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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한 추억속으로

논배미에 모락모락 타오르는 연기를 보니

by *저녁노을* 2009.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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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배미에 모락모락 타오르는 연기를 보니

가을이 완연한 것 같습니다. 이 아름다운 계절, 83세 아프신 시어머님이 계시기에 멀리 떠나지 못하고 아들 손을 잡고 가까운 뒷산을 오르고 내려오면서 공허한 들판을 바라보았습니다. 산자락을 따라 울긋불긋 나뭇잎이 물들고, 긴 머리카락 흩날리며 바람결에 춤추던 코스모스도 하나 둘 남아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다정히 걸어가는 부자간의 모습을 보니 저절로 흐뭇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추수가 거의 끝나가는 논배미에 모락모락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보니 어릴 때 추억이 새롭기만 합니다. 남편과 나란히 걸으며 아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아들! 이게 뭔지 알아?”
“타작하고 남은 짚이지.”

우리가 자랄 60년대에는 농사일도 전부 손으로 했습니다. 그렇기에 학교에서 가정실습이라도 며칠 해 휴교를 하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부모임 농사일을 거들곤 했었습니다. 누렇게 익은 벼를 낫으로 베고 논에서 며칠을 말렸다가 엄마 앞을 깡충깡충 지나가며 단을 뭉치기 좋게 모아주면 엄마는 뒤따라오면서 짚으로 나락 단을 뭉쳤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는 지게에 나락 단을 모아 탈곡기에 타작을 했습니다. 타작이 끝나고 나면 짚단은 또 뭉쳐져 짚동으로 변하였습니다. 우리는 짚동에 숨어 숨바꼭질 놀이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바람결에 훅 볏짚 타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합니다. 구수하고 따뜻한 가을 냄새 가득하고,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의 기억들도 모락모락 타올랐습니다. 어쩌다 불장난을 해 짚동에 불이 붙어 온 동네가 발칵 뒤집히는 일도 허다하게 일어났습니다. 추수가 끝난 들녘은 함께 소를 먹이던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것입니다. 저렇게 피어오르는 짚불더미 속에는 온종일 속삭여도 다하지 못할 옛 이야기들이 모락모락 타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소를 키우면서 사료를 주지만 그때만 해도 벼 타작을 하고 난 뒤 짚단은 소죽을 끓이는데 사용했던 아주 귀중한 물건이었습니다.

“아빠는 검정 고무신에 나왔던 이야기를 들러주네.”

“허허. 그래?”
이제 녀석도 직접 체험해 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서 우리의 어린 추억을 함께 되새김질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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