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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중학생이 앨범 사진 찍는데 사복을?

by 홈쿡쌤 2009. 7.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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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학생이 앨범 사진 찍는데 사복을?


중간고사 기간에 잠을 설쳐가며 열심히 한 덕분인지 딸아이의 성적은 예상외로 잘 나왔습니다. 욕심쟁이인 엄마 마음을 충족시켰다는 생각이 들었던지,

“엄마~ 아~~”
“얘가 또 왜 이래? 무슨 할 말 있구나?”
“어엄마~”
“징그럽다야~”

“저~ ”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 옷 하나만 사 주면 안 될까?”
“무슨 옷을 산다고 그래?”

“사실, 졸업 앨범 사진을 찍는데....”하면서 말끝을 흐립니다.

딸아이의 학교는 사립으로 제법 규제가 심한 편입니다. 중 3인 딸아이는 신발도 2/3는 흰색이어야 하고, 양말도 흰색으로 복숭아 뼈가 보이는 반 양말은 안 되고, 머리는 옷깃 3cm 미만으로 자유 분만한 친구와 비교하면 화가 난다고 불만이 많습니다.

“어머니, 나 시험 잘 봤잖아! 사 줘요. 네?”
“친구 혜원이두 옷 샀다고 했단 말이야.”

딸아이의 끈질긴 애교에 그냥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남편이

“학교가 뭐 그렇노? 내가 전화해서 따져야겠다.”
“뭐라고 따질 건데?”
“아니, 교복을 입고 다니는데 뭐 하러 또 사복으로 사진을 찍는단 말이고?”

“아빠! 야외사진인데 1, 2반은 벌써 찍었단 말이야.”

그러면서 8반인 녀석은 금요일 찍는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를 하면 또 말 많은 학부모가 될 것 같아 말렸습니다. 졸업식이 있는 날 찾아가서 교장선생님께 건의해 본다는 것으로 끝을 냈습니다.


녀석의 애교에 못이겨 할 수 없이 인터넷에서 비싸지 않지만 마음에 드는 윗옷을 하나 샀습니다. 어제저녁에 주문했던 옷이 택배로 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혹시나 해서

“증명사진 찍을 때 화장하고 찍은 아이 없었어?”
“응. 있었어. 근데 선생님이 다시 찍으라고 했어.”
“왜?”
“화장을 너무 심하게 해서 귀신처럼 나왔다고.”

“참나!”

그래도 증명사진은 교복을 단정히 입고 찍은 모양입니다.


여태 선배들도 그렇게 해 온 관행이라고는 하지만, 참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소풍 갈 때에도 소풍이 아닌 옷 자랑하러 가는 날이었는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니 말입니다. 있는 집에서야 척척 사서 입히면 그만이겠지만, 할머니 손에서 할아버지 손에서, 하루 벌어 살아가는 부모 밑에 자라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팠습니다. 모두가 어려움 없이 풍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긴 해도 아직은 그래도 어둡고 힘겹게 지내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깨끗하게 빨아서 청순한 모습 담아내면 좋으련만, 꼭 새것으로 화려한 옷맵시를 뽐내려고 하니 더욱 안타까울 뿐입니다.


중학교 3학년이면 그저 바라만 보아도 아름다운 청춘입니다. 반짝이는 눈빛, 부드럽고 윤기 흐르는 살결, 아무 옷이나 걸쳐도 고와보이는 때입니다. 3년간의 추억이 어린 곳, 꿈과 희망을 키워낸 아름다운 캠퍼스를 배경 삼아 사진을 담아내면서 꼭 새 옷으로 갈아입고 찍어야 하는지 의문스러웠습니다. 딸아이의 기분 살려주기 위해 3만 원을 투자했지만, 그저 마음은 씁쓸할 뿐이었습니다.


내면을 가꾸기 위해선 한 곡의 아름다운 음악을 듣거나, 책을 본다거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마음에 와 닿는 몇 줄의 글을 읽거나, 자연을 감상하거나, 즐기는 운동을 하거나, 하고 싶은 취미 생활 등을 하는 것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며 우리 자신속의 내면을 화초를 가꾸듯 자식을 돌보듯 늘 욕심을 비우고 그 비운 자리에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워간다면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결국 내면의 아름다움과 강함이, 겉으로 나타나고, 삶을 비추는 것이 아닌가,

내면이 아름다울 때, 그 빛은 외향도 아름답게 한다는 사실을 녀석들은 언제쯤 알까?


 우리와는 많이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제가 어릴 때 찍은 첫 사진은 초등학교 4학년 때입니다. 이웃에 살던 담임선생님이 찍어주신 것입니다. 그 후 친구들과 여럿함께 찍은 건 앨범사진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보물처럼 아끼고 들여다보며 추억을 더듬어보기도 합니다.


훗날, 한 장 한 장 사진을 넘기며 아름다운 추억을 되새김할 수 있는 앨범이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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