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님이 보내신 '유통기간 없는 사랑'
-글/저녁노을-
해 맑게 부서지는 아침햇살, 흰 구름 두둥실 떠 있는 파아란 하늘,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 알록달록 봄은 익어가고 있습니다.
며칠 전, 퇴근을 해 이것저것 집안일을 해 놓고, 빨간 음식물 쓰레기통이나 비울까 하는 생각으로 열어보니, 분명 내가 버리지 않은 롤 케이크 하나가 턱 버티고 있지 않는가?
"어? 이게 뭐지?"
"뭐?"
"쓰레기통에 이상한 게들었네?"
"아! 그거? 그냥 누가 물으면 잘 먹었다고 말해!"
"누가 줬어요?"
"응"
"근데 왜 먹지 않고 쓰레기통에 버렸어요?"
"유통기간 지난거야"
우리남편 그 유통기간만은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사람입니다. 냉장고 속에 들어있는 식품, 유통기간이 하루라도 지나면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성격이니까요. 알고 보니, 얼마 전, 제사 때 인사를 다녀오지 못해 고모님댁 가까이 갈 일이 있어 들어갔다 왔나 봅니다. 그 때 마음씨 고운 우리 시고모님께서 우리 아이들 주라며 롤케익을 보냈던 것이었습니다. 아파트를 올라오면서 경비아저씨나 드릴까 하였는데 늦은 시간이라 주무시고 계셔 그냥 들고 올라와 또 유통기간을 보았나 봅니다. 그런데, 일주일이나 지났으니 쓰레기통으로 들어가지 어찌하겠습니까? 연세 많으신 우리 어머님들은 유통기간에 신경 쓰지 않으니 우리 아이들 생각이 나 보내셨던 것입니다.
우리 시고모님은 일찍 남편 저 세상 보내고, 콩나물을 키워 시장에 내다 팔면서 억척으로 딸 셋, 아들 하나를 키우시면서, 시골에 사는 조카들 까지 데려다 먹고 재우고, 꿈을 키워나가게 해 주신 고마운 분이십니다. 옛날에는 형제나 조카들을 데려다 유학시키며 함께 생활하는 일어 허다하였습니다. 남편과 시동생들도 역시 고모 댁에서 고등학교 생활을 지내왔기에 우리에겐 너무 고마운 고모님이십니다. 나 역시 큰오빠 집에서 여고시절을 보냈으니 그 은혜 아무리 갚아도 모자란 걸아니까요. 그런 고모님은 유통기간과 아무런 상관없는 사랑을 듬뿍 담아 보내셨던 것입니다. 그렇게 아쉽게 쓰레기통에 들어가긴 했지만, 우린 사랑을 가슴으로 먹었던 것입니다. "전화 한 통화 해. 고맙게 잘 먹었다고!" 하라고 합니다.
남편의 말대로 고모님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고모님! 보내주신 빵 잘 먹었습니다."
"그랬나?"
"네, 아이들이 좋아하네요."
밝으신 목소리만 들어도 행복해 하시며 미소 지으시는 모습 눈에 선 하였습니다.
고모님! 오래 오래 우리 곁에 머물러 주시기 바랍니다.
언제나 그 사랑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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