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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그녀들을 위한 작은 희망,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실

by 홈쿡쌤 2009. 3.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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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시집와 살고 있는 결혼 이주여성이 12만 명을 넘어섰고 우리나라 남성들의 국제결혼 비율이 11%에 달하는 등 ‘다문화 사회’는 이제는 숫자상으로만 나열되는 먼 나라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도 국제화와 만혼화현상, 외국인 노동자 증가 등의 이유로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배우자의 비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제자리걸음에 있습니다. 다문화 가정에 대한 배타적 시각과 기피, 연민이 뒤섞여 있는 현실에서 다문화 가정은 지역 내에서 ‘섬’처럼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가지고 한국에 오지만 막상 현실에서는 의사소통의 문제, 인식과 문화 차이에서 오는 갈등, 기후차이, 경제적 빈곤 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토요일에는 2009 다문화 가정 한국어교실 개강식이 열렸습니다.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교육을 위한 진주시 다문화가정 한국어교실이 2007년 문을 연 이후 이제 세 해째가 되었습니다. 한국어교실은 한국어 수준을 잘 살펴 왕초급반 부터 초급반 그리고 중급반과 상급반으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매주 토요일마다 문을 여는 다문화 가정 한국어교실은 모든 것이 무료로 운영되고 있으며 결혼 이주여성들의 자녀를 돌보기 위한 유아방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에 근무하는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노래와 요리 등을 곁들여 한국어를 가르치기에 더욱 알찬 교육이 되고 있습니다. 올해도 더욱 많은 결혼 이주 여성들이 한국어 교실에 참여해 생활하는데 불편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한국어 교실 상급반에 수강하고 있는 주심씨(베트남 출신)가 2008년 10월 9일 서울에서 있었던 '한글날 기념 전국 결혼이주민 여성 우리말 대회'(주관 : 한울안 운동본부) 우리말 말하기 부문 대상을 받아 경사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그녀는 쌍둥이 엄마로 그 열정은 대단해 2009년 3월 경상대학교 국어학과에 입학한 새내기 학생이기도 합니다.



 

몇십 년을 다른 환경에서 생활하다가 살아도 서로 맞춰가는 것도 어려운 상황인데, 말과 문화가 다른 나라에 시집을 와 적응해 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과 마음 상태를 가족에게 전하고 싶어도 말이 통하지 않아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과 쓸쓸한 고통을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가고 있는 결혼 이주 여성들을 위해 <한국어 교실> 운영을 하면서 많은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힘을 모아 한국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토요일마다 시간을 내 결혼 이주 여성들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니 남에게 베풀어 가며 사는 행복은 멀리 있는 게 아니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저 내 욕심만 채우며 앞만 보고 달려온 내 인생이 후회스럽기까지 하였습니다. 특히 요리 실습은 가족처럼 따뜻한 정이 흐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식문화를 하나 둘 배워가는 보니 마음 뿌듯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주여성들도 우리와 같은 한국인이며,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 가정 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한 것 같습니다.



 

‘여자와 그릇은 밖으로 내 돌리면 안 된다’는 우리나라 속담이 있습니다. 혹시 도망이라도 갈까봐 바깥출입도 시키지 않는다며 그래도 <한국어 교실>에 찾아오는 이주 여성은 행복하다는 말을 들을 때, 너무 마음이 아파왔습니다.


올해도 작게는 결혼 이주 여성들의 가정에 행복의 열매를 주렁주렁 맺히도록 도와주는 밑거름이 되어주는 사람이고 싶고, 우리의 음식문화를 다양하게 접하게 해 부엌일에 서툰 그녀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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