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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정을 파는 천오백 원 비빔밥 아줌마

by 홈쿡쌤 2010.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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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을 파는 천오백 원 비빔밥 아줌마

부지런한 사람은 늘 새벽을 먼저 두드립니다.
추석물가가 너무 들썩이고 있어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새벽시장을 나가보았습니다.
새벽시장이라고 해야 8시쯤에 나갔는데도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시장통에서 점포를 열기 전에 반짝 열리는 반짝 시장과 같습니다.
시골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머리에 이고 나와 자판을 벌이고 팔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재래시장

제법 주차시설을 갖추고 현대화한 재래시장입니다. 추석을 맞아 손님을 끌기 위해 행사도 열었습니다.



▶ 언제나 빠지지 않는 각설이
    흥겨운 노래로 손님을 끕니다.



▶ 죽파는 할머니
   팥죽, 호박죽을 직접 만들어 파시는 할머니,
  한그릇 사 먹고 싶었지만 벌써 죽은 바닥을 보였습니다. 한 그릇에 2천원입니다.




▶ 옹기종기 앉아 손님을 맞이하는 할머니들


▶ 쓰레기 수레
"쓰레기 주세요." 아저씨의 한 마디에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가지고 있던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쓰레기를 수거 하시는 분도 계시나 봅니다?"
"우리가 자릿세 내잖아"
"자릿세요?" 얼마나 내십니까?"
"응. 천 원 주고 있어."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습니까?
그래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위생까지 신경 쓰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 천오백 원 비빔밥
   밥 한 그릇에 콩나물, 단배추, 미역, 고구마 줄기나물, 고추장이 전부입니다.
   그 위에 김치 몇 개를 얹어주십니다.  그리고 된장국과 함께 팔고 계십니다.



▶ 정을 파는 비빔밥 아줌마
사람들이 많이 붐벼 내 발길을 잡는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줌마! 한 그릇에 얼마예요?"
"천오백 원이야. 천 원에 팔다가 채소값이 너무 올라 대목부터 오백 원 올린 거야."
"그래도 너무 싸네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아니, 찍지 마. TV에 나오는 것도 귀찮아." 화를 버럭 내십니다.
"TV 아닙니다." 그러자 다정스러운 아주머니로 변하십니다.
지방 유선방송에도 출연하신 정을 파는 비빔밥 아줌마로 유명한 분이셨던 것입니다.

"아줌마 여기서 얼마나 장사하셨어요?"
"15년째야."
"정말 오래되셨네요. 그렇게 받아서 벌이가 되나요?"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야."
"................"
"새벽같이 나오는 할머니들을 위해서지."
"정을 팔고 계시네요."
"아니야. 그냥 하는 일이라 계속하고 있어."
그러시면서 어려운 할머니는 그냥도 드리고 천 원을 여태 받아오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채소가격 때문에 할 수 없이 오백 원을 올렸다고 하십니다.





"할머니 맛있으세요?"
"응. 맛나. 한 그릇에 천오백 원짜리가 어딨어?"
"매일 사 드세요?"
"싸고 맛있어서 매일 사 먹어. 집에 가서 밥 챙겨 먹기도 힘들고."
"많이 파세요."



▶ 손님을 맞이 하면서 비빔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십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이렇게 굴러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직접 농사지은 것을 들고 나와서 그런지 물건은 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느끼지 못하는 덤으로 사람 사는 냄새를 느꼈습니다.
"당신은 마트 체질이지 시장 체질이 아니야."
"왜? 그게 무슨말이야?"
"에누리를 모르잖아. 흥정 말이야."
"에이. 새벽같이 나와 고생하시는 분들인데 깎아달라고 하면 안 되지."
"그게 아니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가격비교도 하고 그래야 시장 나온 맛이 나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산다고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르지는 않은 것을 알기에 사실 더 달라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채소가격이 너무 오른 것을 알기에 말입니다.

오랜만에 푸근하고 훈훈한 사람 사는 느낌을 받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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