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산부인과’(극본 최희라/연출 이현직 최영훈)는 산부인과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선택, 성장을 다룬 메디컬 인생드라마로 장서희와 더불어 고주원, 서지석, 정호빈, 이영은, 송중기 등이 출연해 열연을 펼치고 있습니다. 추노에 밀려 시청률은 그다지 높진 않지만 '산부인과’는 태아와 산모, 두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신비감과 경이로움을 제공하며 화제가 되고 있고, 평범한 여자가 최고의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인 출산소식을 처음 확인하고 열 달 동안 마음 졸이며 검진받고 생명이 탄생하는 곳이 산부인과입니다. 그러므로 주부 시청자들에게 내 이야기, 우리 언니 이야기, 내 주변의 이야기로 젊은 여성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성 의식을 심어주고 문화를 선도한다는 호평과 함께 다른 메디컬 드라마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8회분에서 우리에게 던진 화두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장서희는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구성애를 능가하는 성교육 강사로 변신해 성교육에 있어서도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드러냈습니다.
http://heysukim114.tistory.com/910
신생아 유기 사건으로 자신을 의심하는 서혜영(장서희)에게 맞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이를 입양시킬 부모를 직접 찾아서 데려오는 파격적인 행동을 하는 여고생(이슬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쉽게 받아 넘겨버리기 아쉬웠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드라마처럼 해마다 길에 버려지는 아기가 한둘이 아닙니다. 갓 태어난 영아에서부터 신생아, 유아까지 쓰레기처럼 마구 버려지고 있습니다. 심지어 탯줄이 달린 영아를 건물 화장실, 담벼락 밑, 도로 옆, 여관방 등에 버리고 있습니다. 부모들이 아기를 버리는 이유는 양육 포기, 어려운 가정 형편, 미혼모, 장애아 등이 그 이유입니다.
올해 들어서만 해도 평균 한 달에 삼십 명씩 유기된 아이들이 발견되고 있고, 수학여행 온 여고생이 아기를 낳고서 병원에 버리고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고, 신생아로 추정되는 아기가 아파트 엘리베이터 입구에 신문지에 싸인 채 버려졌고, 모텔에서는 욕실 휴지통에서 신생아가 이불에 싸여 숨진 채 발견되었고, 아파트의 쓰레기장에서는 비닐봉지에 담겨진 채 죽어 있는 신생아가 발견되어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키우기가 어려우면 입양 기관 등을 통해 정상적으로 입양시키면 되는데 아무 곳에나 버린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현행법상 젖먹이인 유아를 유기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백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형법 272조). 또, 이 죄를 범해 아기를 다치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기를 버린 부모를 형사처벌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하니....
아기를 버린 부모들은 나름대로 자기 합리화를 하고 사정이 있다고 말하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반인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행동이라고 봅니다. 자식을 키워 보았기에 아기가 태어나고 자라며 무엇인가를 배워나가는 과정은 참으로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만일 미혼모가 생명의 경이로움을, 그 작은 것도 살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안다면 아이를 버리지도 무책임한 성관계도 갖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자기 뱃속에서 나온 자식을 버린다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상실한 것입니다.
그냥 버리고 돌아서면 끝인 줄 알았나 봅니다. 그게 얼마나 큰 범죄인 줄 몰랐나 봅니다. 하필이면 쓰레기통이냐고 울며 통곡하는 김영미 간호사의 모습이 더 안타까웠습니다. 시설이나 병원앞에 갖다 놓았다면, 조그만 수고를 했으면 아이는 살 수 있었을텐데....
그 와중에 신생아가 화장실에 버려지지 않도록 서혜영(장서희)의 친구로 나오는 왕재석(서지석)은 일본과 독일의 예를 들어주었습니다.
일본에서는 2007년부터 부득이한 사정으로 부모가 키울 수 없는 신생아를 대신 맡아 키우는 '신생아 포스트'가 일본 구마모토(雄本)시의 지케이(慈惠)병원에서 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병원 1층 신생아 상담실의 바깥벽에서 안쪽으로 통하도록 설치되어 24시간 보온 되는 특별 보육기에 밖에서 영아를 투입할 수 있게 돼 있다고 합니다. 신생아의 안전을 위해 보육기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으나 신생아를 투입하는 사람의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밖에서는 촬영할 수 없도록 했고, 또 문을 열고 보육기에 신생아를 넣게 되면 자동으로 문이 잠기도록 돼 있어 병원 관계자 외에는 신생아를 볼 수 없답니다.
독일에는 함부르크에 설치된 ‘아기 버리는 곳(baby slot)’이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이나 쓰레기통에 버려지지 않도록 설치 해 두었다고 합니다. 생명은 소중하기에. 이러한 방법이 유기된 영아의 육아를 담당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긍정적 평가도 있지만 반론도 많았는데, 이들은 기본적으로 생명투기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대부분 불결한 장소나 인적이 드문 곳에 버려져 자신의 몸을 방어할 능력이 없는 아기들이 2차 감염이 되어 건강상 문제가 생기는 것입니다. 문제는‘공동체 의식’의 부족으로, 이미 영아유기가 현실로 나타난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태어났든 우리 아기들은 귀한 생명체이고 ‘나’와 똑같이 인권을 존중받고, 내 자식과 똑같은 생활의 질을 제공받아야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런 현실을 만드는 정부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보고 무책임한 성관계를 예방할 대책을 강구해야하며 우리 또한 입양에 대한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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