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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요양원 홈페이지 글을 삭제해 달라는 황당함

by 홈쿡쌤 2011.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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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원 홈페이지 글을 삭제해 달라는 황당함




이젠 매미 소리도 얼마 있으면 듣지 못할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니 말입니다.


며칠 전, 늘 든든한 나의 후원자인 시누에게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잘 지내지?"
"네. 형님. 무슨 일 있으세요?"
"응. 혹시 엄마 요양원 홈페이지에 글 올렸어?"
"네. 왜요?"
"무슨 글인가 해서 궁금하다고 글 좀 내려달라고 전화가 왔다."
"네? 별것 아니예요. 왜 그런지 설명만 하면 될걸."
내심 황당하였습니다.
원장님이 알기 전에 처리하려는 그 마음 이해는 되었습니다.
저 역시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 형님은 알았다고 하시며 끊으셨습니다.



어머님은 치매가 찾아와 형제들이 의논하여 요양원으로 보낸 지도 2년이 되어갑니다.
사실, 시누이가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요양원에 근무한다고 해 새로 옮겨간 곳은 2달 정도입니다. 대학에서 운영을 하니 믿을만 했고 어쩐 일인지 어머님은 우리의 걱정과 달리 적응을 잘 해 나가시고 회춘하신 것처럼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리고 어찌나 홈페이지 관리를 잘하시는지 ..
그날 있었던 일을 사진으로 찍어 포토갤러리에 올려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볼 때마다 "우리 어머님 오늘은 이렇게 지냈구나!" 생각하고 얼굴을 보며 마음을 달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 달정도 포토 갤러리에 올라오는 사진마다 주황빛 면 티셔츠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속옷으로 입고 찍혀 있는 게 눈에 띄었습니다. 
'여름인데 목욕도 안 시키나?'
'이 여름에 에어컨 틀었다고 속옷도 안 갈아 입히나?'
별스런 생각이 머릿속을 흔들어 놓았습니다.

고민고민하다 Q&A 코너가 눈에 들어와 비밀글로 올렸던 것입니다.
직원들의 걱정은 '원장님 출장 중이니 보시기 전에 얼른 지워달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비밀글을 올리고 나니 수정도 삭제도 아예 클릭이 되지 않았습니다.
내 뜻만 전달되었으면 목적은 달성된 것이라 여겨 관리자님이 그냥 지워도 된다는 말을 전했습니다.



 

▶ 매일 올라오는 소식지입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습니다.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떠 있더니 원장님이 출장에서 돌아오셨는지 답글이 달려 있었습니다.

 
원인은 우리 어머님이 아끼고 자꾸 찾는 티셔츠라 매일 빨아 건조하여 입혀 드렸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오해를 풀고 나니 속이 후련하였습니다.

서로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해결되는 일인데 너무 어렵게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 어머님이 걱정되어 고맙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인터넷....
잘 사용하면 이렇게 유용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같은 물이라도 독사가 먹으면 독이 되고, 새가 먹으면 갈증을 해소해 주니 말입니다.
의문 사항이 있으면 언제든 물어볼 수 있고, 답변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이길 바라는 맘입니다.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어머님! 기다리고 있을게요.
막내 아들이 모시러 갈것입니다.
그간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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