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날 응급실 다녀와도 난 참 행복한 사람


여름의 끝자락으로 한여름의 뙤약볕이 마냥 싫지만은 않습니다.
하나 둘 영글어갈 곡식과 과일에겐 남국의 햇볕이 단 하루만이라도 비춰줬으면 하는 바램이니 말입니다.

추석날 아침, 어른도 없이 우리 형제들끼리 처음 차례상을 지내고 난 뒤, 맛있게 비빔밥을 해 먹고 산소에 가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였습니다.
"동서! 성묘갈 음식 좀 챙겨야지?"
"네. 형님!"
부쳐놓은 전과 과일을 이것저것 챙기다가 포도송이가 너무 커 잘라야 할 것 같아
"동서! 가위질 좀 해!"
양쪽으로 잡고 있었는데 뭔가 손을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이 들어 얼른 손을 뺐습니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살이 제법 깊게 파여 피가 흘러내렸습니다.
"형님! 어떡해요?"
"괜찮아."
우리가 나누는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이 손을 보더니
"안 되겠다. 얼른 응급실로 가자"
지갑만 들고 후다닥 병원으로 향하였습니다.

추석이라 그런지 응급실도 한산하였고 의사선생님이 손끝을 자극하며 살펴 보시더니
"감각은 있으세요?"
"네."
"그럼 몇 바늘 깁기만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안도의 한 숨을 내 쉬고, 마취 주사를 놓고 6바늘이나 꿰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형님 죄송해요."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하더라 걱정마!"
"숙모! 죄송해요!"
"엥? 네가 왜?"
"우리 엄마가 그랬잖아요!"
"아이쿠! 착한 우리 예린이! 숙모 괜찮아!"
초등학교 4학년인 조카의 걱정스러움이었습니다.
 




            ▶ 어제 병원가서 치료하고 왔습니다.




시골에 성묘를 가니 붕대를 칭칭 감고 있는 나를 보고 큰 집 형님이  
"야야! 동서 니 손이 와 글노?"
"일하기 싫어서 그랬심더!"
"조심하지 않고."
"괜찮아요."

보는 사람마다 "명절에 어지간히 일하기 싫었나 보네"
"한 칼 했나?"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 막내 동서한테 온 문자메시지


집으로 돌아가서도 착한 동서는 자꾸 신경이 쓰이나 봅니다.
"괜찮아 동서! 걱정하지 마!" 답장을 날렸습니다.


병원 다녀와서도 성격상 일을 보고 참지 못하고 무거운 것을 들고 손놀림을 하니
"당신 뭐해? 이리 줘!"
"............."
그 후로는 사실, 엄살을 많이 부렸습니다.
병원에서 "절대 물 들어가지 않게 하세요."
의사선생님의 말을 함께 들은 남편입니다.



밥을 먹고 나서도 "여보! 설거지!"
세탁기에 넣지 못하는 빨래  "여보! 손빨래!"
운동을 다녀와서는 "여보! 나 목욕!"
출근 준비를 하면서 "여보! 나 세수!",
"나 머리 감겨줘야지!"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남편은 바쁘기만 합니다.



많이 다치지 않았는데도 엄살 부릴 만 하였습니다.
손가락 놀리는 데는 아무 이상 없는데 말입니다.


동서!
덕분에 더 편안하게 지내고 있어
한 달포는 우려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걱정 안 해도 되겠지?


난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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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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