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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무속인에게 빠진 시어머님 어쩌면 좋을까?

by 홈쿡쌤 2009.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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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에게 빠진 시어머님 어쩌면 좋을까?


 

제법 봄날 같은 날씨가 이어지더니 봄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촉촉이 젖은 대지위로 내려앉은 봄비는 만물을 소생하게 하는 단비였습니다.

  휴일, 우리 집에 와 계시던 어머님이

“야야~ 나 집에 갈란다.”

“집에 가고 싶으세요?”

“응.”

그냥 우리 집에 계시면 끼니 걱정 한 번만 하면 되는데 시골에 가 계시면 또 시골까지 반찬  걱정을 해야 하니 신경 쓰일 때가 잦습니다. 그래도 친구가 있고 그저 내 집이 편안하시다는 83세의 시어머님이기에 모셔다 드리기로 하였습니다.


시원한 봄바람을 가르며 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나는 시골길을 달려가고 있으니 시어머님의 휴대전화가 울립니다.

“여보시오. 여보시오.”

잘 들리지 않는지 ‘여보시오. 와 말을 안 하노?’ 하시기에 얼른 전화기를 받아보았습니다.

“여보세요?”
“저~ 내동댁 핸드폰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할머니가 자꾸 오라고 해서 시골에 왔는데 아무도 없네요.”

“아~ 네. 다 와 갑니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남편이

“누구야?”
“어~저번에 말한 그 무속인인가 봐.”

“엄마! 또 불렀어?”
“응. 내가 눈이 안 뜨일정도로 아파서....” 하며 말끝을 흐리십니다.

“내가 그 사람 만나지 말라고 했지?”
“............”

신경안정제에 고혈압약까지 병원에서 받아 온 약이 한 두 알이 아닙니다.

남편은 나이가 많고 몸이 안 좋으면 아들한테 연락해서 병원으로 가야 할 터인데 무속인에게 의지하는 어머님이 못마땅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딱히 아픈 곳이 없고 무엇인가 잘 풀리지 않으면 찾게 되는 게 무속인인데, 빤히 아는 노병인데 무슨 미련이 많아 그러냐며 큰소리치는 것이었습니다. 집에 가면 아무것도 먹을 게 없어 시장 봐서 반찬 만들어 놓고 오려고 이것저것 사 가는데

“당신 내리지 마! 농담 아니야.”

화가 난 남편의 말과 표정에서 나 또한 망부석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대문앞에 차를 세우며

“얼른 내려. 이제 아파도 나한테 연락하지 마.”

어머님이 문을 닫고 내리자마자 차를 몰아 쌩하게 내달려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반찬은 해 놓고 가야지.”

“엄마는 심하게 외면해야 정신 차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됐어.”

차를 몰고 오는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남편입니다.


무속인이 시댁을 찾아오려면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와야하는 거리에 살고 있습니다. 많은 돈을 주지 못해도 차비라도 쥐어 줘야하는 상황입니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 통장에서 뽑아 무속인에게 주는 어머님이나, 못하게 하는 남편이나 두 사람의 그 마음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혼자서 식사는 하도록 해 놓고 와야 도리인데 며느리로서 괜히 걱정만 앞섭니다. 이러다 건강이 더 나빠지는 게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시어머님과 남편의 갈등 속에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 듯 혼자 속 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님이 전화 해 받으니 친하게 지내는 옆집 할머니를 바꿔주시면서

“내동댁은 잘못 없어. 그 여자 내가 불렀다니께.”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더라는 것입니다. 어제저녁에는 그래도 걱정되어 시골을 다녀온 모양입니다.  그리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빤히 쳐다만 보고 와 버렸다고 합니다.


적게는 5만 원, 10만 원, 20만 원, 80만원까지 통장에서 빠져나간 걸 본 남편은

“그런 돈 있으면 손자 과자나 사 줘”라고 합니다.

무슨 일이 풀리지 않으면, 병명도 없이 몸이 아파지면 귀신에 홀린 것처럼 찾게 되는가 봅니다.

어찌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현실적인 일만 하며 지낼 수 없기에, 병원을 가도 별 소용없자 무속인을 불러 소금 뿌리는 단순한 행동의 푸닥거리라도 하고 싶은 어머님을 조금 이해 해 주었으면 하는 맘 간절합니다. 많은 돈 주고 푸닥거리를 한다 해도 그로 인해 병이 낫는 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렇게라도 해 당신 마음이라도 편안해질 수 있다면 어쩔 수 없는 일 아닙니까. 쉽게 무속인에게 빠져 의지하려는 우리 시어머님, 어쩌면 좋을지 참 난감합니다.


무속인과 의딸맺은 시어머님 http://heysukim114.tistory.com/541 
2009년 1월 29일에 포스팅한 내용입니다. 그 사이 몇 번을 집으로 불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이제, 두 모자간의 사이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숙제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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