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목욕관리사에게 몸 맡기기 싫다는 시어머님

by 홈쿡쌤 2009. 4. 3.
728x90
반응형

목욕관리사에게 몸 맡기기 싫다는 시어머님
 

봄꽃들은 앞다투어 피어나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그 향기로움 느낄 틈새도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는 요즘인 것 같습니다.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던 시어머님이 몸이 안 좋아 올라와 계십니다. 가족들이 제각기 일터로 다 떠나고 텅 빈 집을 홀로 지키는 건 마찬가지지만 친구도 없고 텃밭도 없고, 이야기 할 상대도 없으니 마냥 시간 보내는 일도 지겨울 것입니다.


휴일은 온 가족이 대중탕에 가서 피로를 풀고 있습니다. 시어머님을 모시고 가기 전 남편에게

“여보! 어머님 씻겨 드리는 것 못 할 것 같아.”
“아~ 당신 어깨 아프지? 내가 엄마한테 이야기할게.”

그러더니 어머님께 당신 며느리 어깨가 아파 병원 다니고 있으니 목욕관리사(때밀이)한테 씻고 오라고 당부를 하자

“알았어. 시키는 대로 할게.”

그렇게 다짐을 받고 가까운 대중탕으로 향하였습니다.

남편과 아들은 남탕으로 우리는 여탕으로 들어갔습니다. 휴일이라 그런지 앉을 자리도 없이 붐벼 겨우 비집고 들어가 어머님의 몸을 씻겨 온탕으로 들어가게 했습니다. 따뜻한 온기가 온몸으로 퍼지는 걸 느끼자 피로가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얼마 후 “어머님! 저기 침대에 누워 계시면 씻겨 주는 분 올 건데...”

내 말이 떨어지기도 무섭게

“난 안 할 끼다.”
“왜요 어머님?”
“거가 어디라고 누워 있노?”

“네?”
“그리고 내 몸 넘한테 못 보인다.”

“아~ 네...”

한 마디로 싫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나 씻어.”
“네.”

쪼그리고 앉아서 쓱싹쓱싹 몸에 붙은 때를 씻어 내렸습니다. 가만히 쳐다보니 오른쪽 팔에는 힘이 있어 제법 잘 씻어 내리는데 왼쪽은 영 힘이 없어 제대로 씻지 못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어머님! 이쪽으로 앉아 보세요. 제가 씻겨 드릴게요.”

“너도 팔 아픈데 그냥 대충하지 뭐.”

“똑바로 앉아 보세요.”

6남매 키우기 위해 물렸던 축 늘어진 젖가슴, 거칠어진 손, 앙상한 뼈만 남은 다리, 쪼글쪼글 주름 검버섯 가득한 얼굴, 힘에 겨워 휘어버린 등, 긴 머리카락, 평소처럼 말끔히 씻어 내리고 나니 아픈 어깨가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히고 쪽 머리 곱게 빗겨 드리니 빨간 볼로 인해 새색시 같아 보였습니다.

“야야~ 저렇게 씻겨주면 돈 얼마 줘야 해?”
“10,000원 아니면 15,000원 정도 할 겁니다.”

“뭐가 그렇게 비싸노?”

마사지까지 받으면 20,000원이 넘는다는 말을 하면 기암을 하실 것입니다.

평생 싱크대 쌀 한 톨 흘러내려 가는 것, 먹다 남은 음식 버리는 것 하나 싫어하시며 알뜰살뜰 검소하게 살아오신 분인데 목욕관리사에게 몸을 맡기라고 했던 제가 잘못했던 것입니다.


사실, 돌아가신 친정엄마와는 한 번도 대중탕을 가 본 적 없습니다. 시골에서 자란 탓도 있지만, 결혼하고도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간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83세인 시어머님과 목욕 가는 일이 내심 즐겁기 때문입니다. 우리 엄마도 이렇게 살아계신다면 좋을 텐데 하면서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쓸어 지는 나를 보더니

“엄마, 목욕관리사한테 때 밀었어?”
“아니.”
“왜?”
“그냥 싫다고 하시더라.”

“그럼 나한테는 왜 그러마라고 했지?”
“글쎄. 나도 모르지.”

아들한테 하는 말과 며느리한테 하는 행동이 달라 속으로는 많이 서운했습니다.
“아이쿠! 우리 마누라 고생했네. 앉아 봐 내가 어깨 주물러 줄게.”

조물조물 힘차게 주물러 주는 남편의 손길 느끼니 아픔도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당신 마음 헤아리지 못하고 내 몸만 생각하고 한 행동인 것 같아 어머님께 죄송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런 게 가족간에 느끼는 행복 아니겠습니까.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세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