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0. 12. 25. 07:10

며칠 전, 돌아가신 엄마의 기일이었습니다. 거제에 사는 큰오빠네로 형제들이 모여 엄마를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거가대교' 때문에 거제는 시끌벅적하였습니다. 차가 밀려 한참을 길거리에서 시간을 보내고 들어서니 반가이 맞아주었습니다.
"요즘 거제 사람들 손님 치른다고 야단이야"
"왜?"
"거가대교 구경 온다고 그렇지."
연말까지 만 원 한다는 통행료도 받지 않는다고 하니 구경하러 오는 사람이 많아 그렇다고 합니다.
멀리 있는 오빠들이 시간이 단축되다 보니 우리보다 더 일찍 도착해 있었습니다.

우리 형제는 4남 2녀로 오빠들은 모두 교회에 나가기 때문에 제사는 지내지 않고 예배를 보고 나면 저녁을 함께 나눠 먹고 오곤 합니다. 이제 조카들이 자라 시집 장가를 가서 아이를 낳으니 벌써 할머니가 되어버렸습니다. 코흘리게 녀석이 아빠가 되어 "고은아! 고모 할머니다!" 아직 백일도 안된 딸아이는 엄마 품에 안겨 젖을 빨고 있는 모습을 보니 세월이 참 많이 흘렀다는 생각 감출 수 없었습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부르게 먹고 과일을 깎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그런데 셋째 올케가 오지 않는다는 말만 들어
"언니! 셋째 언니는 왜 못 온 거야?"
"응. 이사한다고 그러나 봐!"
"이사? 새집으로 옮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사를 왜 가?"
"빚이 있어 새집을 팔고 자그마한 집으로 이사 하나 봐."
"그 집을 왜 팔아? 00기가 들어와 살면 되지."
"나도 잘 몰라."



어린 아들 둘 남기고 저세상으로 떠나버린 셋째 오빠

셋째 오빠는 젊은 나이에 몸이 좋지 않아 아들 둘이 6살, 5살 때 갑자기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습니다. 늘 엄마는 그러셨습니다.
"문디 자슥 이왕 갈려면 어릴 때 가지."
많이 아파 십 리 길을 등에 업고 병원에 가서 다 죽어가는 걸 겨우 살려놓았다고 하시며 말입니다. 먼저 보낸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요? 엄마는 늘 푹푹 한숨만 내 쉬곤 하였습니다.

여고생일 때 오빠는 직장생활을 하였습니다. 막내인 나에게 늘 용돈을 주었습니다. 친구들과 분식집을 몰려다니며 먹고 떠들며 지냈던 건 모두 오빠 덕분이었습니다.
 

오빠가 떠나고 나자 아이 둘 교육은 다른 오빠들이 돈을 모아 등록금을 보내주었습니다.
큰오빠는

"아들 둘 더 나았다고 생각하지 뭐." 그러면서 셋째 올케에게는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라는 말까지 하였습니다. 그래도 아들 둘이 눈에 밟혀서 그랬는지 재혼은 생각도 않고 착하게 잘 키워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당당하게 취업을 하여 짝을 찾아 결혼까지 하였습니다.

오빠가 세상을 떠나면서 남겨 준 건 13평 아파트였습니다. 세월이 흐르다 보니 재건축을 하여 새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큰조카는 결혼하고 전세를 얻어 따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살다 보니 대출금도 있고 혼자 지내기에 넓은 아파트가 부담되었는지 작은 아파트로 옮기기로 결정을 내렸나 봅니다.




가족이 함께 살고 싶지 않은 슬픈 현실

우리 부모들은 몸만 건강하면 아들 결혼시키면 절대 같이 살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모두가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00이가 그냥 엄마 모시고 살면 안 되나? 전세금으로 빚 갚고 말이야."
"살다 보면 어차피 제집이 될 터인데 생각을 잘못하고 있네."
"시어머니도 며느리도 직장생활을 해 서로 부딪힐 일도 없을 텐데."
모두가 한 마디씩 합니다.
그 속사정을 알 수 없는 일이긴 해도 올케가 많이 서운할 것 같다는 생각은 감출 수 없었습니다. 올케가 같이 살기 싫다고 해서 그렇다고 말은 하지만 말입니다.

큰조카가 어릴 때에는 엄마가 도망갈까 봐 감시자의 역할을 하며 졸졸 따라다니고 전화해서 찾곤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니 엄마보다 마누라의 의견을 더 존중하는 건 아닌지 괜히 내 마음이 더 어수선해졌습니다.
'홀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게 그렇게 불편한가?'
'요즘 며느리들 불편하면 못 살아.'
'마음 편안하게 생활하고 싶어서 그러겠지.'
'젊은 사람들 생각이 우리와는 많이 달라.'
'돈 보다 마음 편한 게 최고지.'

'아이들이 욕심이 없어서 그렇지'

올케의 현명한 선택이었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같이 살지 않아도 서로 왔다갔다 왕래하며 가족애 만들어가면 된다고 하며 말입니다.

속사정을 잘 모르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은 없지만, 아들에게 부담주고 싶지 않은 부모, 부모조차 마다하고 부부 위주로 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마음 씁쓸하였습니다.


즐겁고 행복한 성탄되세요.^^



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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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구르는 돌

    다 이유가 있겠지요. 가정사...ㅎㅎ
    따뜻한 크리스마스 되세요

    2010.12.25 11:53 [ ADDR : EDIT/ DEL : REPLY ]
  3. 비밀댓글입니다

    2010.12.25 12:15 [ ADDR : EDIT/ DEL : REPLY ]
  4.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행복한 크리스마스 되십시요.

