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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 '뽀뽀와 팬티'

by 홈쿡쌤 2009.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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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
     '뽀뽀와 팬티'


 


부부의 연을 맺은 건 1992년 2월 7일, 처녀나이 33살, 총각나이 34살, 아주 많이 늦은 출발이었습니다. 함께 살아온 세월이 벌써 17년. 이젠 눈빛만 보아도 무엇을 원하는지 다 알아차리는 사이가 되어 있고, 서로 많이 닮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딸(중3) 하나, 아들(중2) 하나 낳고 잘 살진 못하여도 따스한 정 나누며 오순도순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아직 방학이라 늦잠을 자는 녀석들, 얼마 남지 않은 방학 즐겨보라고 깨우지도 않고 혼자 밥을 챙겨 먹고 출근을 서둘렀습니다.

“딸! 일어나, 엄마 갔다 올게.”

“엄마! 잠시만.”

밤늦게까지 책상 앞에 앉아있어 일찍 일어나지도 못하는 녀석이 벌떡 일어나 어디론가 갑니다.

“어디 가는 거야?”
“잠시만.”

작은방에서 무언가 들고 나오는 딸아이

“엄마! 결혼 축하해.”

“어?”
“오늘 결혼기념일이잖아.”
“그러네. 아이고, 고마워라.”

“마음에 들지 모르겠어.”

“뭐야?”
“별것 아니야.”

명절에 삼촌들에게 받은 용돈 저금하고 돈이 별로 없어 좋은 것을 못 샀다고 하며 엄마 아빠 커플 팬티 한 장씩을 내게 전합니다.


사실 무엇에 쫓겨 사는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게 기념일인 것 같습니다. 기념일에 무색할 정도로 쉽게 넘기는 사람이라 작년에는 정말 아무도 모르게 넘어가 버렸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기념일은 챙겨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의 말이 생각나 은근히 화가 나기도 합니다. 남들은 꽃다발에 선물도 다 사준다는 데 말입니다.

"아빠! 오늘 무슨 날이에요?"

"무슨 날? 주말이지“

"아빠~"

"아! 알아 알아 결혼기념일이라는 거”

“칫! 몰랐으면서.”

“아빠는 엄마한테 선물 뭐 할 거야?”

“선물? 아빠는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

“무슨 말이야? 아빠”
“여보 이리 와 봐.”

그러면서 입술을 갖다대는 것이었습니다.

“우와! 뽀뽀로 넘기려고?”
“돈으로 주고 사는 선물보다 훨씬 좋은 거야. 그렇지 여보?”

그냥 피식 웃고 말았습니다.


하긴, 다이아몬드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이렇게 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마음만으로도 행복합니다. 값비싼 선물보다 더 큰 사랑이 중요함을 아는 당신을 이해합니다. 기념일을 깜박 잊고 아이들이 챙겨주는 날이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넓은 가슴으로 포근히 감싸 주는 이,

내 흘리는 눈물 가만히 닦아 줄 사람도 고단한 몸 기댈 어깨를 빌려주는 이,

수고했다고 등 두드려 줄 사람도 지쳐 쓰러진 나를 일으켜 세워 주는 이,

아픈 마음 다독여 줄 사람도 남편뿐이란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맛있는 것을 먹어도

이리저리 쇼핑을 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당신입니다.


내가 당신의 아내여서 기분 좋고,

너희가 나의 딸 아들이라서 행복해

사랑합니다.

그리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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