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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의 작은일상

맛있는 것 사 달라고 하는 넉살 좋은 아이

by 홈쿡쌤 2010.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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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것 사 달라고 하는 넉살 좋은 아이














아침저녁으로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고 하늘을 높푸르고 산자락을 타고 웃긋불긋 단풍이 내려앉고 있습니다. 왠지 모를 설렘으로 다가오는 이 가을, 마음은 그저 허허롭기만 합니다.


며칠 전, 어수선한 마음 달래고 싶어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잘 가! 오늘 즐거웠어."
"응. 잘 가! 나랑 함께 해 줘서 고마워."
서로 인사를 하고 막 돌아서려는데 
평소 얼굴만 알고 지내는 남학생이 나를 보고 반가워하며 달려왔습니다.
"선생님!"
"너희들 시내 나왔어?"
"네. 맛있는 거 사 주세요. 배고파요."
"맛있는 것 뭘 사 달라고?"
"그냥 아무거나요."
길을 가로 막고 때를 쓰는 아이처럼 보였습니다. 할 수 없이 영화관을 나오다 보니 햄버그 집이 눈에 보이기에 지갑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만 원짜리는 하나도 없고 오천 원짜리 하나에 천원짜리 몇 개만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현금이 없어도 카드로 해결되니 별 신경 쓰지 않고 지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쩌나? 오천 원이면 되겠지?"
"..........."
순간, 별 반갑지 않은 표정입니다.
"요 앞에 햄버거 가게 있어 사 먹어."
돈이 없다는 소리는 못하고 그냥 손에 쥐여주고 와 버렸습니다.
버스를 타고 오면서 곰곰이 생각하니 '차라리 주지 말고 올 걸 잘못했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천 원으로 뭘 사 먹으란 말이야.'라는 표정이었으니 말입니다.

그 후, 학교에서 얼굴이 마주쳤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일도 없다는 듯 그냥 스쳐 지나려 합니다. 인사조차 없이 말입니다.
'어? 저 녀석 좀 봐!'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히 따로 불러
"00아! 어제 돈이 작아 맛있는 거 못 사 먹었지?"
"몰라요."
"말을 그렇게 하니 서운한데? 네가 맡겨놓은 돈 찾아간 것 아니잖아."
".............."
"오천원이 결코 적은 돈은 아니라고 보는데."
".............."
그냥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한마디만 하면 될 걸 그게 하기 싫은가 봅니다.
"아까처럼 '몰라요' 하지 말고 제대로 이야기해 봐!'
넉살이 좋아 조금 안다고 지나가는 사람 잡고 많든 적든 돈을 받았으면 인사 정도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차근히 이야기를 나누자
"친구와 할인하는 햄버거 1,500원짜리 사 먹었어요."
"잘했네. 그렇게 말하니 얼마나 좋아!"
"네. 죄송합니다. 잘 먹었습니다."
그렇게 타 일러 보냈습니다.

기분이 조금 나쁜 건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고마워 할 줄 모르는 마음 때문이었습니다.
그 넉살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헤쳐나갈 배포가 있어 좋아 보였는데 뒷마무리를 할 줄 모르는 아이였던 것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잘하지 못하는 말이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돈이 들어가는 일도 아닌데 왜 그렇게 인색해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녀석, 세상 밖으로 나가면 이제 잘해 낼 것 같지 않나요?
그랬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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