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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세대별 유형, 대중탕에서 친구를 만난다면?

by 홈쿡쌤 2009.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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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별 유형, 대중탕에서 친구를 만난다면?
 

우리가 어릴 때에만 해도 몸을 씻는 목욕문화는 그렇게 발전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에야 개울가에 나가 물장구치며 노는 게 전부였기에 걱정도 없었지만, 한겨울에는 자주 목욕을 하지도 못하였습니다. 겨우 소죽 솥에 앉아서 엄마가 씻어주는 게 고작이었으니 말입니다.


이제 세상이 많이 변하다 보니 집집이 샤워시설이 다 되어 있어 대중목욕탕에 가는 일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온 가족이 함께 남편과 아들은 남탕으로 딸과 나는 여탕으로 피로를 풀고 있습니다. 며칠 전, 딸아이와 나란히 현관문을 열고 겨우 신발을 벗고 들어서는데

“아아아아~~~~~~~~~~~~~~~”

딸아이는 옆 사람도 아랑곳하지 않고 목욕탕이 들썩일 정도로 고함을 지릅니다.

“야! 창피하게 왜 그래?”
“저기~저기~”

향하는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돌려보니 딸아이와 똑같이 얼굴을 가리고 벽에 붙어 서 있는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구야? 친구?”
“응.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옷이나 얼른 벗어.”
“엄마! 나 집에 가면 안 돼? 그냥 집에서 할게.”

“안돼.”

“싫어어~~~~~~”

그렇게 5분을 넘게 둘이서 서 있었습니다.

“넌 이 동네 안 살잖아!”
“큰엄마 따라왔어요.”

“그래? 그럼 목욕탕 들어가자.”

“...........”

한참 후 친구가 화장실에 들어가 있을 때 딸아이는 옷을 벗고 탕으로 들어가기로 타협을 보았나 봅니다. 북적이는 대중탕에서 친구를 만나는 일은 허다한 일인데 왜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너희들 왜 그러는데?”

“엄마는, 부끄럽잖아. 매일 학교에서 얼굴 대하며 지내는데..”

“그게 어때서.”

“내 몸 보여주는 게 싫단 말이야.”

“뚱뚱하지도 않은데 뭐가 그래?”
“그래도 싫어.”

하긴, 사춘기라고 할 수 있는 중3인 딸아이의 마음 이해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겠지요.


그런데 1시간가량 목욕을 하고 나오는데 또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다 하고 갔겠지 하고 나왔는데 친구는 벌써 옷을 다 입고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습니다. 그 모습을 본 딸아이는 경악 하며 얼굴만 가리고 탕 안으로 뛰어들어가 버렸습니다. 또 친구는 밖에 나가 있다가 딸아이가 옷을 다 입었을 때 들어와야 했던 것입니다.

“참나, 무슨 난리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때론 다투어 가면서도 오순도순 사랑 나누며 사는 게 또한 우리네 삶이기도 합니다. 세상엔 독불장군 없듯, 더불어 사는 우리, 함께 하는 우리였기에 이웃과 함께 김장 소금물도 나누어 가졌던 그 어려웠던 시절이 마냥 그립기만 합니다. 서로 등을 밀어주며 우정을 더 돈독하게 할 수 있을 법도 한데 그조차 싫다는 녀석들이니 말입니다.



내가 사는 곳은 어느 대중탕에 가도 자동 등밀이 기계가 있기에 옆 사람에게 등 밀어 달라 부탁도 하지 않고, 그냥 때만 밀고, 내 몸만 씻고 나가는 야박한 인심으로 변해가는 대중목욕탕 풍경입니다. 어쩌다 할머니가

“새댁, 내 등 좀 밀어줄 수 있어?”

“네.”

할머니의 그 말씀은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소리가 되어버렸습니다.

옛날에는 옆 사람 등을 밀어주고 나면

"에고~ 손끝이 야무지네. 우리 며느리 삼으면 좋겠다!"

하시면서 서로 나누던 정도 이젠 사라져버린 것 같습니다.

아주 사소한 곳에서도 야박하고 각박함 느끼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늘 기쁨 나누는 세상, 아픔 함께하는 세상이었음 하는 마음 간절한데 말입니다.



보통 여자들의 심리를 보면,

★ 목욕탕에서 친구를 만난다면?

10대-20대 : 얼굴을 가리고 절대 만나지 않기를 바란다.

30대      : 만나도 슬쩍 모른 척 넘어간다.

40대      : 눈인사만 한다.

50대 이후 : 옆에 앉아 수다 떤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무렇게 않게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10대들이기에 그 맘 이해해 줘야겠지요?
너희들도 나이 들어 봐, 그럼 이 엄마 맘 이해할거야.


여러분이 만약 대중탕에서 친구를 만난다면 어떻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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