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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함부로 현관문을 열어 준 딸아이의 곤욕

by 홈쿡쌤 2009.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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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현관문을 열어 준 딸아이의 곤욕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당연히 ‘사람’이 아닐지....


며칠 전, 집에 들어서자 중3인 딸아이의 수다가 시작되었다.

“엄마! 엄마!”하며 호들갑을 뜨는 것이다.

“왜 그래?”
“오늘 나 짜증나 죽는 줄 알았어.”
“왜?”
“하느님 믿으라고 하는 바람에.”
“넌 문을 함부로 열어주는 경향이 있어.”


딸아이의 말에 의하면 혼자 집에 있는데 벨이 울리더란 것. ‘누구세요’ 하자 아주머니가 뭐라고 하는지 들리지도 않아 아파트 현관문 작은 구멍으로 내다봤더니 초등학생이 앞에 서 있어 문을 열어줬다고 한다. 문이 열리자마자 아주머니는 발로 삐죽이 열린 현관문을 활짝 열고 들어와 버렸고, 당황한 딸아이는 어쩔 수 없이 서 있어야 했다고 한다.

“학생! 10분이면 돼. 하느님 믿어?”

“아니요. 우리 집은 절에 다녀요.” 

‘핵폭탄이 떨어져 지구가 멸망해야 한다.’ 등 등

지구가 멸망해야 구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로 보아 사이비 종교인 듯했다.

그렇게 시작된 설교가 무려 1시간. 더 듣고 있지 못 하고

“저~ 학원가야 할 시간인데요.”

단호하게 거절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자니 시간이 그렇게 흘러버렸다는 것. 방학기간이지만 독서실에서 올림피아드 준비에 한창인 딸아이는 공부해야 되는데 낭비한 시간으로 더 화가 나는 모양이다.

“나가세요. 그러지.”

“그래도 어떻게 매정스럽게 그래.”

“그럼 됐어. 잊어버려. 이젠 함부로 문 열어 주지 마.”

“알았어.”

어린 아이 상대로 설교 해야만 했는지 참 묘한 기분이 들었다.


어제 모임에서 아주 친하게 지내는 후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나보러 딸아이 교육 잘못시켰다며 야단하는 게 아닌가. 그러면서

“언니야! 우리 딸아이는 택배 아저씨가 와도 문 안 열어줘.”

“왜?”
“혼자 있으니 무서워서 그러지.”

“그럼 택배물은 어쩌고?”

“지금 어른이 안 계시니 경비실에 맡겨 놓고 가세요.”라고 한다는 것.

“우와. 우리 딸이랑 너무 다르다.”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언니는~~”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하고 지내는 것인가?

아무리 무서운 세상이라고 하지만 내 집에 찾아온 손님을 돌려보낸다고 생각하면?

글쎄. 설마가 사람 잡는 법이긴 하다. 손님도 아니었지만.


중1인 후배의 딸 이야기를 들려주고 우리 딸아이에게 엄마가 교육을 잘못시켰다고 하더라고 하면서 함부로 열어줬다고 하니

“밖을 보니 꼬마 아이가 보였단 말이야.”

나름대로 계산은 있었던 모양이었다.


바깥세상은 무서운 것이라는 걸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따뜻한 것도 많다는 걸 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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