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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무속인과 의딸 맺은 시어머님

by 홈쿡쌤 2009.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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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가까워지자 날씨는 영하로 떨어졌습니다. 시어머님도 우리 집에 와 계시기 때문에 시골집은 텅 비어있었습니다. 한 달 가량을 비워 둔 집이라 들어서면 썰렁할 것 같아 작은 설날 남편과 아들은 청소를 하러 미리 출발하였습니다. 동서 둘과 차례 상에 올릴 갖가지 전을 집에서 부쳐 떠났습니다. 들어서니 온 집안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온기가 퍼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을 안방으로 모셔놓고 나물도 삶고 무치고 다른 제수음식을 장만하였습니다. 동서들과 함께 하니 힘겨운 줄도 몰랐습니다. 함께 저녁을 먹고 3형제가 둘러앉았습니다. 준비해 온 선물들을 나누어 주며 행복한 시간을 가지고 있을 때 어머님이

“야야~ 통장에 돈 들어왔나 보게 챙겨가자.”

“네.”

어머님의 비밀스러운 통장들을 꺼내 보니 출자금, 적금, 입출금 통장 서너 개의 통장이 나왔지만 돈이 많이 든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인천삼촌이 월 10만원은 꼬박꼬박 찍혀있었고, 가끔 다른 자식들이 보내 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런데 2008년 12월에는 며칠을 두고 10만원, 15만원, 80만원이 계속해서 빠져나가 있었습니다.

“엄마! 이 돈 빼서 뭐 한 거야?”
“...........”

“혹시! 의딸한테 준 거 아냐?”

“응 맞다.”

“굿을 한 거야?”

“내가 죽다가 살아났다.”

몸이 안 좋아 그거 하고 나니 괜찮아졌다는 것이었습니다.

“...........”

우리 형제들은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삼촌이

“엄마! 이왕 한 것은 할 수 없고, 이젠 앞으로 그런 거 하려면 형수랑 의논 해 알았지?”


당신의 몸이 아프면 자식들한테 연락하기 보다는 혼자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계신분입니다. 그래서 의딸을 불러 굿을 했고 미신이지만 마음이 편해지고 병도 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셨나 봅니다.

“엄마! 의딸은 어디서 어떻게 만난거야?”

어머님은 가까운 절에 다니고 있습니다. 병원을 찾아다녀도 아픈 것은 없어지지도 않아 자주 절을 찾아 부처님 앞에 절을 올리며 마음수련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서 절에서 잠을 자기도 합니다. 이불을 덮고 잠자리에 들었을 때, 아주머니가 다가 와

“할머니! 이불 좀 같이 덮어도 될까요?”
“네. 함께 덮어요.”

그렇게 어머님에게 접근을 해 왔습니다.

“할머니, 몸이 많이 안 좋으신 가 봅니다.”
“그걸 보지도 않고 어떻게 압니까?”

“걱정이 많으시네.”

이야기를 자꾸 하다 보니 시어머님의 마음을 다 뺏어버렸던 것입니다.

밤 10시가 넘었는데 그길로 어머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시댁으로 갔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우리 엄마를 닮아 의딸이 되고 싶어요.”

“그러세.”

인연을 맺은 후 의딸은 자주 반찬을 사서 찾아오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방책을 써야한다며 시어머님의 돈을 조금씩 조금씩 빼 갔고, 급기야 큰 굿을 해야 된다고 하면서 80만원이란 돈이 빠져나갔던 것입니다.


언젠가 뉴스에서 무속인 들이 시골에 사시는 어르신들의 돈을 노리고 접근 해 가진 돈을 다 뺏어 갔다는 소식을 접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 어머님이 끌려들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명절을 보내고 집에 와서 어머님에게

“전, 어머님께 서운해요.”
“왜?”
“아프시면 우리한테 전화를 해야지. 그 아줌마한테 전화를 받고 어머님을 모셔오도록 해야겠어요?”

이번에 아플 때도 의딸한테 전화를 해 방책을 해 달라고 했나 봅니다. 마침 의딸은 집이 아닌 부산에 가 있어 찾아 갈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자 그 분은 우리 집으로 전화를 해 날씨가 춥고 제대로 드시질 못해 그러니 모시고 가라고 말했습니다.

“어머님! 이제 아프시면 우리한테 먼저 연락하세요.”
“그래. 그래 알것다.”

참 마음이 묘했습니다. 당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받고 보니 자식보다 의딸에게 더 의지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어머님에게 편안한 며느리가 아니었나 싶어서 더욱....


이제 시어머님이 우리 집으로 모셔온 지 한 달이 되어갑니다. 많이 좋아지신 것 같아 마음이 편안합니다. 육남매 키워내신다고 당신 몸 다 삭아 내린 줄 압니다. 나이가 83세이니 안 아픈 곳이 없을 것입니다. 그 연세에도 자식들에게 폐 끼치기 싫다는 우리 어머님, 그게 어디 내 마음대로 되는 일입니까. 무속인에게 의지 하시는 것을 보니 마음의 병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이제 모든 것 다 잊어버리시고 편안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비록 돈은 잃었지만 당신 마음 편안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이제 따스한 봄이 오면 더욱 건강해질 것이라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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