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함께 4시간 걸려 차린 제사 상차림


며칠 전, 시아버님의 제사가 있었습니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은근히 걱정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습니다. 시장을 봐 두고 나니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명절이야 쉬는 날이라 동서들과 함께 일을 하니 잘 넘기는데 이번 제사엔 아무도 오지 못하나 봅니다.
"내가 도와줄게."
남편은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늘 그렇듯...우리는 걱정만 앞세우는 것 같습니다.
막상 닥치면 다 해내는데 말입니다.

오후에는 조퇴를 내고 집으로 향하였습니다.
뚝딱뚝딱 서둘러 혼자 일을 하고 있으니 남편이 들어섭니다.
"내가 뭘 도울까?"
"프라이팬 들고와서 닦아줘"
나물 삶고 무치고 볶아가며 이것저것 시켰습니다.
사실, 남편도 제법 꼼꼼하게 손놀림을 잘하는 편입니다. 설거지도 저보다 더 깔끔하게 하는 사람이니 말입니다.
"여보! 탄다 탄다. 뒤져줘야지."
"뒤집어야 하는 거였어?"
"아니, 그럼 돌아누워?"
"언제쯤 뒤집어야 되는지 감이 안 오네."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혼자 제수음식을 준비한 게 마음에 걸린 막내 삼촌은
"형수님! 음식 그냥 조금 사서 하면 안 될까요?"
"제사음식을 산다는 게 좀..."
"유과 강정 같은 것...다 사서 하잖아요. 아님 옛날처럼 만들어야 하구요."
"고생스러워도 만들어 놓으면 이렇게 나눠 먹고 좋지요."
"우리 안 챙겨 주셔도 됩니다."
"그래도, 늦은 시간에 가서 아침엔 밥만 하면 쉽잖아요."
작게 해야지 하면서도 동생들 생각하면 또 더 만들게 되는 건 사실입니다.

사실은 하나 밖에 없는 제사인데도 말이 참 많습니다.
12시를 꼭 넘겨야 하나 하고 말입니다.
뒷날 지내면서 9시 정도에 지내자는 말을 합니다.
형제들이 모두 멀리 있으니 일찍 모시고 가자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리고 자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종교 문제로 마음고생을 심하게 하고 있으니
나와 친하게 지내는 지인이 한마디 합니다.
" 가만히 생각해 봐! 친정 올케가 부모님 제사 못 지내겠다고 하면 네 기분 어떨 것 같아?"
"................."
아무말도 못하였습니다.
그 뒤로는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마음 바꾸면 행복하다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남편과 함께 준비한 제사 상차림입니다.


1. 문어 삶기

▶ 재료 : 문어 1마리
▶ 만드는 순서

 

㉠ 문어는 깨끗하게 씻어 먹물을 뺀다.
㉡ 냄비에 문어와 물 약간 붓고 삶아낸다.
㉢ 삶아 낸 문어는 상에 올릴 수 있도록 모양을 내어 냉동실에 얼린다.



2. 돼지고기 삶기

▶ 재료 : 돼지고기(전지) 1kg 양파 1/2쪽, 월계수 잎, 굵은소금 약간
▶ 만드는 순서

㉠ 냄비에 돼지고기가 잠길 정도(약 5컵)와 월계수 잎(없으면 안 넣어도 됨), 굵은 소금 약간만 넣고 끓여준다.
㉡ 물이 끓으면 돼지고기를 넣고 은근한 불에 삶아내면 완성된다.
*돼지고기 삶은 물에 묵은지를 넣어 김치찌개를 해 먹으면 너무 맛있습니다.
 인기 좋은 메뉴였답니다.





3. 나물 만들기

▶ 재료 : 시금치 1단, 유채나물 150g, 콩나물 1봉고사리 100g, 도라지 100g, 마른 토란대 50g, 마른 고구마줄기 50g,  

▶ 만드는 순서

 취나물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무쳐내면 완성된다.


 콩나물은 깨끗이 씻어 간장 2숟가락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완성된다.



㉢ 유채도 끓는 물에 살짝데쳐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간장 2숟가락, 깨소금 참기름 넣고 조물조물 무쳐주면 완성된다.


고사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간장 2숟가락에 조물조물 무친후 볶아준다.
    마지막에 깨소금 참기름을 넣고 마무리 한다.




토란대, 고구마줄기도 삶아 먼저 무쳐준 뒤 볶아주면 완성된다.


 


㉥ 도라지는 끓는 물에 삶아내어 찬물에 담가 쓴맛을 뺀다.
    간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후 콩기름을 약간 두르고 볶아낸다.
    마지막에 깨소금 참기름 약간 넣고 마무리한다.


 

▶ 완성 된 7가지 나물



4. 전 부치기

▶ 재료 : 대구포 300g, 동그랑땡 1kg, 깻잎전, 산적, 새우튀김
▶ 만드는 순서

대구포 전 : 소금을 살살 뿌려 두었다가 밀가루 - 계란 순으로 입어 노릇노릇 구워내면 완성된다.


