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스터를 떠나보내며 짠하게 만든 아들의 행동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제, 일 년가까이 길러왔던 햄스터를 시집 보냈습니다.
아니 아예 치워버렸습니다.
아들은 고2입니다.
고1 때 햄스터 2마리를 인터넷으로 샀습니다.
동생이 없어서 그런지 동물 기르는 걸 엄청 좋아합니다.
초등학교 다닐 때도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 눈에 보이면 사 왔고, 햄스터도 5년 가까이 키웠습니다.
"엄마! 햄스터 사도 되죠?"
"안돼!~"
아빠도 누나도 모두 냄새 때문에 싫다고 하는데도 덜컥 학교 동아리에서 필요해 사 놓고는 행사가 끝나자 바로 집으로 들고 왔던 것입니다.
"이걸 왜 갖고 와?"
"엄마는 그럼 어떻게 해? 버려?"
"아이쿠! 이때다 싶어서 들고 왔지?"
"헤헤!~"
그렇게 먹이를 줄고 톱밥도 갈아주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새끼를 9마리나 낳았습니다.
어찌나 정성으로 기르는지 한 마리 허실도 없이 잘 자랐습니다.
번식력이 무서울 정도라 금방 30마리가 넘어갔고 자정을 넘겨 집에 와서는 1시간 넘게 들여다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공부에 지장이 있다는 걸 아들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누나가 이리저리 알아보고 과학 선생님이 알려주신 수족관에 갖다주면 받아준다는 걸 알고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여보세요? 은하수족관이죠?"
"네~~~~"
잠을 자다 일어난 학생 목소리였습니다.
"우리 집에 햄스터가 있는데 가져다 드려도 되겠어요?"
"네. 내일 아빠 있을 때 가지고 오세요."
"감사합니다."
저녁 늦게 들어온 아들에게
"내일 햄스터 보낸다."
"알았어요."
"한 마리만 남길까?"
"아뇨. 필요 없어요."
떠나보내기가 아쉬운지 또 한 시간을 넘게 앉아서 톱밥을 갈고 먹이를 주는 아들입니다.
깨끗하게 해서 보내려는 마음인 것 같아 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냥 주면 되지 뭐하러 시간 낭비 하냐?"
"엄마는, 마지막이잖아요. 그냥 아무 말 마세요."
"............."
정말 아무 말도 못하였습니다.
▶ 보낸 햄스터와 먹이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니 어찌나 서운하던지요.
내 마음이 이런데 아들 마음은 더욱 서운할 테지요.
"여보! 햄스터 순순히 받아주던가요?"
"응. 원래 안 받아주는데..."
그렇게 주인이 먼저 선수를 치더라는 것입니다.
"톱밥과 먹이값이라도 좀 계산해 주지."
"허참! 그냥 받아준 것만으로 고맙다고 생각해라."
"허긴."
"처분 못해서 안달 할 때를 생각해 봐."
"알았어."
참, 사람 마음은 간사한 것인가 봅니다.
"아들아! 서운하지?"
"눈에 아롱거려요."
또 하루 하루 모든 걸 다 잊고 모른 척 살아가겠지요?
만나고 헤어짐....
든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허전하다는 말이 공감이 갑니다.
그렇게 떠나 보내는 이별을 연습하는 아들입니다.
우리 곁을 떠났어도 잘 살아가길 바래봅니다.
지금 거제도에는 유기견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관광 왔다가 그냥 버리고 가는 주인들로 인해서 말입니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건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물을 함부로 버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 또한 책임이라 여겨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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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아드님이 참 보기만해도 짠하면서 대견하실 것 같아요^^
답글
아드님 마음이 곱습니다... 햄스터들이 다른 주인과 함께 잘 지낼 것이라 믿습니다..
거제도의 유기견 이야기는 믿기지 않는군요.. 나쁜 사람들입니다..
답글
귀요미들이네요^^
잘 보구 갑니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지요.?
아무쪼록 남은 하루도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래요^^
답글
짠~~ 하네요
바람이 살랑살랑 부는게 천상 봄날입니다.
편안한 오후 되시고 다시 방문하겠습니다.
답글
날마다 쳐다보고 교감하던 대상가 없어졌으니
한동안은 정말 허전할거에요..
대신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처분하기는 잘 한듯합니다.
답글
살아 있는 생명은 귀하죠.
함께 있다 보면 정이 생기고...
답글
아드님이 정말 사랑을 많이 주고 키웠나보네요
저희집은 몇번 키웠는데 모두 지들끼리 싸워죽고 병들어 죽고 그러더라구요
아이들이 너무 슬퍼해서 이젠 아예 안 키운답니다
답글
그러면서 아이는 한뼘 더 성장하겠지요.
저도 어릴때 외사촌형들이 방학이라 놀다가 돌아가면 얼마나 울었던지..
그 때를 생각하면 지금은 너무 마음이 매마른듯 하네요.
답글
아드님이 얼마나 정성으로 키웠는지 알 것 같네요
너무 귀여워서 한동안 눈에 삼삼하겠어요..
답글
정말 귀엽네요.
아드님에게 다시 새로운 동물을 키우게 해주세요... ^^
답글
마음이 짠 하네요
저도 어렸을 때 키우던 개를 떠나보내던
아픈 기억 나네요
답글
한동안 섭섭하겠네요.
그래도 공부를 위해 자제하는 모습이 대견스럽네요.
답글
만남보다 헤어짐의 공허함이 더 클 것 같아요..!
그래도 다른 곳에서 잘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답글
마음이 짠해지네요 ㅠㅠ
답글
그래도 결정 잘하신 듯 합니다.
저 많은 햄스터를 지금까지 어떻게 길렀대요.... ^^;;
답글
에고..맘 아프네요.
답글
만남과 헤어짐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합니다.
맞아요. 하루이틀지나면 또 잊어버리고 적응하는 게 우리이기도 하구요.
정이 많은 아드님이네요.ㅎㅎ
답글
글을 읽는 저의 마음도 찡하여 옵니다!
답글
그 사이 정이 많이 들었나 봅니다^^
답글
전 사욕사가 꿈이예요 저도 동생이 없어서 햄스터 키울거예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