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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며느리와 딸, 무엇이 다를까?

by 홈쿡쌤 2009.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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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와 딸, 무엇이 다를까?


  이젠 불어오는 바람 속에도 봄 결이 느껴지는 요즘, 창문을 활짝 열고 봄맞이를 해 보았습니다. 이불 호청도 말끔히 씻고, 따스한 햇볕에 늘어놓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시어머님 연세 83살,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다 우리 집으로 오신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자주 씻겨 드리지 못해 주말이면 늘 온 가족이 함께 가까이 있는 대중탕으로 향합니다. 시설이 좋은 온천을 가고 싶어도 너무 많은 사람이 북적이는 바람에 조금은 한산한 동네 목욕탕을 선택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딸아이는 약속이 있다고 하며 따라나서지 않아 어머님과 둘이서만 목욕을 갔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에 16살에 시집을 와 오직 자식만을 위해 희생하시며 사신 분입니다. 당신 입에 넣는 것보다 자식 입으로 들어가는 게 더 행복한 그런 어머님. 그러기에 우리 6남매 반듯하게 잘 자라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다 어머님 덕분임을 압니다. 피부는 아기처럼 부드럽고 다 빠져버린 머리카락, 뼈만 앙상하게 남은 작은 체격, 얼굴에는 주름과 검버섯이 가득합니다. 탕으로 들어서기 전에 비누질해 주면 따뜻한 탕으로 들어가십니다. 먼저 몸을 녹이고 있던 아주머니 한 분이

“할머니! 딸이요. 며느리요?”
“딸입니더.”
“그러면 그렇지, 요즘 며느리가 누가 목욕탕 같이 와!”

“...........”


탕에서 나와 어머님의 몸에 붙은 때를 밀어냅니다. 너무 부드러운 피부 때문에 세게 밀면 껍질이 벗겨질까 봐 겁이 납니다. 쓱싹쓱싹 털어내고 난 뒤 쪽 머리를 감기고 곱게 빗겨 주고 나면 분홍빛 볼로 새색시 같아집니다.

“와. 우리 어머님 곱다.”

“다 늙었는데 곱긴 뭐가 고와!”


물기를 닦고 나와 옷을 갈아입혀 주고 나서 난 더운 열기를 식히려고 선풍기 앞에 섰습니다. 그러자 어머님 옆에 둘러앉은 아주머니들이 또 한마디씩 합니다.

“할머니! 딸이랑 목욕 왔소?”

“아니, 우리 셋째 며느리라오.”

“난 딸인 줄 알았소.”

“우리 며느리가 착하요.”

“첫째도 아닌데 같이 사는 가 봅니다?”
“멀리 있다보니 가까이 있는 우리 셋째가 고생하지.”

“부모한테 잘하면 복 받을 겨! 자식한테도 복 받고..”

“그럼 그럼.”

우리 어머님 또 며느리 자랑이 입가로 과하도록 넘쳐납니다. 너무 민망해 서 있을 수가 없어 얼른 모시고 목욕탕을 나와 버렸습니다.


“어머님! 아까는 왜 절 딸이라고 했어요?”
“넌 내 딸이잖아.”

“호호 맞아요.”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왜 사람들은 딸만 목욕탕에 모시고 간다고 생각할까요?  딸과 며느리, 그 차이가 있겠지요. 내가 낳은 딸과 피 하나 섞이지 않은 며느리가 같을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며느리는 자식이 아닌가? 나의 사랑하는 남편을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인데 말입니다. 우리 나이야 미리 연금을 들어 노후대책을 세워두었지만, 팔순은 넘기신 어머님의 연세에는 모두 자식에게 기대야 하는 세대입니다. 자식들 키워내시느라 온몸 받쳤기에 다 내어주고 나눠주고 남은 것은 기운 없고 아픈 것뿐이고 재산 하나 없는 빈 털털이입니다.


 며느리도 딸처럼 잘해 드리며 사는 사람 이 세상에 많을 것입니다. 이제 그런 편견 버리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더 우리 곁에 머물러 계실지 모르지만, 돈으로 해 드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비싼 옷을 사 드려도 외출 하지도, 다이아몬드를 끼고 다닐 수도 없는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되어있습니다.
단지, 살아계신 동안에 편안하게 지내시고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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