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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찾아 갈 친정이 있다는 행복

by 홈쿡쌤 2009. 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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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 갈 친정이 있다는 행복



 연휴 잘 보내셨지요?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해 봅니다.

저는 명절이 되면 늘 마음이 무겁기만 합니다.

며칠을 설 준비에 바쁘게 움직이고 난 뒤, 한 상 가득 차려놓은 차례상을 보면 뿌듯합니다. 사촌과 조카들까지 우르르 몰려와 절을 올리고 나면 떡국 한 그릇씩 나누어 먹습니다. 그리고  얼른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산소에 다녀옵니다. 조금 있으면 여기저기서 시어머님께 세배를 드리려고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합니다. 간단히 술상을 차려 음식을 대접하고 서로 덕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낼 때, 부엌에서 여자들은 설거지를 하며 바삐 손놀림을 합니다. 한차례 폭풍우가 지나간 듯 사람들을 보내고 나면 또 가족들의 점심을 차려 먹고 겨우 오후 늦게야 한가해집니다.


몸도 마음도 나른해 지고 풀어질 때, 동서들은 친정 갈 준비를 합니다. 아이들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꽃 단장을 합니다. 6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저는 돌아갈 친정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친정 부모님 돌아가신지 꽤 되었고, 부모님 대신이었던 큰 오빠마저 이 세상을 떠나고 나니 기다려 줄 이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엄마! 우리도 외갓집 가자!”

“뭐하게. 외삼촌도 안 계신데...”

“그래도 외숙모 있잖아. 언니도 있고.”

“싫어 안 가!”

우리 아이들도 언니가 외갓집 간다고 준비를 하니 가고 싶었나 봅니다.

아이들마저 외갓집을 잃어버리게 된 것 같아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잠시 후, 시집 간 시누이가 친정을 왔습니다. 반가이 맞이하고 술 상 앞에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때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어? 형부! 왜요?”

“어디야? 아직도 시댁이야?”

“네.”

“거제 올케언니 식구들 왔는데. 올래?”

“글쎄요.”

“오려면 얼른 와!”

얼마 전, 결혼을 한 조카가 큰오빠의 산소에 인사를 하러 왔다가 언니네 인사차 들렸나 봅니다.

곁에서 가만히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시누이가

“친정 갔다 와.”

“어머님을 혼자 두고 어떻게 가요.”

“오늘은 내가 엄마 곁에 자고 갈게.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

“정말요?”

“평소 네가 고생하잖아. 잘 갔다 와 .”

“우와! 엄마 그럼 우리도 외갓집 가?”

“응. 외갓집이 아니고 이모 집에.”

“신난다.”

저 역시 아이들만큼이나 신이 났습니다.

“형수님, 이거 5년 근 인삼인데 친정 가실 때 가져가세요.”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삼촌이 선물까지 챙겨 주십니다.


언니 집에 도착하니 반가운 친정식구들이 모여앉아 있었습니다.

맛있게 저녁까지 해 먹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렇게 찾아갈 친정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날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시댁에서 맨 뒤에 떠나면서 그릇까지 닦아 넣어야 하고 청소까지 말끔히 해 두고 나오면서 가졌던 그 씁쓸함, 요번 명절에는 없었으니 말입니다.


또 아침 일찍 일어나 시외삼촌댁에 들러 얼른 새해 인사를 드리고 시골로 달려갔습니다. 시누가 뒷정리까지 다 해 둔 덕분에 할 일도 없이 그냥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 집으로 왔습니다. 너무 기분좋은 명절을 보낸 것 같습니다.


형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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