동그랑땡은 밀가루 - 계란 순으로 무쳐 노릇하게 구워낸다.


㉢ 깻잎전, 풋고추전도 구워주고 새우도 튀겨냅니다.


 


*두부도 3조각 썰어 부쳐둔다.




5. 쇠고기 산적


▶ 재료 : 쇠고기 300g, 진간장 1숟가락, 물엿 1숟가락, 깨소금 참기름 약간
▶ 만드는 순서


㉠ 쇠고기는 길죽하게 포를 떤다.
㉡ 돈가스 만들 때처럼 칼집을 넣어야 질기지 않음
㉢ 프라이팬에 구워낸 뒤 통깨를 살살 뿌려준다.




6. 탕국 끓이기

 
▶ 재료 : 쭈꾸미 6마리 정도, 쇠고기 200g, 조갯살 100g, 새우살 100g, 건홍합 6 꼬치, 멸치육수7컵정도,
             무 1개, 두부 1모

▶ 만드는 순서


㉠ 멸치와 다시마를 넣고 다시 물을 내어 준다.
㉡ 사각 썰기를 한 무를 먼저 넣는다.
㉢ 씻어 둔 조갯살, 새우살, 건홍합, 쭈꾸미를 넣어준다.
㉣ 간장 6~7숟가락을 넣어 간을 한다.
㉤ 마지막에 두부를 넣어 끓이다 불을 끈다.
* 쭈꾸미는 통째로 넣고, 건홍합도 대나무가 낀 채 넣는 것은 건져 3탕을 만들 때 쉽다.

 




 

 7. 생선 굽기


▶ 재료 : 돔, 민어, 조기, 서대(생선전)
▶ 만드는 순서


㉠ 생선은 손질하여 굵은 소금을 친 후 1시간 정도 있다가 씻어 살짝 말려둔다.
㉡ 살이 부서지지 않도록 꼬치를 끼워준다.
㉢ 프라이팬에 콩기름을 약간 두르고 약한 불에서 구워낸다.
*생선을 구울 때는 프라이팬 뚜껑을 닫지 않고 문종이로 덮어야 살이 처지지 않습니다.





 

8. 기타

▶ 과일류 : 수박, 참외, 사과, 배, 바나나, 귤, 감, 딸기
▶ 과자류 : 유과, 강정, 약과
▶ 기타 :  밤, 대추, 곶감 홀수로 준비한다.


프라이팬을 닦아 넣어 마지막 일을 하던 남편
"아이고 허리야! 우와! 장난 아니네."
늘 먼저 와 도와주곤 하던 시누이도 일찍 오지 못하자 남편이 곁에서 도와주고 일어서며 하는 말입니다.
여태, 한 번도 이런 일을 해 보질 않은 남편입니다. 동서들이 함께하니 일손이 필요 없었는데 이번 제사에는 돕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녁 8시가 되자 멀리 있는 형제들이 하나 둘 들어섭니다.
만들어 놓은 음식 제사에 올릴 것 따로 들어놓고 상을 차려 맛있게 먹었습니다.
장장 4시간에 걸친 음식준비였습니다.
"형수님! 고생하셨지요?"
"형님! 수고 많았습니다."
"아니야."



음식들을 챙겨 들고 시골로 향하였습니다.
남편이 미리 청소를 해 둔 상태이지만 텅 비어 있는 시골집은 썰렁하기만 했습니다.
상을 차려놓으니 사촌 형제들이 와 12시를 넘긴 후 함께 제사를 지냈습니다.



▶ 완성된 상차림.








동서, 형님에게 싸 주긴 했는데도 남은 제사음식을 먹다 보니 아들은 식상 한가 봅니다.

"엄마! 제사음식 조금만 하면 안 돼?"
"왜?"
"먹기 싫어."
곁에서 듣고 있던 딸아이
"왜? 맛있기만 한데."
상에 올릴 것만 하라는 말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일요일 아침에는 얼큰한 매운탕을 끓였습니다.



★ 매운탕 끓이기

▶ 재료 : 회 뜨고 남은 생선 4마리, 무 1/4쪽, 두부 반 모, 청량초 3개, 고춧가루 1숟가락, 대파 약간

▶ 만드는 순서

㉠ 멸치와 다시마로 다시물을 낸다.
㉡ 사각썰기를 해 둔 무와 고춧가루를 넣어준다.


㉢ 제사상에 올렸던 두부를 썰어 넣고 간장으로 간을 한다.
㉣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둔 청량초와 대파를 마지막에 넣어준다.


삼천포에서 생선회와 매운탕을 끓일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온 게 있어 만들어 주었더니 싱싱해서 그런지 그 맛...  너무 맛있었습니다.


