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첩 반상, 임금님 수라상이 단돈 만 원?
며칠 전, 경남 고성을 다녀왔습니다.
연수기간 동안 고성으로 견학을 갔었는데,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난 뒤 점심을 먹고 온 곳입니다.
'수라 한정식'
식당 이름도 마음에 쏙 듭니다.
90명 가까이 우르르 몰려 들어가니 벌써 한 상 가득 차려져 있었습니다.
▶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상차림입니다.
"우와! 이게 뭐야?"
"너무 맛있겠다."
모두가 한마디씩 합니다.
"언니! 반찬 가짓짓수 한 번 봐! 20반 첩이야."
"요즘 물가도 비싸 장난 아닌데 만원이라니 정말 싸다 그치?"
"그러게"
이리저리 젓가락을 돌려가며 맛을 보았습니다.
맛 또한 환상적이었습니다.
입맛 까다로운 언니도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 치웠으니 말입니다.
하나 하나 맛깔스러움 보시겠어요?
▶ 멸치 잔파무침, 박나물, 열무김치
입으로 전해지는 그 맛은 바로 엄마가 해 주는 집 밥이었습니다.
▶ 회 2가지, 잡채, 고사리나물
정성이 얼마나 들었는지, 매일 요리를 하고 있는 주부로서 알 것 같더라구요.
▶ 배추김치, 비름나물, 제주 옥돔 구이
생선 구이를 좋아하는 노을이에겐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 가지미 조림, 양파 풋고추 장아찌, 오징어젓갈
땀을 많이 흘리는 무더운 여름에 어울리는 장아찌의 맛은 일품이었습니다.
▶ 가지나물, 해삼 물김치, 부추전, 송이버섯전,
특히, 해삼 물김치의 맛은 특이하였습니다.
▶ 총각김치, 양파새우살볶음, 감자범벅
너무 잘 먹어 비어 있는 빈 그릇을 보고는
"반찬 더 갖다 드릴까요?"
"아뇨. 그냥 남아 있는 다른 반찬으로 먹으면 됩니다."
"아! 네."
사실, 가짓수가 많아서 남은 음식은 버려야 하기 때문에 더 시키지 않았습니다.
우리까지 음식쓰레기 보태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대부분 사람들 더 달라고 하는데."
"더 달라고 해서 남기죠?"
"호호...네."
"엄청 얄밉죠?"
"............."
그냥 웃기만 하십니다.
▶ 된장찌개
▶ 황태국
남이 차려주는 밥상 앉아서 먹는 재미도 쏠쏠하였습니다.
▶ 차림표
합성농약, 화학비료,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미생물과 한약제 등 천연자제로
고성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쌀로 밥을 짓습니다.
입구로 들어서니 인테리어가 맘에 듭니다.
차 한 잔의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입니다.
밥을 다 먹고 주방으로 살짝 발걸음을 옮기니
"뭐 부족하세요? 더 드릴까요?"
"아니, 아닙니다. 너무 맛있게 먹었어요."
"입에 맞으셨다니 다행입니다."
'근데, 이렇게 상차림을 해서 남는 게 있어요?"
"아뇨. 오늘 옥돔이 7,000원짜리입니다."
"만 원하는 정식에 7천 원하는 옥돔 올리면 남는 것도 없겠어요."
"군청에서 많이 도와줍니다."
"어떻게 도와주시는데요?"
"손님 오시면 모시고 와 드시고 가는 게 도와주는 것이지요."
"아! 그렇군요."
사실, 물가는 올랐지만 음식값 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어디, 이 곳뿐이겠습니까.
이윤 많이 남기지 않고 맛있다고 찾아오는 손님이 있기에
나눠 먹는다는 생각으로 장사하신다는 사장님이셨습니다.
고성군수님의 친환경적인 농사법으로
농민도 땅도 우리도 함께 살리는 법을 알고 왔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잘 먹었습니다.
마치, 임금님이 된 기분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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