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을 파는 천오백 원 비빔밥 아줌마

부지런한 사람은 늘 새벽을 먼저 두드립니다.
추석물가가 너무 들썩이고 있어 며칠 전, 남편과 함께 새벽시장을 나가보았습니다.
새벽시장이라고 해야 8시쯤에 나갔는데도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습니다.

시장통에서 점포를 열기 전에 반짝 열리는 반짝 시장과 같습니다.
시골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머리에 이고 나와 자판을 벌이고 팔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 재래시장

제법 주차시설을 갖추고 현대화한 재래시장입니다. 추석을 맞아 손님을 끌기 위해 행사도 열었습니다.



▶ 언제나 빠지지 않는 각설이
    흥겨운 노래로 손님을 끕니다.



▶ 죽파는 할머니
   팥죽, 호박죽을 직접 만들어 파시는 할머니,
  한그릇 사 먹고 싶었지만 벌써 죽은 바닥을 보였습니다. 한 그릇에 2천원입니다.




▶ 옹기종기 앉아 손님을 맞이하는 할머니들


▶ 쓰레기 수레
"쓰레기 주세요." 아저씨의 한 마디에 할머니 아주머니들은 가지고 있던 쓰레기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쓰레기를 수거 하시는 분도 계시나 봅니다?"
"우리가 자릿세 내잖아"
"자릿세요?" 얼마나 내십니까?"
"응. 천 원 주고 있어."
그럼 그렇지 세상에 공짜가 어딨겠습니까?
그래도 깨끗하게 청소하고 위생까지 신경 쓰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 천오백 원 비빔밥
   밥 한 그릇에 콩나물, 단배추, 미역, 고구마 줄기나물, 고추장이 전부입니다.
   그 위에 김치 몇 개를 얹어주십니다.  그리고 된장국과 함께 팔고 계십니다.



▶ 정을 파는 비빔밥 아줌마
사람들이 많이 붐벼 내 발길을 잡는 곳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줌마! 한 그릇에 얼마예요?"
"천오백 원이야. 천 원에 팔다가 채소값이 너무 올라 대목부터 오백 원 올린 거야."
"그래도 너무 싸네요.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아니, 찍지 마. TV에 나오는 것도 귀찮아." 화를 버럭 내십니다.
"TV 아닙니다." 그러자 다정스러운 아주머니로 변하십니다.
지방 유선방송에도 출연하신 정을 파는 비빔밥 아줌마로 유명한 분이셨던 것입니다.

"아줌마 여기서 얼마나 장사하셨어요?"
"15년째야."
"정말 오래되셨네요. 그렇게 받아서 벌이가 되나요?"
"돈 벌려고 하는 것 아니야."
"................"
"새벽같이 나오는 할머니들을 위해서지."
"정을 팔고 계시네요."
"아니야. 그냥 하는 일이라 계속하고 있어."
그러시면서 어려운 할머니는 그냥도 드리고 천 원을 여태 받아오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채소가격 때문에 할 수 없이 오백 원을 올렸다고 하십니다.





"할머니 맛있으세요?"
"응. 맛나. 한 그릇에 천오백 원짜리가 어딨어?"
"매일 사 드세요?"
"싸고 맛있어서 매일 사 먹어. 집에 가서 밥 챙겨 먹기도 힘들고."
"많이 파세요."



▶ 손님을 맞이 하면서 비빔밥 한 그릇으로 허기를 달래십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세상은 이렇게 굴러가고 있었던 것입니다.
직접 농사지은 것을 들고 나와서 그런지 물건은 싸게 살 수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느끼지 못하는 덤으로 사람 사는 냄새를 느꼈습니다.
"당신은 마트 체질이지 시장 체질이 아니야."
"왜? 그게 무슨말이야?"
"에누리를 모르잖아. 흥정 말이야."
"에이. 새벽같이 나와 고생하시는 분들인데 깎아달라고 하면 안 되지."
"그게 아니고. 이리저리 둘러보고 가격비교도 하고 그래야 시장 나온 맛이 나지."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달라는 대로 다 주고 산다고 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하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턱없이 부르지는 않은 것을 알기에 사실 더 달라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채소가격이 너무 오른 것을 알기에 말입니다.

오랜만에 푸근하고 훈훈한 사람 사는 느낌을 받고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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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저녁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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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랑초

    훈훈한 이야기로군요.
    시장사람들의 따순정 느끼고 가요.

