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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토씨 하나에 그 기분은 천지차이

by 홈쿡쌤 2009.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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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씨 하나에 그 기분은 천지차이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은 만물이 약동하는 시기로 겨울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때입니다. 이때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난춘(暖春)시기로 일 년 중 농부들이 일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어도 춥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요즘입니다.


며칠 전, 중학생인 딸아이

“엄마! 참고서 사야 하는데.”

“서점 가자 그럼.”

“참나, 요즘 서점 가서 사는 사람이 어딨어?”
“아니, 나가는 일 있으니 가자고 한 것이지.”

“인터넷으로 사면 싸단 말이야.”

“택배비 들어가니 비슷하지 않아?”
“아니, 택배비 없어요. 한 권만 해도.”

“뭐가 그래? 그럼 주문해.”


2-3일 안에 전국 어디서나 받아볼 수 있는 편리한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이튿날 저녁, 퇴근을 하고 대문 숫자를 눌리려고 하니 노란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메모를 보니 택배회사에서 사람이 없자 경비실에 맡겨두고 가니 꼭 찾아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아파트에 살다보니 좋은 점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일반 주택에는 집에 사람이 없으면 다시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터인데 두 번 걸음 하지 않아도 되니 말입니다.

‘아이쿠! 친절하시기도 해라.’

이모티콘 까지 넣은 것 보니 젊은 사람인 건 분명했습니다. 그리고 가만히 살펴보니 이름만 딸랑 써 놓아

‘뭐가 이래? 내가 지 친구야?’ 삐딱한 마음이 발동하였습니다.

“딸! 이 아저씨 참 웃긴다!”
“왜? 뭣 때문에 그러시나?”
“이 봐. 왜 이름만 딸랑 써 놓은 거지?”
“그러게. 별것도 아닌 거로 그러시네.”

“호호 그런가?”

그렇게 웃고 넘겼습니다.






어제는 또 현관에 스티커가 붙어 있기에

“딸! 너 또 책 주문했어?”
“엄마! 내 것 주문했어.”

이번엔 아들 참고서였습니다.

“책 왔나 보다. 경비실에서 찾아 와.”

“네.”

내 손에 들린 스티커를 본 딸이

“엄마! 이번엔 김00님이라고 붙였네.”

“아마 그땐 깜박 실수하셨나 보다.”


글자 하나 더 붙여 놓았고, 아무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던지....사람마음이 이렇게 간사한 줄 몰랐습니다. 그저 친절한 표현만 보았으면 될 것을, 나쁜 감정 먼저 표현하게 되어버렸으니 저도 이제 나이티를 내며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하며 후회가 됩니다.


무엇이든 긍정적인 사고가 만사를 행복하게 한다는 사실을 저 역시 잠시 잊어버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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