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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로 ‘고마움의 눈물’

by 홈쿡쌤 2009.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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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하게 돌아가는 신학기의 바쁨도 이젠 조금 안정이 되어갑니다. 며칠 전, 제일 일찍 출근하는 동료 한 사람이 시간이 넘어도 보이질 않습니다. ‘이상 하네 이럴 사람이 아닌데, 무슨 일 있나?’ 하고 전화기를 들려고 하는데 휴대전화가 요란하게 울립니다.

“자기 무슨 일 있어?”
“응. 엄마가 갑자기 쓰러져서 병원 와 있어.”
“그래? 엄마는 괜찮아?”
“위급한 상황은 넘겼어.”
“다행이다.”

“뒷일을 부탁해. 좀 있다 갈게.”
“알았어. 천천히 와”


함께 일하는 동료의 친정엄마는 악성빈혈로 한 달에 한두 번 피를 몸속으로 투석 해 줘야 하는 심각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RH- 형으로 구하기 어려워 가끔은 발을 동동 구를 때도 있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했던가? 오랫동안 병마와 시달리고 있다 보니 별 놀랄 일도 아니라며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특별했나 봅니다. 남녘에는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 축제로 그 자태를 뽐내고 있어 봄은 벌써 찾아온 듯한데, 꽃샘추위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아침 기온을 뚝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2월에 날씨가 따뜻하다 보니 일찍 핀 꽃이 냉해를 입어 과수농가의 손해도 예상되고 있습니다. 칠순을 넘긴 어머님은 아침 일찍나서 멀지 않은 딸 집으로 향했던 모양입니다. 봄이라고 얇게 입은 옷 탓이었는지 갑자기 정신을 잃고 차가운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나가던 사람이 길바닥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보고 등에 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던 것입니다. 응급실에서 병실로 옮기고 친정엄마가 안정되자 가족들도 제정신으로 돌아왔습니다.

“엄마는 뭐 하러 그렇게 일찍 나선 거야? 큰일 날 뻔 했잖아.”
“나설 때는 그렇게 추운 줄 몰랐지.”

“근데, 누가 데리고 온 거야?”

“나도 모르지.”

“하긴, 엄마가 어떻게 알겠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원무과로 찾아 가

“저기~ 707호 환자 누가 데리고 왔던가요?”
“아~ 그 할머니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였어요.”

“혹시 연락처라도 알 수 있을까요?”
“아뇨. 그냥 아무 말 없이 가셨는데....”

“네...”

조금만 늦었어도 엄마는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쓸쓸히 돌아서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혼자 훌쩍거렸다고 합니다.

‘세상엔 이렇게 따뜻한 사람도 있구나.’ 하고 말입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남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 야박한 세상, 힘겹고 어렵다고 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사람의 목숨 귀중하게 여길 줄 알고 이웃을 사랑하는 천사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많다는 걸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그 분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고, 이름도 성도 모르는 분에게 감사한 마음 전한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에는 또 눈물이 가득하였습니다. 하나 밖에 없는 엄마의 목숨을 살려 준 분이기에....


아무리 각박하다 해도 마음 따뜻한 사람이 더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때요? 

아직은 살아 볼만한 세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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