 

 

 

★ 상 차리기

 

▶ 문어


▶ 각종 전과 튀김


▶ 무김치와 열무김치



▶ 파김치


▶ 쥐채호두볶음


▶ 돼지고기수육과 묵은지



▶ 탕국



▶ 완성된 상차림


만들어 놓은 반찬으로 메인요리 하나만 만들어주면 또 훌륭한 식탁이 된답니다.
"우와! 맛있다."
아들의 찬사에 기분이 좋아지는 고슴도치 엄마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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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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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허걱~정말 고생하셨네요^^;
    잘 보고 갑니다^^

    2011.04.18 1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신짱

    정말 제사상 차리는 게 보통일이 아니에요 노을 님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2011.04.18 19:26 [ ADDR : EDIT/ DEL : REPLY ]
  4. 수고하셨네요.


    고사리가 먹고 싶어요.

    2011.04.18 19:30 [ ADDR : EDIT/ DEL : REPLY ]
  5. 제삿상 차리는 정성이 대단하십니다.
    아버지께서 장남이셔서 어릴적부터 어머님께서 고생 많이 하시는 걸 봐와서인지 음식들 하나하나 예사롭지 않게 보이네요.
    정성 가득한 상차림과 형제분들을 생각하시는 마음이 참 대단하신거 같습니다.
    저도 어머니께 가끔 음식 사서 하면 어떻겠냐고 얘긴 하는데, 어머니 생각은 변함이 없으십니다.
    노을님, 행복하고 고운밤 되세요~

    2011.04.18 2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아...저희는 제사상 정말 간단하게 차리는데 노을님네 제사상은 정말 푸짐하네요.
    너무 정성가득한 제사상입니다.
    다음번에는 참고하여 좀 더 푸짐하고 깔끔하게 차려야겠네요

    2011.04.18 21: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저희 집 제사 상차림 하고는 많이 다르네요.
    역시, 지방마다의 특징이 다른 것이겠죠?
    저녁노을 님 표 정성가득한 상차림 멋집니다.
    늦은 저녁, 입안에 침이 모이게 되네요. ^^

    2011.04.18 21:2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네시간에 이 많은 걸 끝내신거군요..
    대단하세요~~
    아마 저희집같으면...이틀은 걸렸을 껀데..ㅎㅎㅎ

    문어라...묘한 것이 올라가네요^^

    2011.04.18 21:53 [ ADDR : EDIT/ DEL : REPLY ]
  9. 4시간에 저렇게 많은 음식을 해 내시다니..
    더군다나 바로 뚝딱뚝딱 매운탕에 밑반찬까지..
    완전 반해버렸습니다. 완전 마술사!!!

    2011.04.18 22:1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0. 너무나 정갈한 제사상입니다.
    역시 제사상음식은 정성이 들어가야되나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11.04.18 22:35 [ ADDR : EDIT/ DEL : REPLY ]
  11. 제사 음식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네요^^;;
    이렇게 사진 찍고 올리는 것도 일이었겠어요~
    결혼 전엔 엄마 제사상 차리는거 돕긴 했는데 지금은 안하네요^^

    2011.04.19 01: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크..제삿상만큼이나 블로그에도 정성이 가득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토닥토닥.
    그리고 너무 맛있어 보이네요! 캬악

    2011.04.19 02: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제사가 많은 저희집도 늘 제사를 지내고 나면 한동안 제사음식이었답니다. 다 먹어갈때쯤에는 다시 제사가....ㅎㄷㄷ 오래만에 정갈한 제사음식을 보고 옛생각이 났습니다.

    2011.04.19 07:1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제사 음식 차리기 정말 보통 힘든게 아니죠
    저도 최대한 도와주고 있는데
    솔직히 제사 안지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래도 안지내려고 하면 웬지 불안...ㅋㅋㅋ
    조상님 노하시면 안되잖아요...
    수고 하셨습니다^^

    2011.04.19 07:5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제사가 오면 며느리들은 걱정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집사람이 제사가 오면 걱정을 많이 합니다.
    횟수도 제법 많습니다. 5건... 설과 추석을 제외하고도...
    고생 많으셨는데 이렇게 포스팅도 올리셨군요.

    2011.04.19 18: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감탄사 연이어 나오네요.^^
    고생하셨습니다.

    2011.04.20 00:58 [ ADDR : EDIT/ DEL : REPLY ]
  17. 정방폭포. 섶섬, 문섬, 범섬 등 모두가 절경이로군요~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2011.08.29 04:01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정말 아름답다..소리가 절로절로 나옵니다..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11.08.29 04:01 [ ADDR : EDIT/ DEL : REPLY ]
  19. 네 멋지더라구요..^^ 얼굴도 귀엽고.ㅋ

    2011.09.26 11:28 [ ADDR : EDIT/ DEL : REPLY ]
  20. 지나가는 사람


    음식 잘 만드시네요~~
    근데저 위에 제사상차람 말입니다.
    혹시 사진 저대로 제사 지낸 건 아니겠죠??
    왜냐면 음식 놓는 순서가 뒤죽박죽 이네요 ㅎㅎ

    2013.02.10 03:34 [ ADDR : EDIT/ DEL : REPLY ]
  21. 젊은이들 같은데,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군요. 조금 아쉬었다면 그림에서 과일의 위치와 생선의 방향이 조금 다르네요. 지역이나 가문의 방식인지? 아무튼 대견스럽습니다.

    2014.01.14 12:44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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