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노을이의 작은일상

명절이면 더 생각나는 '사라져 버린 친정'

by 홈쿡쌤 2010. 9. 22.
728x90
반응형



명절이면 더 생각나는 '사라져 버린 친정'

 



해마다 명절이 되면 시댁에서, 전도 지지고 나물도 볶고 무치고, 정성스런 차례 음식을 준비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님이 몸이 아프다 보니 이젠 모두가 내 몫이 되어버렸습니다. 어머님이 시골에 계실 때에는 다섯 명의 며느리들이 모여 소도 한 마리 잡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분주히 손 놀리면서 위에 형님 둘, 아랫동서 둘, 둘러앉아 남편 흉, 아주버님 흉도 봐 가면서 한 상 가득 차려 놓으면 뿌듯하기 까지 했습니다. 이웃 동네에 사는 사촌 형제들까지 모여 차례를 지내고 난 뒤, 대가족의 아침상을 차려내고 과일을 깎고, 식혜와 떡을 내놓고 나면 설거지가 하나 가득 쏟아져 나옵니다. 그래도 4-5명 되는 며느리들이 힘을 모아 즐겁게 해 냅니다. 막내 동서 둘이는 설거지 담당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분주히 움직이고 나면, 한 숨 돌리기도 전에 여기저기 어른들 뵈러오는 친척과 이웃들이 찾아옵니다. 그들을 위해 오가는 모든 분에게 술상을 차려내야 합니다. 오전 내내 동동거리다 보면 다리가 뻐근하게 아파오고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참고 견뎌내면서 일을 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다 보니 친정도 시댁도 사라져버렸습니다. 우리 집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장만하여 동생들과 쓸어져가는 시댁에서 차례를 지내고 시아버님 산소에 들러 돌아옵니다.

조금 한가해진 늦은 오후가 되면, 때때옷 입고 나서는 조카 녀석들의 모습이, 예쁘게 맘껏 멋 내고 나서는 동서들이 너무 부러워지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6남매의 막내로 자라난 탓일까요? 부모님의 사랑 듬뿍 받고 형제들의 관심 받으면서 자라났건만, 세월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에는 추석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습니다.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어 좋고, 평소 먹지 못했던 음식들을 많이 접할 수 있어 좋고, 검은 고무신이나 나이론 옷 하나를 추석선물로 받으면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그 기분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풍부하다 못 해 관심조차 없는 먹거리에 대한 우리 아이들의 추억은 어디서 찾을지, 궁금 해 지기도 합니다.

 지금 친정집은 텅 비어 있습니다. 이맘때쯤이면, 마당 가에 감과 석류가 빨갛게 익어 갈 것 입니다. 인걸은 간 곳 없어도 자연은 그대로 지키고 서 있을 것이니 말입니다. 사람이 살지 않으니 조그마한 오두막집이 폐허로 변하는 것 같아 안타까움 가득합니다. 옹기종기, 아옹다옹 모여 서로 다투기도 하며 형제애 나누며 자라난 곳인데....

 친정아버지는 결혼도 하기 전, '우리 막내, 시집도 못 보내고 어떻게 해?'하시며 걱정이 태산이었건만, 저승문도 열린다는 한여름 날, 홀연히 하늘나라로  떠나 보내야 해 난 결국 불효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엄마는 다행히 우리 아이 둘 제법 자라난 모습까지 보고 떠나긴 했어도 이제 세월이 많이 흘러갔습니다. 되돌릴 수 없을만큼....

 친정 부모님이 안 계시니 큰오빠와 올케가 명절 날 막내가 올 때까지 기다려 주기에, 우리 시어머님도 "얼른 챙겨서 가거라!" 하시곤 했었고, 올케는 엄마생각 날 거라고 하면서, 엄마보다 더 많이 싸 주곤 했었는데, 이제 큰오빠까지 이 세상을 떠나고 보니 정말 찾아 갈 곳이라고는 없는 고아가 되어버렸습니다.

온 가족이 모여 분주히 움직이고 북적이다가 다 떠나고 난 뒤의 그 공허한 마음....
그저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찾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란 걸 새삼 느끼게 됩니다.

 허리가 휘도록 일하고, 잠시 엄마 얼굴이라도 보고 싶지만, 발길질 할 그 친정마저 사라져 찾아 갈 곳도 없으니, 마음이 아파옵니다. 

명절이면 늘 그리움에 더 사무칩니다.

그 이름 불러봅니다. 

엄마~~아부지~~~

많이 보고 싶습니다.

긴 연휴라 부모님 산소라도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효도란 게 물질만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합니다. 비싼 선물보다도 전화 한 통화 살갑게 하는 걸 더욱더 좋아하시는 우리 부모님이십니다. 어깨라도 주물러 드리며 눈 마주치며 하는 대화가 그저 부러울뿐이랍니다.

유난히 뜨겁고 무더웠던 여름 잘 이겨내고 가을을 맞이합니다.
고향이란 떠올리기만 해도 위안이 되고 편안해지는 단어,
언제라도 돌아가 쉬고픈 마음의 안식처입니다.

즐겁고 행복한 추석,
온 가족과 함께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공감가는 이야기였다면 아래 추천을 살짝 눌러주세요.
여러분의 추천으로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볼 수 있으며,

로그인 하지 않아도 가능하답니다.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들면 구독+해 주세요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