새가 되어버렸습니다. 아들네에서 살고 있는 홀시아버지가 친구들과 놀러 가야 하는데 가진 돈이 없어 출근하는 아들에게

“야야 내가 친구들하고 놀러 가기로 했는데 용돈 있으면 좀 다오!”

“가진 돈이 없습니다.”

“.............”

그러자 곁에서 듣고 있던 며느리가 남편을 쪼르르 따라나가

“여보! 나 오늘 친정 가야 되는데 돈 좀 줘. 머리 파마도 해야 하고.”

남편은 살짝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버님 어디 가세요?”
“응. 친구들과..” 하며 말을 잇지 못하자

“여기, 용돈 있어요.”
“아버님! 잘 다녀오세요.” 며느리가 챙겨주더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끝나자 하나같이

“에이! 그런 며느리가 어딨어요?”
“거짓말 아닙니다. 이건. 제 친구이야기입니다.”

너무도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시는 할아버지라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나같이 “효부상 받아야겠네.”

“보기 드문 며느리네.”

“어른한테 잘하면 자신의 복으로 되돌아온다.”

모두가 한 마디 하며 칭찬이 자자하였습니다.




이야기 셋 - 며느리 손자 얼굴도 못 알아봐!

 

아들 잘 키워 놓으면 남의 아들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부 잘해 유학 보냈더니 외국에서 결혼하고 남의 나라 아들이 되어버렸고

또 서울로 유학 보냈더니 서울여자 만나 결혼을 해 멀리 떨어져 살다 보니 남의 아들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입니다. 부모가 아파 전화를 걸어

“내가 많이 아프다.”

“그럼 병원 가봐!”

너무 야속하다는 말이었습니다.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아들, 농사지은 것 바리바리 싸서 주소 들고 겨우 찾아가 벨을 눌리니 꼬마가 뛰어나와

“엄마! 어떤 할머니가 찾아왔어.”
“여보! 모르시는 분인데 나와 봐.”

“엄마! 어떻게 왔어?”

집안으로 들이지도 않고 밖으로 데리고 나와 버스를 태워 시골로 보내버리더라는 것입니다.





이야기 넷 - 애써 농사지은 것 쓰레기통으로~

 

자주 내려오지 못하는 아들 손자를 위해 시어머님은 농사지은 것 중에 좋은 것만 고르고 김치를 담아 머리에 이고 아들 집으로 갔다고 합니다. 아무리 벨을 눌러도 사람이 없어 며느리에게 전화하니

“어머님! 경비실에 맡겨놓고 가세요.”

전화를 하지 않고 온 내가 잘못이지 하고는 경비실에 가지고 간 물건을 놓고 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물건은 찾아가지도 않고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면서 아주머니 말씀이

“안고 있는 강아지한테 주는 사랑 반만 줘도 그렇게 하지는 않을 거야.”

“우린 개만도 못해”

“..........”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잠결에 조용히 저 세상으로 떠나고 싶다고 말을 하십니다.
그게 맘처럼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곁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아이들에게 남편은

“잘 들어 둬!”

“완전 개념 없는 사람들이네 뭐.”

모두가 거짓말 같은 이야기인데 우리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서운 현실이었습니다. 효에 대한 생각이 점점 무너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내 남편이 소중한가요?
내 아들이 소중한가요?

그럼 그 남편과 아들은
땅에서 솟아났을까요?
하늘에서 떨어졌을까요?

부모가 있어야 내가 있고, 내가 있어 아들이 있는 법인데 말입니다.

찜질방 토크로 인해 부모님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하였습니다.
머지않아 나 또한 늙어갈 것이기에....

오늘 멀리 계신 부모님께 전화라도 해 보는 게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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