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의 작은일상2010. 4. 20. 06:32

시어머님을 면회하고 죄인이 되어버린 나


휴일, 남편의 출장길을 따라갔습니다. 행사장에 들어가고 난 뒤 혼자서 가까운 곳에 햇살을 받고 앉아 자동차 키로 쑥을 캤습니다. 제법 뽀족하게 올라온 쑥을 한 끼는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창 커피 마신 종이컵을 가득 넘게 채우고 있을 때 전화가 울립니다.
"여보! 어디야?"
"당신 행사장 가까운 곳이야."
"그럼 이리로 와 다 마쳤어."
차를 몰고 남편이 서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얼마 전,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시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몸이 점점 나빠져 형제들이 어렵게 결론을 내려 모신지 이제 한 달 반이 되어갑니다. 가까이 있는 막내 삼촌이 자주 찾아뵙자 요양원에서는 적응할 수 있게 찾아오지 말라는 당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까이 왔는데 그냥 돌아서지 못하고 찾아가야 뵙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함께 가 보게 되었습니다. 가끔 사무실에 가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시고 정신이 들면 전화번호를 외워 직접 전화통화는 하시곤 합니다.

"나 좀 데려가"
"............."
남편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지 선뜻 나서는 일에 게을리하였습니다. 우리가 부부가 요양원으로 찾아가면 따라나설 것 같아 통화만 하고 사실 처음 가 보았습니다.

제법 깔끔한 시설에 운동 할 수 있도록 기구도 갖추어 놓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면회실로 내려오시는 모습을 보니 살은 조금 빠졌어도 건강해 보였습니다.
"어머님!"
"오늘은 온 식구가 다 왔네. 보고 싶어 죽겠더만."
"잘 계셨어요?"
"............"
"어머님은 내가 많이 미운가 봐"
"..............."

묻는 말에 대답도 하시지 않더니 잠시 후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너희 할아버지가 혼자 계시는데 밥도 굶고 있나 보다."
"엄마, 할아버지 돌아가신지가 언제인데..."
"그라다 돌아가신 것 같다."
자꾸 뒷걸음질하는 기억력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만 했습니다.
그래도 어린 조카들의 재롱을 보더니 기분이 좋아지신 모양입니다.
"어머님! 금요일날 모시러 올게요. 토요일이 아버님 제사잖아요."
"아직 안 넘어갔나."
"네."
동서가 준비한 김밥을 조금 드시게 하고 운동을 시켜드렸습니다. 여전히 기운없는 다리는 어절 수 없어보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어머님이 계신 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막 엘리베이트에서 내리자 마자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앞으로 다가서며
"아이쿠! 우리 손주 왔어?"
 몸은 건강하신데 관리하는 남자를 보고 손자로 착각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엄마를 대하는 것처럼 대처하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머님이 생활 하시는 방으로 가니, 침대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3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기억력은 많이 떨어저도 어머님은 도움을 받아 화장실은 가고 있어 기저귀는 차고 있지 않았습니다. 팬티를 보니 누렇게 오줌 자국이 남아 있어 속 옷이나 갈아 입혀드릴까 싶어 서랍을 열어보니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님 물건이 하나도 없네요."
"할머니가 하루에 열두번도 개나리 봇짐을 싸서 집에 간다고 해서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우리집에 계실때에도 시골가야 한다고 그런 행동을 하시곤 했었는데.....
온 가족이 직장으로 학교로 떠나고 난 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나섰다가 집을 잃어버려 헐레벌떡 찾아나선 적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형님, 여기 36살 치매환자도 있어요."
"무슨 말이야."
"요즘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린다는 말 거짓말 아니예요."
"............."
한 숨 밖에 나오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잠시 후, 비슷비슷한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건강체조를 따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살짝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트도 카드 없이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해 놓았습니다. 왜 그렇냐고 물으니 혹시나 치매 환자들이 타고 내려갈까봐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봄이 되어 옥상에서 어른들을 위해 텃밭도 가꾸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요양원에서는 말씀을 하시지만, 어머님의 모습을 보니 죄인이 되어 버리는 건, 아직도 효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고향으로 향한 귀소본능은 또 어쩔 수 없는 맘인 듯 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친구도 많이 사귀시길 바랍니다.
살면서 이런 아픔 찾아오지 말아야 하는데, 되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왜 그렇게 무겁던지...
어머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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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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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가슴아픕니다...현실이 정말...

    2010.04.20 08: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3. 저도 친정엄마께서 치매로 병원에 계신데 늘 병원에 다녀오는날에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가슴 한구석이 텅 빈듯합니다.

