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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잘 키운 내 아들은 '남의 아들'이란다!

by 홈쿡쌤 2009.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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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모님들의 단 한 가지 마음, 누구나 자식 잘 되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처럼 시골에서 등이 휘도록 한 몸 바쳐 유학까지 시켜가며 훌륭한 인물로 자라 서울에서 생활하며 부인도 만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어제는 작은 모임이 있어 나갔더니 온통 화제는 친구엄마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듣고 왔다.


잘 키운 내 아들은 남의 아들(?)이란다!

아들 시리즈 1 =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아들 시리즈 2 = 사춘기가 되면 남,

                군대에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

아들 시리즈 3 = 낳았을 땐 2촌,

                대학가면 4촌,

                군대 다녀오면 8촌,

                장가가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가면 해외동포.


출가 시리즈 = 아들은 큰 도둑,

              며느리는 좀도둑,

              딸은 예쁜 도둑.


메달 시리즈 =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만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에 아들 하나는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


유행가 시리즈 =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



어느 노모의 이야기


판사 아들을 키워낸 노모는 밥을 한 끼 굶어도 배가 부른 것 같고 잠을 청하다가도 아들 생각에 가슴 뿌듯함과 오유월 폭염의 힘든 농사일에도 흥겨운 콧노래가 나는 등 세상을 다 얻은 듯 해 남부러울 게 없었다. 이런 노모는 한 해 동안 지은 농사지은 것을 이고 지고 세상에서 제일 귀한 아들을 만나기 위해 서울 한복판의 아들 집을 향해 가벼운 발걸음을 재촉해 도착했으나 이날따라 아들만큼이나 귀하고 귀한 며느리가 집을 비우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자만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아들이 판사이기도 하지만 부자 집 딸을 며느리로 둔 덕택에 촌노의 눈에 신기하기만 한 살림살이에 눈을 뗄 수 없어 집안 이리저리 구경하다가 뜻밖의 물건을 보게 되었다. 그 물건은 바로 가계부였다.


부자 집 딸이라 가계부를 쓰리라 생각도 못했는데 며느리가 쓰고 있는 가계부를 보고 감격을 해 그 안을 들여다보니 각종 세금이며 부식비, 의류비 등 촘촘히 써내려간 며느리의 살림살이에 또 한 번 감격했다.

그런데 조목조목 나열한 지출 내용 가운데 어디에 썼는지 '촌년10만원'이란 항목에 눈이 머물렀다. 무엇을 샀기에 이렇게 쓰여 있나 궁금증이 생겼으나 1년 12달 한달도 빼놓지 않고 같은 날짜에 지출한 돈이 바로 물건을 산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게 용돈을 보내준 날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촌노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아 한동안 멍하니 서 있다 아들 가족에게 줄려고 무거운 줄도 모르고 이고지고 간 것을 주섬주섬 다시 싸서 마치 죄인 된 기분으로 도망치듯 아들의 집을 나와 시골길에 올랐다.


가슴이 터질 듯한 기분과 누군가를 붙잡고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분통을 속으로

삭히기 위해 안감 힘을 쓰고 있는 가운데 금지옥엽 판사아들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머니 왜 안주무시고 그냥 가셨어요."라는 아들의 말에는 빨리 귀향길에 오른 어머니에

대한 아쉬움이 한가득 배어 있었다.

노모는 가슴에 품었던 폭탄을 터트리듯 소리를 지르자

아들은 "어머니 무슨 말씀을....,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노모는

"무슨 말, 나보고 묻지 말고 너의 방 책꽂이에 있는 공책한테 물어봐라 잘 알게다"며 수화기를 내팽겨 치듯 끊어 버렸다. 아들은 가계부를 펼쳐 보고 어머니의 역정이 무슨 이유에서 인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고 아내와 싸우자니 판사 집에서 큰 소리 난다소문이 날 거고 때리자니 폭력이라 판사의 양심에 안 되고 그렇다고 이혼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마련으로 몇날 며칠을 무척이나 힘든 인내심이 요구 됐다.


  그런 어느 날 바쁘단 핑계로 아내의 친정 나들이를 뒤로 미루던 남편의 처갓집을 다녀오자는 말에 아내는 신바람이나 선물 보따리며 온갖 채비를 다한 가운데 친정 나들이 길 내내 입가에 즐거운 비명이 끊이질 않았고 그럴 때마다 남편의 마음은 더욱 복잡하기만 했다. 처갓집에 도착해 아내와 아이들이 준비한 선물 보따리를 모두 집안으로 들여보내고 마당에 서 있자 장모가

"아니 우리 판사 사위 왜 안 들어오는가."

사위가 한다는 말이 "촌년 아들이 왔습니다."

"촌년 아들이 감히 이런 부자 집에 들어 갈 수 있습니까" 라 말하고 차를 돌려 가버리고 말았다. 그날 밤 시어머니 촌년의 집에는 사돈 두 내외와 며느리가 납작 엎드려 죽을죄를 지었으니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빌었다. 이러한 일이 있고 난 다음달부터 '촌년 10만원'은 온데간데없고 '시어머니의 용돈 50만원'이란 항목이 며느리의 가계부에 자리했다.


이렇게 자식의 역경대처 기술이 아주 뛰어난 분으로 쉽게 마무리 된 사건이긴 해도, 빈부격차 계층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든 세상을 살아가다보니 별 요상한 일들이 다 벌어지는 것 같다.


졸음이 찾아온 어설픈 일상에서 정신을 차리라고 끼 얻는 찬물과도 같은 청량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시하고픈 시어머니이지만 내 남편의 어머니라는 사실은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작은 곳에서 고부간의 갈등은 일어나게 마련이고, 각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서로 배려하는 마음 가진다면 가족이기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 모두 효도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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