    2010.09.23 09:32 [ ADDR : EDIT/ DEL : REPLY ]
  3. 바람나그네

    정말 1000원에서 1500원?
    너무 쌉니다. 아이들 과자가 하나에 얼마인데...ㅎㅎ

    2010.09.23 09:33 [ ADDR : EDIT/ DEL : REPLY ]
  4. 1,500원 짜리 비빔밥!
    참 싼 가격이라 장사 나온 할머니들 좋아 하겠습니다.
    추석 잘 보내 셨습니까?

    2010.09.23 10:20 [ ADDR : EDIT/ DEL : REPLY ]
  5. 에궁, 연세드신 할머니께서.
    노인복지 아직도 우리나라는 멀었나 봅니다.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십니까. 다복한 하루 되세요.

    2010.09.23 10:21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6. 비빔밥 한 그릇에 정이 듬뿍 담겨 있네요. ^^

    2010.09.23 10:4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7. 마음을 팔고
    정을 파시는 분이로군요..

    훈훈한 이야기입니다..
    남은 추석 연휴도 즐거이 지내세요..
    저는 출사나갈까 합니다.ㅎㅎㅎ

    2010.09.23 10:4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8. 정말 정겹고 훈훈한 모습이네요.....
    추석연휴는 잘 보내셨는지요?

    2010.09.23 10:52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9. 재래시장에 가면 저도 이것저것 기분좋게 사게 되더라고요. ^^
    특히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는 시장음식 정말 좋아하는데
    뭔가 뭉클한 순간이기도 했을 듯 한걸요.

    저녁노을님 행복한 추석연휴 되시고 따뜻한 맘으로 항상 그렇게
    멋진 글 부탁드려요~ ^^

    2010.09.23 11:34 [ ADDR : EDIT/ DEL : REPLY ]
  10. 시장풍경은 참 오랜만에 보네요..
    남은 연휴 알차게 보내시길~

    2010.09.23 12:0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1. 훈훈한글 돌아가신 저희 할머니 생각에 잠시 눈시울을 적시게 하네요..
    노을님 추석은 잘 보내셨죠^^ 아마도 잘 보내셨을것 같는데요 ㅎㅎㅎ

    2010.09.23 12:10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2. 아주머니 모르긴 몰라도 어쩔 수 없이 오백원 올리시면서 참 맘이 안좋으셨을 것 같네요.
    에고...물가가 참 착한사람들 많이 속상하게 하네요.
    저희 신랑도 가끔 검정 봉지에 옥수수며 야채들을 사들고 오곤 합니다.
    그것만 파시면 할머니가 집에 가실 수 있을 것 같았다나...
    세상에 아직은 착한 사람이 많아서 훨씬 더 살만 한 것 같습니다.

    2010.09.23 13: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3. 잘 보고 갑니다~
    남은 연휴도 즐거운 일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

    2010.09.23 13:1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4. 저런재래시장이그리워요.맨마트만다니니깐정이없어요.
    인정이살아숨쉬는곳..

    2010.09.23 14:14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5. 너무나도 정겨운 모습이네요..
    재래시장의 매력이 저런것에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2010.09.23 15:35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6. 정을 파는 비빕밥 아줌마군요..

    언젠가 방송서 본 기억이 있네요
    참 좋은 분들이 많아서 그래도 세상은 살만 한 것 같습니다

    2010.09.23 17:03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7. 사진만 보아도 사람사는 냄새가 확 풍기네요... 비빔밥 아주머니도 아름답지만 노을님의 따스한 마음도 참 아름답습니다.^^

    노을님 연휴 마무리 잘하세요.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하루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댓글도 다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

    2010.09.23 17:57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18. 정말 정을 파시는분 같습니다.
    흐믓한 풍경이구요~

    2010.09.23 19:48 [ ADDR : EDIT/ DEL : REPLY ]
  19. 소소하지만 흐뭇한 글입니다. 비빔밥 아주머니 덕분에 같이 장사하시는 분들도 좋고, 정말 훌륭하신 분입니다 ^^ 잘 보고 갑니다.

    2010.09.23 21:57 [ ADDR : EDIT/ DEL : REPLY ]
  20. 크하, 정말 푸근하고 훈훈한 정취를 느낍니다.
    추석 잘 쇠셨죠? 노을님. 파이팅입니다.~~

    2010.09.23 22:49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21. 쌀쌀해지는 날씨에.. 따뜻한 정을 느끼게 됩니다.. ^^

    2010.09.24 02:0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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