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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시어머님을 면회하고 죄인이 되어버린 나

by 홈쿡쌤 2010.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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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을 면회하고 죄인이 되어버린 나


휴일, 남편의 출장길을 따라갔습니다. 행사장에 들어가고 난 뒤 혼자서 가까운 곳에 햇살을 받고 앉아 자동차 키로 쑥을 캤습니다. 제법 뽀족하게 올라온 쑥을 한 끼는 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창 커피 마신 종이컵을 가득 넘게 채우고 있을 때 전화가 울립니다.
"여보! 어디야?"
"당신 행사장 가까운 곳이야."
"그럼 이리로 와 다 마쳤어."
차를 몰고 남편이 서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얼마 전, 치매와 파킨슨병을 앓고 계시는 시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떠나보냈습니다. 몸이 점점 나빠져 형제들이 어렵게 결론을 내려 모신지 이제 한 달 반이 되어갑니다. 가까이 있는 막내 삼촌이 자주 찾아뵙자 요양원에서는 적응할 수 있게 찾아오지 말라는 당부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까이 왔는데 그냥 돌아서지 못하고 찾아가야 뵙고 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 함께 가 보게 되었습니다. 가끔 사무실에 가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달라고 하시고 정신이 들면 전화번호를 외워 직접 전화통화는 하시곤 합니다.

"나 좀 데려가"
"............."
남편은 마음이 편안하지 않은 지 선뜻 나서는 일에 게을리하였습니다. 우리가 부부가 요양원으로 찾아가면 따라나설 것 같아 통화만 하고 사실 처음 가 보았습니다.

제법 깔끔한 시설에 운동 할 수 있도록 기구도 갖추어 놓고 있었습니다.
어머님이 면회실로 내려오시는 모습을 보니 살은 조금 빠졌어도 건강해 보였습니다.
"어머님!"
"오늘은 온 식구가 다 왔네. 보고 싶어 죽겠더만."
"잘 계셨어요?"
"............"
"어머님은 내가 많이 미운가 봐"
"..............."

묻는 말에 대답도 하시지 않더니 잠시 후 울먹이기 시작합니다.
"너희 할아버지가 혼자 계시는데 밥도 굶고 있나 보다."
"엄마, 할아버지 돌아가신지가 언제인데..."
"그라다 돌아가신 것 같다."
자꾸 뒷걸음질하는 기억력이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만 했습니다.
그래도 어린 조카들의 재롱을 보더니 기분이 좋아지신 모양입니다.
"어머님! 금요일날 모시러 올게요. 토요일이 아버님 제사잖아요."
"아직 안 넘어갔나."
"네."
동서가 준비한 김밥을 조금 드시게 하고 운동을 시켜드렸습니다. 여전히 기운없는 다리는 어절 수 없어보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해 어머님이 계신 방으로 가 보았습니다.

막 엘리베이트에서 내리자 마자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앞으로 다가서며
"아이쿠! 우리 손주 왔어?"
 몸은 건강하신데 관리하는 남자를 보고 손자로 착각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환자를 대하는 모습은 엄마를 대하는 것처럼 대처하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어머님이 생활 하시는 방으로 가니, 침대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3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기억력은 많이 떨어저도 어머님은 도움을 받아 화장실은 가고 있어 기저귀는 차고 있지 않았습니다. 팬티를 보니 누렇게 오줌 자국이 남아 있어 속 옷이나 갈아 입혀드릴까 싶어 서랍을 열어보니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우리 어머님 물건이 하나도 없네요."
"할머니가 하루에 열두번도 개나리 봇짐을 싸서 집에 간다고 해서 따로 보관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우리집에 계실때에도 시골가야 한다고 그런 행동을 하시곤 했었는데.....
온 가족이 직장으로 학교로 떠나고 난 뒤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나섰다가 집을 잃어버려 헐레벌떡 찾아나선 적도 여러번 있었습니다.


"형님, 여기 36살 치매환자도 있어요."
"무슨 말이야."
"요즘 젊은 사람도 치매에 걸린다는 말 거짓말 아니예요."
"............."
한 숨 밖에 나오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잠시 후, 비슷비슷한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건강체조를 따라하시는 모습을 보고 살짝 나왔습니다. 엘리베이트도 카드 없이는 문이 닫히지 않도록 해 놓았습니다. 왜 그렇냐고 물으니 혹시나 치매 환자들이 타고 내려갈까봐 그렇게 만들어 놓았던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봄이 되어 옥상에서 어른들을 위해 텃밭도 가꾸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요양원에서는 말씀을 하시지만, 어머님의 모습을 보니 죄인이 되어 버리는 건, 아직도 효에 대한 보수적인 생각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고향으로 향한 귀소본능은 또 어쩔 수 없는 맘인 듯 합니다.

떨어지지 않는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친구도 많이 사귀시길 바랍니다.
살면서 이런 아픔 찾아오지 말아야 하는데, 되돌아 나오는 발걸음이 왜 그렇게 무겁던지...
어머님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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