    2010.12.25 12: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계신가요?
    잠시 저의 시엄마의 모습을 보고간것 같아요~~

    2010.12.25 14:12 [ ADDR : EDIT/ DEL : REPLY ]
  6. 요즘은 서로가 불편하게 부딪치는 것을 싫어해서
    이해하고 서로 왕래하며 사는것이
    좋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각자 생각대로 편하게 사는것이 나은 것 같구요!
    행복한 성탄절이 되시길 바래요~^^*

    2010.12.25 14:4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이런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세요~

    2010.12.25 14: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즐거운 성탄 보내고 계신지요?
    전 교회 갔다가 하루종일 방콕입니다..
    서울은 넘 추워요~~~
    그래도 가족이 제일 행복한 울타리죠^^

    2010.12.25 16: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노을님, 진솔한 가족사 이야기에 슬픈 사연이 있네요~~
    항상 행복하시구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기 바랍니다^^

    2010.12.25 18:0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서글픈 현실이네요.
    각박한 세상에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도 하고~
    ㅇㅔ휴
    마음 한 켠이 씁쓸합니다.
    저녁노을님!!
    즐거운 성탄 연휴 보내세요.
    메리크리스마스

    2010.12.25 18:35 [ ADDR : EDIT/ DEL : REPLY ]
  11. 연말이고 날씨가 춥다보니 글자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래도!!

    즐겁게 휴일 보내세요!! ^^

    2010.12.25 19: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가족의 소중함을 느낍니다.
    마지막 성탄저녁 행복 가득하세요~~^^

    2010.12.25 19: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혼자 살아서인지 고향에 계신 부모님 생각도 나구요...크리스마스인데 아직 전화도 못드렸습니다. 즐거운 그리고 행복한 성탄절 보내십시오

    2010.12.25 19: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badride

    제목 보고는 영화 '똥파리'같은 내용을 생각했는데 아니네요.

    2010.12.25 19:28 [ ADDR : EDIT/ DEL : REPLY ]
  15. 언젠가는 자신 스스로가 그 자리에
    있을것인데 한치앞도 못보는게 사람인가 봅니다~^^
    행복한 성탄절 되시구요~^^
    메리 크리스마스~^^

    2010.12.25 20:00 [ ADDR : EDIT/ DEL : REPLY ]
  16. 까시

    요즘 세태가 그렇습니다...
    그려러니 해야죠..뭐
    크리스마스 잘 보내세요.

    2010.12.25 20:07 [ ADDR : EDIT/ DEL : REPLY ]
  17. 글을 읽고 나니 즐거운 성탄되시라는
    인사말을 드리기가 송구스럽습니다.

    나이 먹을수록 자식으로서 부모로서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깊이 생각하게됩니다.

    2010.12.25 21:5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현실이네요. 그렇다고 어느 누가 옳다고는 말을 못하겠어요. 다들 그들만의 사정이 있으닌까요. 사실 저도 한국에 사는 동생이 미국으로 온답니다. 한 동안은 저와 함께 살아야 하는데, 많이 불편할거에요. 외국인 남편이다 보니 아무래도 말도 안통할것일 뿐더러, 일단 한국하고 사정도 많이 다르니까요. 위의 내용과는 차이가 있지만, 한 가족 구성원이 같이 산다는건 어쩌면 축복일수도 있는데, 받아 드리는 의견의 차이인것 같습니다.

    2010.12.25 21:5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각박한 세상이 우리 사는 모습도 바꾸어 놓은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그래서 더욱 살기 좋은 세상을 위해서 서로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2010.12.26 06:3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0. 생선에 어머님의 마음이 얼마나 안타까우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빠의 가슴 아픈 사연도 있으니
    더욱 가족끼리 자주 만나고 보듬어가면서 ,,,,,, 명년에는 행복한 일만 있기를

    2010.12.26 10: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전통적인 효'는 며느리의 희생에서 온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 며느리이자 딸입니다.
    예전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열다섯여섯살에 시집와서 시부모님의 가르침을 100% 받아들여서
    산 며느리들도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삼년'이라며 상처받고 가슴앓이를 하면서 적응했지요.
    하지만 요즘처럼 서른 넘어 결혼해서 자기 주관이 있는 여자들이
    시부모님과 함께 살면 '부딪힘'이 있기 마련인데
    옛날 여자들처럼 무조건 받아들일 수 없는 어려움이 배경에 있는 것 아닐까요?
    저희 어머니도 홀어머니입니다.
    남동생 내외, 저와 신랑이 걸어서 20분 거리에 살면서 자주 뵙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성격 안 맞는 올케보고 모시라고 할 생각은 없습니다.
    장남인 제 남편은 시부모님한테 한 마디도 못하는 성격입니다.
    저희 시어머니는 직설적이어서 한 번 뵙고 올때마다 제 마음이 상해서 옵니다.
    따로 사니까 참지, 같이 살면 너무 힘들 것 같네요.
    며느리는 함부로 대해도 되지만 사위는 귀한 손님은 한국의 현실에서,
    차라리 딸이 부모님을 모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무리 세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제 주변에 시부모 이기는 며느리는 못봤거든요.
    며느리 눈치본다는 건 '옛날에 비해 상대적으로'라는 뜻이지요.

    2010.12.26 12:34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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