    2010.04.20 08: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4. 마음이 아프네요..
    힘내세요..

    2010.04.20 08:3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5. 네 자주 자주 찾아 뵙고 그러면 되는데 처희 친정엄마는
    양심상 그렇게는 못하신다고 하시더만 외할머니 다시 모셔오시고
    한달있다가 엄마가 그냥 돌아 가셨어요

    너무 건강한 엄마 여서 주변분 모두가 다 놀랬던 충격입니다
    아직도 저도 그 충격에 헤어나지 못하고요
    그래서 늘 노을님 보면 공감이 가요

    힘내시고 노을님 마음이 여러 같은 처지에 있는분들에게
    도움이 되셨으면 해요 오늘도 일렁이는 감동입니다

    2010.04.20 08: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아...
    따뜻한 차한잔. 기운내십시오 .
    날씨라도 따뜻히 내리 쬐면 좋겠습니다.
    파이팅~

    2010.04.20 08: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가슴이 짠해 옵니다...
    고향에 계신 어머님 생각이 나네여
    전화라도 드려야겠습니다...

    2010.04.20 09:16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저녁노을님 힘내세요...

    2010.04.20 09: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맞습니다. 노을님.
    힘내세요. 누구나 다 맞딱드리는 현실이죠. ㅠㅠ

    2010.04.20 10:13 [ ADDR : EDIT/ DEL : REPLY ]
  10. 노을님의 마음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 동안 많이 애쓰셨지요.
    힘내시구요...
    건강하신 부모님께 고마움이 가득입니다...

    2010.04.20 10:1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dagi5430

    그 마음 이해가 가네요. 저희도 아버지를 그렇게 모시다가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는데 요양원에서
    잘 해주신다고 해도 올때는 항상 마음이 무겁더라고요.
    그렇지만 집에서 모실 형편이 안되면 요양원으로 모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예요

    2010.04.20 10:21 [ ADDR : EDIT/ DEL : REPLY ]
  12. 그 마음 이해됩니다.
    어쩔수없는 상황앞에 눈물만 나지요...

    2010.04.20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파킨슨병은 환자나, 보호자 모두를
    정말 지치게 하는것 같네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저녁노을님의
    무거운 마음이 글만 읽어도 충분히 전해지네요
    힘내시고요 기분좋은 하루 시작하세요

    2010.04.20 11:0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그냥 마음만 아파요.. 노을님은 더많이 아프겠지만.. 그럴수록 힘내셔야지요..

    2010.04.20 11:19 [ ADDR : EDIT/ DEL : REPLY ]
  15. 집에서 모시고 있으면서 미워하는 마음이 자라는 걸 느끼며 마음 아파 하는 것 보다는, 훨씬 서로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나중에 나이 들어 혼자 남게 되면 요양원에 들어 가려고 마음 먹고 있답니다.

    노을님, 힘내세요.

    2010.04.20 11:45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저도 가족이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달리 대책은 없지만, 환자들만 모여있는 것이 보기에 좋지는 않더군요.

    장애아들을 비장애아들과 통합 교육하는 것이 더 좋은 것 처럼... 건강한 사람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물론, 저도 간병할 수 있는 입장은 못되어... 그냥 병원에 모시고 있습니다.

    그런, 마음만 있다는거지요...

    2010.04.20 11:5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마음이 많이 아프네요...

    그렇지만 노을님...힘 많이 내세요~~

    2010.04.20 12:0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참.....
    고생이 너무 많으십니다.........

    2010.04.20 12: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9. skybluee

    걱정마세요. 집보다 더 건강할 수 있습니다.
    운동도 시키고 말동무도 있으니...

    2010.04.20 12:30 [ ADDR : EDIT/ DEL : REPLY ]
  20. 마음이 아프겠군요.
    건강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것도 복이겠지요
    힘내세요

    2010.04.20 20:4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가우디

    저희 증조할머니를 저희 부모님께서 모시셨습니다.
    시골에서 매번 친정가겠다고 천천히 걸어나가 어느순간 사라지셔
    놀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죠.
    그때 생각이 나네요... 병든 부모 모시는게 쉽지 않다는걸 그때 느꼇습니다. 어린나이에도 말이죠...
    그리고 가시던날 저희 어머니 정말 서럽게 우시더군요... 왠지 그때 생각이 납니다.
    부모는 자식 키우면서 한번도 싫증도 짜증도 화도 못내지만
    자식은 일주일만 부모 아파도 싫증에 짜증에 마음이 간사해 진다죠...
    왠지 생각이 나네요... 힘내세요. ^^ 갑자기 생각나 이말 저말 주저리 해봤습니다.

    2010.04.21 11:40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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